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노래

이거이 둠칫 둠칫

by Letter B




안녕하세요, 어쨌든 노래 17번째 시간입니다.



어느덧 1월이 가고 2월이 시작되었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새해를 맞이하고 한 달이 훌쩍 지나가있네요.

특별히 한 일은 없는데, 참 바쁘게 보낸 것 같습니다.


저는 이상하게도 1년 12달을 떠올리면, 1월 달이 가장 초라하고 쓸쓸하게 느껴지는데요. 아마 특별한 행사도 없고, 새로운 해를 맞기 위해 모든 열정을 쏟아부은 지난날 덕분에 모두가 움츠리고 에너지를 비축해 두는 시기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이런 부분에서 사람들이 쏟아내는 활력이라는 것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는데요, 아마도 활기라는 것도 거리를 꾸미는 아주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로 작용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화려한 장신구가 걷히고 난 뒤의 계절의 모습은 생각보다 볼품이 없습니다. 그 낱낱 한 민낯을 견디기가 생각만큼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들뜬 마음도 이제 모두 사그라들었죠. 그래서 1월이 오면 다들 희망보다는, 씁쓸한 계절의 전경을 기억하게 되나 봅니다.


얼마 전에 식물에게 줄 영양제를 샀어요. 시중에서 천 원이면 구할 수 있는 그냥 보통의 영양제인데, 제 돈으로 직접 사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산 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물만 줘도 잘 자라던 식물이 기운이 없이 쓰러져있는데 처음으로 살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집에 오래 머물다 보니 식물에게도 마음이 쓰이나 봅니다.


그런데 좀 놀라운 게 식물에게 영양제를 투여하면 건강 상태와 달리 영양제를 바로 흡수할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마는 안더라고요. 자기 몸 상태에 맞게 좋은 것이 투여돼도, 스스로 선택해서 투여량을 선택하기도 하나 봅니다. 최근에 가장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어쨌든 지금은 아주 건강한 상태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좀 놀랍죠?


오늘 어쨌든 노래 17번째 시간의 주제는 '이거이 둠칫 둠칫'라고 정해보았습니다.




candy wappers - summer salt




첫 번째로 선곡한 살살 불어오는 봄바람을 닮은 곡입니다. summer salt의 candy wappers인데요. 오늘은 미리 앞서 좀 알려드려야 할게 전부 포크송으로 준비해 봤어요. 이유는 차차 알려드릴 건데요. 스크롤을 내리실 분들은 조금 참고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Summer salt를 많이 아실지 모르겠어요. 저는 몇 년 전에 우연히 노래를 듣다가 알게 되어서 좀 찾아보게 된 케이스인데요, 의외로 미국 밴드더라고요. 여성 분이 반드시 포함되었을 것이라 여겼는데, 남성 두 분이 계시더라고요. 그 뭐랄까. 배신감이랄까요. 자유로운 보헤미안 여성의 이면에 흑심이 도사리고 있을 것 같은 기분입니다.


그럼에도 어렵게 구한 케이스 안에 든 캔디를 꺼내 먹듯 summer salt의 곡들을 꺼내 듣게 되는데요, 이번에 소개해드릴 곡이 바로 그런 곡이라고 여겨집니다.




Candy Candy Candy Candy Wrappers alone
crowd the floor, dirty room
Candy Candy Candy Candy Wrappers alone
brushing my teeth I clean then
and oh my sweet tooth gone




곡을 듣다 보면 저는 영국의 한 작은 시골 마을이 떠올라요. 평화롭고 따뜻하죠. 익숙한 정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한 걸음 씩 수줍은 걸음을 옮기죠. 그 시간만큼은 놀라울 만큼 평온합니다.


아마 우리가 summer salt의 노래를 듣는 순간 가장 많이 느끼게 될 감정이 아닐까 싶어요. 그런데 참 이상하죠? 그 시간 뒤에는 반드시 잘 차려입은 미대 오빠가 비웃듯 앉아있는 겁니다. 곡이 끝난 뒤 이 미묘한 감정선에 대해서 우리는 잠시 머뭇거릴지 몰라요. 그렇지만 누구나에게 존재하는 노스탤지어라는 점에서 슬며시 미소를 품을지도 모르겠네요.


