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밤이 가시기를 나는 기다린 적이 있었다
봄을 처음 맞이하는 사람처럼
죽은 애인을 생각하는 이의 마음으로
겨우내 부패했던 뜨내기의 살이 돋아날 때
정승 같던 나목은 고목이 아니었고
몇 송이 꽃은 만개했다
날이 풀리자
엄마는 일터에서 쌀을 사와 화를 지었다
혀에 쓸리는 단어들이 까끌까끌했다
날카로워 위장을 찔릴 때가 많았다
상처는 파고 들어가 곪곤 했다
이따금 숨이 찰 만큼 서러워 눈물 흘린 적이 있었다
몇 줄 시를 써도 체기가 가시지 않았다
시체가, 아파야, 얼마나, 아프겠냐마는, 그래도
단어는
땅에서 자라나는 것일까
바람타고 불어오는 것일까 만추 병동에서 태어난 나는
봄 벚꽃 사랑 같은 것들은 연필로 쓰고 싶었지만
내 心은 그런 걸 쓰기에 충분히 뭉툭하지 않았다
올려다볼 때마다 하늘은 가을이고 겨울이고
음울함으로 파랗게 울렁거렸고 그럴 때면
인문대 올라가는 돌층계에 떨어진 단어들을 주웠다
언제쯤이면 나는
시를 쓰고 싶지 않아질 수 있는 걸까
언제쯤이면 길 잃은 여섯 살 아이처럼 나는 이렇게
그리운 이를 그리워한 날들이 있었다
꿈속에서 들려오는 찌르래미 소리에
별이 떨어져 가로등에 걸리곤 했고
좁은 방안에서 형벌처럼 날이 밝아오곤 하는 내
대학 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