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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디락스 Mar 22. 2022

엄마 아빠는 눈물콧물 흘리게 될 것이다


부모님에 관한 나의 감정은 내 인생에 큰 화두였다. 그 불편함과 미움에 이유가 될만한 뾰족한 무엇인가가 있다면 훨씬 덜 힘들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어릴 적 자주 맞았다든지, 엄마가 집을 나갔다든지 하는 큰 사건들 말이다. 그러면 실컷 미워해도 되는 것이었다. 미워하면서 죄책감을 가질 필요도 없었다. 나의 고통이 치통이나 두통처럼 명확하게 이름을 가지게 될 것이었다. 그리고 남들로부터 공감받기 쉬웠을 것이다.


나의 감정은 뿌연 안개 같은 불편함이었다. 그게 사람을 미치고 돌게 만들었다. 나에게 상처가 된 작은 사건들의 파편이 마음을 찌를 때 한번은 용기내서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해보기도 했지만, ‘옛날 부모들은 먹고 살기 힘들어서 다 그랬어. 이혼 안 한게 어디야.....”라는 답을 들어야 했다.


동네 작은 의원에서 할머니가 진찰받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할머니 어디가 편찮으세요?"


할머니는 대답했다

“눈도 침침하고, 다리도 아프고, 어제는 머리가 아파요. 다 아파.”


 의사 선생님이 어디가 아픈지 정확하게 이야기해야 진료를 한다고 했다. 할머니는 결국 비타민 수액을 맞고 집에 가셨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생각했다. 나의 부모님에 대한 감정을 누군가에게 이해받는다는 것은 불가능 한것인가 보다.


그래서 혼자 답을 내보려고 아등바등거렸다. 이 감정에 이렇게나 집착한 이유는 우울증의 뿌리가 여기에 있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시는 우울증의 늪에 빠지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나의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나의 어린 시절이 자꾸 떠올랐는데 그때마다 나는 감정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못난 엄마의 해결하지 못한 감정이 아이들에게 분명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나는 오늘 마음 먹었다. 우리 부모님을 정확하게 점수메기기로 마음먹었다. 엄마의 음식, 아빠의 노력, 내 눈 앞에서 부부싸움을 한 일 등등 모든 일에 대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앞으로 내 머릿속에 모든 기억을 탈탈 다 털어낼 것이다. 그리고 그 사건들마다 마이너스 플러스 점수를 메길 것이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70점 이상이면 부모님께 잘할 거다. 일주일에 한번씩 전화하고 자주 찾아 뵐꺼다. 70점 이하면 과락이다. 나는 지금처럼 도리만 하고 살꺼다. 지금처럼 한 달에 한번 정도 전화를 하고 일 년에 두 번 설날과 추석에만 찾아 갈 것이다. 옷도 갈아입지 않고 서둘러 점심만 먹고 시댁으로 도망칠꺼다. 늘 그랬듯이 나의 위속에 음식을 욱여넣고 시댁 안마의자에서 소화 시킬 것이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머리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감정이나 생각을 적을 것이다. 그리고 한 달 뒤에 평가를 할 것이다. 70점을 넘는지 안 넘는지 점수 메길 것이다. 조용히 빨리 끝내고 싶다. 엄마가 바람나서 집에 안들어오고, 엄마 아빠가 싸우고, 나는 구석에서 울던 기억을 온세상에 떠들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미 여러번 나는 실패했다. 이번 인도 여행을 하면서 부모님에 대한 감정에 답을 내야지, 아이를 키우면서 답을 내야지, 글을 쓰면서 답을 내야지. 모두 실패했다. 피할 수만 있다면 나는 이 감정과 정면으로 마주하고 싶지 않다. 이번에는 꼭 성공하고 싶다. 끝장을 보고 싶다.


제주도에 사는 59년생 김정자와 61년생 전종덕은 눈물콧물 흘리며 내 앞에 무릎꿇고 싹싹 빌게될 것이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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