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신분이 꽂는 비수
매출이 중요한 매장 직원들은 자신의 단골 고객들에게 대접을 해주고 싶어 한다. 백화점 옷이란 한두 푼 하는 게 아니며, 뭐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은 그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직원은 이용이 안된다. 설령 들고 온 카드가 고객의 카드이고 심부름이라 하더라도.
대부분의 백화점 브랜드는 직원은 우수 고객 등급을 받을 수 없다. 우수 고객 등급을 받았다는 건 백화점에 돈 꽤나 썼다는 것이지만, 안타깝게도 직원이라면 억 단위를 써도 우수 고객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이게 사내 규칙이다. 하지만 몇 년 전, 어쩌다 상당 수의 직원들이 우수 고객으로 선정이 되었었다. 그렇다면 직접 고객을 응대하는 사람이 일일이 직원인지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방문하는 고객 수 중에서 10~20명은 직원인 듯했다.
하루에도 수백 명이 오가는 곳에서 직원을 어떻게 알아볼까? '백화점 밥'이라는 말이 있다. 백화점 밥을 먹는 사람은 티가 난다. 명찰을 떼고 와도 냄새가 난다. 그 사람의 걸음걸이, 가는 방향만 봐도 어느 매장 직원인지까지도 대충 감이 온다.
이용이 안 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첫 번째로, 이곳은 '고객'만의 공간이라는 것. 두 번째, 직원은 '따로' 받는 직원용 혜택이 있다는 것. 우선 이 두 가지만 언급하도록 한다.
라고 거절하면 반응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아, 그래요?" 하고 수긍하는 사람. 다행히도 열에 넷 정도는 "아.. 네;;" 이러고 수긍하신다. 그래도 기분 나빠하시지만 나였어도 그럴 것 같다. 이 정도는 당연히 이해한다.
두 번째. "아 저, 손님 심부름인데..." 아무리 손님 심부름이어도 드릴 수 없다. 그런데 어째선지 고객용 라운지 음료를 직원들이 먹는 경우도 봤다. 어쨌거나 직원이 라운지를 방문할 수 없다.
세 번째. 버럭 화를 낸다. 진짜 악질인 직원은 보복까지도 했었다. "직원인 게 왜요?" 당연 물어볼 수도 있다. 하지만 위에 말한 이유들 때문에 드릴 수가 없는 거다. 충분히 설명을 드려도 매번 와서 매번 똑같이 화를 내고 가는 사람들이 많다.
"지금 제 명찰 보고 그러시는 거예요!!?"
"방금 저 조회하셨죠?!!"
"여태까지 잘 받아먹었는데 이제 와서 왜 그러세요!!!?"
"아 안 먹으면 될 거 아냐!!!!"
"아니 제가 여기 쓴 돈이 얼만데 위에 얘기해도 문제없는 거죠??! 매니저님 부르세요!!"
"아 좀 해주면 어때서!!!"
"백화점 직원 아니에요!!! 아니라고!!!"
텍스트여서 와닿지가 않는데, 문제는 소리를 지른다는 거다. 나를 아프게 한 사람 중 몇 명도 같은 백화점 직원이었다.
웃긴 건 이 직원들은 매일 화장실에서, 직원 식당에서, 휴게실에서 만나는 사람들이다. 내가 저들을 모를 줄 아나보다. 나는 바보가 아니다. 나도 그들이랑 똑같이 손님을 응대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 중 누가 더 낫고 낮은 게 아니다. 오히려 당신과 같은 '을' 아닌가.
본인 샵 고객들 앞에서는 그렇게 상냥하면서 왜 라운지에서는, 그것도 라운지 다른 손님들 다 있는 곳에서는 온갖 악이란 악은 다 쓰고 가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