노래를 듣는 내내 수줍고 서툴던 시간들이 떠오릅니다. 차마 떠올리기 부끄러운 순간들도 이 곡과 함께라면 씁쓸한 미소로 화답할지 모르겠어요. 음악이 가진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raniy happy day - 윤종신




두 번째로 소개해드릴 곡은 윤종신의 Raniy happy day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듣는 윤종신의 곡입니다. 꾸준히 음악 작업을 이어가고 계시지만, 리스너의 마음을 잡기가 쉽지 않아요. ㅋㅋㅋㅋ 그런데 이 곡은 함께 들으면 좋을 것 같아서 들고 와 봤습니다.


일단 곡이 시작되면 아련한 90년대 사운드가 떠오릅니다. 보랏빛 향기가 코에 스윽 베어 묻을 것 같아요. 청장년층들에게는 2010년 대가 함께 떠오를지도 모르겠어요. 재즈와 하우스 음악이 부흥을 일구던 서울을 말이죠.



나의 발걸음 어딘가로 바로
어느새 거리 색은 촉촉 짙어지고
지나는 차바퀴 촤촤 흩뿌린 빗물
바지 밑단 축축축 젖어 있지만
난 좋아요 Rainy Sound



가사가 참 재미있어요. "촤촤", "축축축" 잘 안 쓰이는 의성어들이 곡 속에 태연하게 녹아 있죠. 중요한 건 전혀 이질감이 들지 않는다는 건데요. 리듬도 참 편하고 좋아요. 조금 유치한 몸짓도 잠시 잊게 되는 거예요. 그런 태도도 이 곡에서만은 허용이 되죠. 놀라운 마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것이 윤종신의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 음악앱을 켜면 월간 윤종신이라고 매달 새로운 윤종신의 음악이 발간이 됩니다. 그런데 아마 월간 윤종신의 음악을 매달 챙겨 듣는 분은 많지 않을 것이라 여겨져요. 한 가수의 음반에 포함된 전체곡을 플레이하기란 골수팬이 아니면 여간해서 어렵죠. 그럼에도 리스너들에게 매달 새로운 곡이 발간된 다는 사실이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아마 저와 비슷한 분들은, '보그'나 '얼루어'처럼 월간지를 찾아보듯 월간 윤종신을 가끔 떠올릴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어쩌다 코드가 맞는 곡을 발견할 때면, 딱히 그 가수의 음악을 좋아하지도 찾아듣지도 않았음에도 아주 익숙한 가수의 편을 들어주는 것처럼 신이 나게 되는 거죠. 그 이면에는 오늘 소개해드린 곡처럼 윤종신이 전달하는 음악에는 사람에게 다가서는 허울 없는 정서가 여전히 살아 숨쉬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곡을 소개하려고 쓰다 보니 벌써 3번 넘게 반복해서 듣고 있습니다.

3번째 듣는데도 저의 몸은 여전히 이 박자가 좋다고 합니다. 저는 쉬이 리듬을 타지 않거든요.

그런데 이 곡이 그렇게 말하는 거 같아요.


"리듬 뭐 그까이꺼 ㅋㅋㅋㅋ"


라고 말이죠.








fever - kings of convenience



세 번째로 소개해드릴 곡은 klngs of conveniece의 fever란 곡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새로운 앨범으로 찾아온 kings of conveniece입니다. 이 밴드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많이 없을 것 같아요. 이미 미디어에 여러 차례 노출이 되었고, 실제로 국내에도 여러 번 내한이 이루어진 밴드이기 때문에 한국인들 사이에서 더욱 유명할 것으로 여겨지네요.


저도 어쩌다 곡을 발견하게 되고 아무 생각 없이 지금까지 들어오고 있는데요, 생각해 보니 그렇게 kings of convenience의 음악을 들은 지 10년이 넘은 거예요. 그것도 새로운 곡 없이 말입니다. 그런데 늘 들어도 새롭습니다. 언제 들어도 편안하고, 세련됐죠. 거기다 추억을 동반하니 어쩌면 이런 곡들이 있나 싶을 정도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들어온 터라, 쓰면서 정말 놀란 건 사실인데요, 길게 보았을 때 이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잘 모르겠어요. 책으로 치면 아주 재미있는 소설책을 여러 번 뒤적여보는 것과 그렇게 다를 것이 있나 싶기도 하고요. 꼭 유행을 타야만 좋은 책이 아닌 것처럼 말입니다.



