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캠퍼 생활-캠핑카의 전모를 (거의) 밝힌다!!
Covid-19 이후로 눈에 띄게 늘어난 캠핑 레저.
차박부터 글램핑까지 다양하지만, 우리 이동 집은 캠퍼(camper)였다(한국에서는 캠핑카라고 부르지만).
생활에 필요한 기본 기능만을 최소 사이즈로 설치한 캠핑용 레저 차량이다.
차량 지붕에 텐트를 붙여 놓고 잠잘 때만 펴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아예 캠핑 공간을 따로 차량에 붙였다가 떼었다가 하는 스타일도 있다. 작은 텐트를 차에 싣고 다니는 사람도 많이 봤다. 하지만 우리 캠퍼 사이즈가 가장 일반적이었다.
이런 캠퍼를 배경으로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면서 저녁노을을 즐기는 멋진 사진은 여행 책자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테이블에서 팔을 뻗으면 주방 싱크대 서랍을 열 수 있고, 작은 복도는 두 사람이 동시에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좁으니 공간적 불편함은 피할 수 없다. 물론 여행을 통한 세상과의 접촉은 그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경험이다.
이에, 내가(+내편님) 보고 느끼고 호흡했던,
6주간 경험한 캠퍼 생활의 요모조모를
공유하고자 한다.
1) 침실과 냉난방 :
더블베드 사이즈 매트리스가 짐칸 위에 올려져 있는 형태. 에어컨과 난방은 가스 연료로 가동된다.
(가스통은 두 개 갖고 다녔는데, 6주간 한 개 반 사용
처음엔 사용량을 가늠하기 어려워서 엄청나게 아꼈으니... 부질없이 고생했다는 결론 )
잠자리가 불편한 적은 없었지만, 7, 8월 노르웨이가 생각보다 추웠다는 게 이외의 변수.
이틀에 한 번은 비가 오고, 지대가 높은 곳에서 밤을 보낼 때는, 아침 기온이 5도 정도였다.
한국에서 친구들은 쪄 죽는다고 아우성칠 때, 난 '동사(凍死)'를 살짝 염려했으니...
호숫가에서 캠핑하던 어느 날 밤, 어찌나 바람이 불고 비가 오는지
옆 호숫물이 범람하면 어쩌나 캠퍼가 뒤집히면 어쩌나 잠을 뒤척일 정도였다.
전날 비가 와서 나무가 젖어 모닥불도 실패했, 한겨울 극기 훈련도 아니고 참나.
아침에 눈 뜨자마자 캠퍼를 타고 이동, 히터를 돌려 겨우 살았다.
2) 주방 :
콩알만 한 주방.
가스레인지를 주로 이용, 큰 불편은 없었다.
포트는 캠프장에서 전기 연결할 때만 사용.
휴대폰이나 랩톱의 충전은 캠퍼 배터리로 가능.
식사는 가능하면 간단하게.
파스타, 샐러드, 양고기 바비큐가 주메뉴.
무스/순록 소시지 등은 별미.
냉장고는 엄청 작아서 많은 걸 넣을 수는 없다.
그래서 1년은 버틸 건조 식량을 가득 싣고 갔다.
현지 식당을 이용한 적은 거의 없고,
이동 중엔 캠퍼에서 대부분 샌드위치로 점심.
이틀은 한국에서 밀수입(?)한 김으로 만든 김밥!
3) 화장실과 욕실 :
매일 샤워하고 머리 감고 드라이해야 존재감을 느끼는 사람에겐 비추.
샤워실이 작아서, 나 같은 작은 사이즈도 불편.
가스로 온수를 데우는데 20분 정도 걸린다.
빨리 머리 감고 말리려고
한국 떠나기 전 쇼트 커트했다.
캠퍼 화장실은 새벽이나 급할 때만 사용.
슈퍼, information center, 주유소 들릴 때
반드시 화장실 가고 양치질 정도 해결했다.
무료 화장실이 있는 캠프장도 있는데, 운이 좋으면 온수가 나오는 곳도 만날 수 있었다.
재밌는 친환경적 화장실도 이용했다.
(성인용 어린이용 두 개의 변기가 만들어진 곳도)
단, 오슬로 등 대도시는 모든 화장실은 유료.
식당에 딸린 화장실도 직원이 앉아서 15크로네(1950원)를 내라고 해서 난감했는데,
뒤이어 들어온 노르웨이 사람이 나를 보자마자 기꺼이 내줬다. 이런 외국인들이 종종 있나 보다.
캠핑 인구가 많아서 그런지 샤워실을 마련해 놓은 곳도 있었다.
