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vanna Nov 15. 2021

"직원은 이용이 안되십니다"

같은 신분이 꽂는 비수

  매출이 중요한 매장 직원들은 자신의 단골 고객들에게 대접을 해주고 싶어 한다. 백화점 옷이란 한두 푼 하는 게 아니며, 뭐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은 그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직원은 이용이 안된다. 설령 들고 온 카드가 고객의 카드이고 심부름이라 하더라도.


  대부분의 백화점 브랜드는 직원은 우수 고객 등급을 받을 수 없다. 우수 고객 등급을 받았다는 건 백화점에 돈 꽤나 썼다는 것이지만, 안타깝게도 직원이라면 억 단위를 써도 우수 고객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이게 사내 규칙이다. 하지만 몇 년 전, 어쩌다 상당 수의 직원들이 우수 고객으로 선정이 되었었다. 그렇다면 직접 고객을 응대하는 사람이 일일이 직원인지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방문하는 고객 수 중에서 10~20명은 직원인 듯했다.


  하루에도 수백 명이 오가는 곳에서 직원을 어떻게 알아볼까? '백화점 밥'이라는 말이 있다. 백화점 밥을 먹는 사람은 티가 난다. 명찰을 떼고 와도 냄새가 난다. 그 사람의 걸음걸이, 가는 방향만 봐도 어느 매장 직원인지까지도 대충 감이 온다.


  이용이 안 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첫 번째로, 이곳은 '고객'만의 공간이라는 것. 두 번째, 직원은 '따로' 받는 직원용 혜택이 있다는 것. 우선 이 두 가지만 언급하도록 한다.



바야흐로 직원과의 전쟁

전쟁이라 불릴 만하다.



"직원은 이용이 안되십니다."

라고 거절하면 반응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번째. ", 그래요?" 하고 수긍하는 사람. 다행히도 열에  정도는 ".. ;;" 이러고 수긍하신다. 그래도 기분 빠하시지만 나였어도 그럴 것 같다.  정도는 당연히 이해한다.


  두 번째. "아 저, 손님 심부름인데..." 아무리 손님 심부름이어도 드릴 수 없다. 그런데 어째선지 고객용 라운지 음료를 직원들이 먹는 경우도 봤다. 어쨌거나 직원이 라운지를 방문할 수 없다.


  세 번째. 버럭 화를 낸다. 진짜 악질인 직원은 보복까지도 했었다. "직원인 게 왜요?" 당연 물어볼 수도 있다. 하지만 위에 말한 이유들 때문에 드릴 수가 없는 거다. 충분히 설명을 드려도 매번 와서 매번 똑같이 화를 내고 가는 사람들이 많다.



지금까지도 내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말들.



"지금 제 명찰 보고 그러시는 거예요!!?"

"방금 저 조회하셨죠?!!"

"여태까지 잘 받아먹었는데 이제 와서 왜 그러세요!!!?"

 "아 안 먹으면 될 거 아냐!!!!"

"아니 제가 여기 쓴 돈이 얼만데 위에 얘기해도 문제없는 거죠??! 매니저님 부르세요!!"

"아 좀 해주면 어때서!!!"

"백화점 직원 아니에요!!! 아니라고!!!"


   텍스트여서 와닿지가 않는데, 문제는 소리를 지른다는 거다. 나를 아프게 한 사람 중 몇 명도 같은 백화점 직원이었다.


  웃긴 건 이 직원들은 매일 화장실에서, 직원 식당에서, 휴게실에서 만나는 사람들이다. 내가 저들을 모를 줄 아나보다. 나는 바보가 아니다. 나도 그들이랑 똑같이 손님을 응대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 중 누가 더 낫고 낮은 게 아니다. 오히려 당신과 같은 '을' 아닌가.


  본인 샵 고객들 앞에서는 그렇게 상냥하면서 왜 라운지에서는, 그것도 라운지 다른 손님들 다 있는 곳에서는 온갖 악이란 악은 다 쓰고 가는 걸까.

매거진의 이전글 "아가씨 말귀 참 못 알아듣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