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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뮌헨 가얏고 Jul 09. 2021

난 화끈한 게 필요해!!

독일 적응기

작년 가을부터였던가? 갑자기 오른쪽 손목이 아프기 시작하더니 아픈 부위가 팔꿈치 위로 올라가다가 왼팔까지 아팠다. 왼팔은 금방 나았지만 오른팔은 여전히 아프다. 예전 경험에 의하면 이럴 땐 최대한 안 움직이는 게 가장 빨리 낫는 방법이란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오른팔이다 보니 전혀 안 움직일 수도 없다. 가야금 및 악기 연습도 해야 하고 글을 쓰기 위해 컴퓨터 자판도 두드려야 하고 음식도 하고 설거지도 해야 한다. 심하게 아팠다면 바로 병원에 갔을 텐데 아팠다 안 아팠다를 반복하니까 곧 낫겠지 하는 마음에 그냥 하루하루를 버텨왔던 것도 있다.


그러다 지난달부터였던가? 아픈 게 더 심해졌다. 재킷을 입다가 나도 모르게 비명이 터져 나올 정도로 아파서 한참을 꼼짝도 못 하고 통증이 사라지도록 기다린 적도 있고 잠결에 기지개를 켜다 아파서 깬 적도 있다. 이런 식으로 아프긴 처음이었다. 그때 바로 병원에 갔었어야 했는데 또 차일피일 미루게 됐다.




예전에 1달을 기다렸다가 겨우 X-ray를 찍고 물리치료를 받았던 적이 있다.

우리나라는 동네 어느 정형외과를 가도  X-ray 기계를 갖추고 있지만 여긴 그렇지가 않다.  X-ray 기계를 갖춘 정형외과가 많지 않다 보니 예약하려면 1~2달이 걸릴 때가 있다. 예약할 때 보험의 종류에 따라서 공보험은 2달, 사보험은 1달이 걸리기도 한다. 또 사보험만 받는 병원도 있다.


게다가 여긴 한국처럼 환자가 바로 전문의를 찾아가는 게 아니라 하우스아르츠(Hausarzt), 영어에서는 GP(general practitioner)를 먼저 만나야 한다. 주치의라고 생각하면 된다. 주치의의 소견서를 받아서 가야 보험처리가 된다. 이런 방식은 싱가포르도 똑같아서 크게 낯설진 않았다. 아마 외국은 거의 이런 방식인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때에 따라 비용이 보험처리가 될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다. 여전히 정확한 기준을 잘 모르겠다.


몇 년 전 무릎이 아파서 예약하려 했더니 1달이나 걸렸었고 X-ray 촬영을 할 땐 이미 나은 상태였다. 다리가 부러지거나 응급한 상황엔 큰 병원의 응급실로 가도 되는데 응급실에서 대기하는 것도 만만치가 않다. 몇 년 전 딸이 학교에서 발목을 접질린 적이 있었다. 학교의 권유로 응급실을 갔었는데 몇 시간을 기다렸는지 모른다. 응급실에선 말 그대로 목숨이 위태로운 환자를 우선으로 보기 때문에 우리 딸의 경우는 아픈 측에도 끼질 못했다. 대기실에서 본 어떤 꼬마는 엄지손가락이 어디에 꼈었는지 피가 철철 흘러 붕대를 감고 있었는데도 몇 시간 동안 의사를 기다려야 했다. 친구의 아버지는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갔다가 기다리는 게 힘들어서 그냥 다시 돌아온 적이 있었다고 했다. 아무튼 정형외과 예약하는 게 쉽지 않았던 기억이 있는데 코로나 이후 동네 주치의 만나는 것조차 번거로워졌다.


코로나 이전엔 그나마 예약 없이도 아침 일찍 찾아가면 됐는데, 코로나 이후부터는 주치의를 만날 때도 반드시 예약해야 한다. 문제는 독일은 전화를 걸어도   받는다는 거다. 병원도 오전 근무만 하는 요일이 있고 오전 오후 근무를 하는 요일이 있다. 오전 오후 근무하는 날도 점심시간 2시간 동안은 진료를 받지 않는다. 이런저런 이유로 독일의 보험혜택이 좋다 해도 병원 가기가 불편하고 꺼려진다. 이건 보험혜택이 좋은 나라 대부분에 해당될 거라고 의사인 친구가 말해줬다. 게다가 우리 동네는   짱을 부리는   같기도 하다. 아이들이 병원을 가려면 학교 수업을 빼먹고 가야  때도 있다.




팔을 움직이기 불편하긴 했지만 크게 아프진 않아서 계속 가야금 및 악기 연습을 했던 게 병을 더 키운 듯하다. 또 6월부터 코로나로 봉쇄됐던 건강 센터가 문을 다시 열면서 운동을 시작했던 것도 병을 키웠다. 괜찮은 듯해서 운동을 시작했다. 조심해서 운동한다고 했고 운동할 땐 괜찮았는데 하루나 이틀이 지나면서 아파졌다. 코로나 백신 1차 접종 후에 주사 맞은 왼팔이 아플 거라고 했는데, 오른팔에 비하면 아픈 거 같지도 않아서 후유증이 있었는지조차 모르고 지나갈 정도였다.



아쉬운 대로 물리치료 대신 내가 호랑이 연고를 바르며 마사지를 했다. 만져보니 어디를 풀어줘야 할지 짐작 가는 곳이 있었다. 효과도 있는 듯 했다. 예전에 약국에서 호랑이 연고는 소염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했지만 발랐을 때 후끈거림이 통증을 잊게 해 줬다. 난 그런 화끈거림을 원한다. 독일에서 파는 소염제 크림은 발랐을 때 전혀 화끈거리지도 않고 약효도 느낄 수가 없었다.


독일의 파스도 화끈거림이 없다. 이건 싱가포르에서도 경험을 했기에 실망스럽진 않았다. 싱가포르에서 출산 후 모유 수유하느라 손목 통증이 있을 때 병원에서 우리나라 파스를 줬었다. 무색무취의 파스는 후끈거림은 없었지만 효과는 좋았다. 안타깝게도 얼마 전에 남아있던 걸 다 써버렸다. 우리나라 파스가 이렇게 좋았던가? 어렸을 땐 이해가 안 됐던 파스의 종류인 차가운 것과 뜨거운 것을 선택할 수도 있고 근육통 크림도 얼마나 후끈거리고 시원한가!  난 지금 우리나라에서 파는 후끈거리는 파스가 너무 그립다. 화끈한 파스를 아픈 팔에 붙이고 있으면 다 나을 거 같다. 바르고 있는 것만으로도 통증을 견딜 수가 있을 거 같다.


빨리 나아야 악기 연습도 하고 글도 열심히 쓸 텐데. 운동도 다시 하고 싶다. 운동은 고사하고 그동안 열심히 만들어 둔 근육도 다 사라졌다. 팔을 움직일 때마다 살들이 덜렁거리기 시작했다. 팔 아픔이 온몸을 피곤하게 만들기도 하고 집중력도 떨어뜨리기도 한다. 진작에 치료를 받았어야 했는데 이렇게 오래갈 지 몰랐다.


병원을 가야 하는데 여행 중이라 갈 수도 없다. 잠결에 뒤척이다가 아파서 깨기도 일쑤다. 자다 일어나서 호랑이 연고를 발라 열심히 마사지하고 다시 잠드는 하루가 오늘 또 반복되고 있다. 그나마 후끈거림에 잠을 조금이라도 잘 수 있길 바라본다.


바르는 순간 화끈화끈한 파스가 그립다!!

후끈 달아오르는 파스 어디 없나요??

병은 키우지 말고 바로바로 치료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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