바이킹 유적지 근처에서 1박 할 때 럭셔리한 화장실/샤워실을 발견하고 대박 깜놀.
외관은 거의 펜션 수준이고, 화장실이 진짜 깨끗하고 온수 팍팍.
샤워실은 10크로네(1300원)! 정말 소액이지만 문제는 동전이 없었다는 것.
모든 걸 카드로 해결했으니 현지 통화가 필요할 리 없었다.
사람이 거의 오지 않는 외진 곳이었고, 주차장에 차량은 딱 두 대. 하나는 독일 번호판, 하나는 현지 렌터카.
용기 내어 물어봤지만 모두 현지 통화는 없다고 했다.
동전 크기가 비슷한 50센트 유로를 쓸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노르웨이 번호판 차량 등장!!! 한 노부부와 아들! 설명 끝에 10크로네 두 개 획득 한 푼 줍쇼 성공!
고마워서 올리브 캔이라도 드리려고 했지만 안 받고 떠나심.
그 아저씨가 예전에 상선사 근무할 때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도 일했다고 하면서 피터와 잠시 채팅했다.
행복한 샤워를 마치니 세상이 아름다워 보였다.
4) Experience Digital Nomad! :
이동식 사무실이 가능할까?
로밍 데이터로 랩톱 핫스팟을 잡아서 줌 수업, 스트리밍 작업 등을 문제없이 해냈도다!
급할 때는 움직이는 차에서도 어느 정도 작업 가능.
(한국 통신사 7G, 통화/문자 무제한. 월 59,000)
한 시간 스트리밍에 500mb 정도 쓴 것 같다.
데이터가 떨어져 가면 유럽 통신사 기반으로 무제한 데이터를 사용하는 내편님 걸 받아서 사용.
깊은 산속이 아니면 데이터는 잘 터졌는데,
신호가 강한 곳은 슈퍼마켓/관공서 앞 주차장.
이 업계에 막 입문한 그땐(정말 라떼는)....
VHS 테이프를 받아서 작업했는데,
이젠 여행 중에 스트리밍 작업이 가능하다니
그야말로 디지털 노마드를 현실로 체험했다!!
5) 세탁 및 청소 :
가끔 세탁 시설이 있는 캠프장에 들르게 되지만 우리는 가져간 옷으로 해결했다.
그래서 셔츠 하나로 3~4일 입었는데, 매우 더운 날은 거의 없어서 큰 문제 없었다.
청소는 아침마다 5분이면 끝!
6) 움직이는 + 집 (mobile + home) :
다음 장소로 떠날 때는 확인할 게 많다.
문(냉장고와 수납장 등)이 잘 잠겨 있는지 물건이 안정적으로 바닥에 놓여 있는지 봐야 한다.
문을 제대로 안 잠그거나 물건이 흩어져 있으면 차량이 움직일 때 서랍이 열려서 난리가 나거나, 대충 놓은 물건이 날아와 뒤통수 가격당할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냉장고 에너지 모드도 바꿔야 한다. (운행 중엔 밧데리 / 캠핑장에선 전기 / 정차 중에는 가스)
보통 집에서는 오물과 오수에 대한 걱정 없이
당연한 듯이 온수/화장실을 사용하지만,
캠퍼는 4~5일마다 캠프장에 가서
물탱크 채우고,
(정해진 곳에서만) 변기 청소, 오수를 버려야 한다.
오물 처리, 급수 무료 시설도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꼭 정해진 유료 캠프장을 사용해야 하지만, 노르웨이에서는 자유 캠핑이 가능하다.
자연 가운데 우리 캠퍼 한 대 뿐인 경우도 많았다.
(영화를 많이 본 나로서는 살짝 겁이 났다. 이런 캠퍼가 나오는 공포 영화가 많아서...)
노르웨이는 땅이 넓고
캠핑 기간은 여름 4개월뿐이라서
그런 거 아닐까...
추정해 본다.
7) 자연의 품속으로 + 캠핑의 낭만 = ????!!!! :
자연은 아름답지만, 모기, 날 벌레와의 찐한 만남도 감수해야 한다.
Be a minimalist!
You can find the true beauty of living with less!
완전한 천국도, 무제한 달달 제조기도 아니지만,
캠퍼는 미니멀리즘을 체험하는 멋진 여행 방식이다.
Learn to deal with choices and acceptance of the consequences!
순간순간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
때로는 잘못된 결정을 하기도 하지만 그걸 책임져야 하는 것도 여행자들의 몫.
Enjoy benefits of camper lifestyle!
(to be continued : '내가 만난 나그네들 in Norw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