Fever, you got fever
In return, while taking care
Of that same one who now is gone
And can't take care of you

Fever, I got fever too
Of a different kind, it makes me wild
It makes me crave to be with you
Almost every second of the day




아마 kings of convenience를 좋아하는 대다수의 팬들이 그들을 편한 음악의 소유자라고 여기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가사가 굉장히 시니컬하죠. 그래서인지 그들이 자아내는 분위기도 어딘가 시니컬합니다. 흔히 보헤미안을 떠올리시는 분들이 쉽게 접근했다가, 그들의 우아한 냉소에 좀 놀라 돌아서곤 할 텐데요. 저는 다행히 냉소를 먼저 발견한 케이스라 아직 듣고 있습니다. (농담입니다.)


적다 보니 그들이 서울 재즈 페스티벌에 내한했을 때가 기억이 나는데요. 비가 보슬보슬 내리던 2013년의 서울입니다. 그들의 음악이 그렇잖아요. 비주얼도 한몫합니다. 재력과 학벌을 고루 갖춘 집안의 자재들이 취미로 음악을 하는 것처럼 섬세하고, 우아하죠. 철학적이면서도 부담 없이 가볍죠. 이런 모든 요소들이 모여서 시니컬한 이미지가 형성되는 것 같은데요, 실제로 페스티벌에서 만난 kings of convenience의 모습은 좀 더 편안하고 위트 있는, 자신들의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로 기억되네요. 오히려 한국팬들에게서 편애가 느껴질 정도로 말이죠.


시대를 막론하고 언제 들어도 늘 함께 있던 것처럼 편안함을 선사하는 음악을 두고 클래식이라고 표현하잖아요. 그리고 우리는 현대판 클래식을 발견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hocus pocus - summer salt



네 번째 곡은 summer salt의 hocus pocus입니다.

이 곡 역시 앞서 소개해드렸던 3곡과 비슷한 맥락의 곡입니다. 제목이 재미있죠? 'hocus pocus'는 마법이 걸리는 주문과 같이 사용되는 단어라고 합니다. 제목부터 구미가 당기는 곡입니다. 이 밴드의 음악을 좀 접하신 분들은 제목만 보아도 '아마 또 흥얼대며 조소를 날리겠군'하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어요. 이 곡 역시, 역시입니다.


앞서 소개해드린 kings of convenience가 시니컬과 위트를 갖춘 엉아들이라면, summer salt는 아직 수줍음을 간직한 새침데기 친구들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이 곡 역시 그런 그들의 성향이 잘 드러나는 곡이라고 보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Call me the reason there's a lock on your door
I don't seem to really care
About the guilt lent
Minor details I had right when
Fixing every fault that I had never wrong for faulting
Hocus Pocus if I care


이 곡을 들으면 가사를 찾아보기 전에도 어떤 희열이나 해방감을 느낄 수 있는데요, 이런 부분에서 음악이 만국 공통의 언어라는 것은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Hocus Pocus if I care'


언젠가부터 붐처럼 일어난 '꿈을 이루고, 세상을 바꾼다'는 움직임의 무질서가 고착화되어 가면서 본질을 잃어가는 것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그중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것이 저는 음악이라는 분야라고 생각하는데요, 단순히 음악이라는 분야에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부분에서 답답하신 분이 아마 저만은 아닐 것이라 여겨져요. 본질을 잃지 않고 유지한다는 것은 그만큼 힘든 일이니까요.


누군가에게 잣대를 겨눈다는 건 그마만큼 자신에게 엄격해져야 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잣대를 겨눈 만큼의 잣대를 견뎌내야 하는 부분도 생기겠죠. 그러한 과정에서 본질을 잃어가게 되는 대상에게 실망하는 것은 그마만큼 자신이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이 곡이 그러한 부분을 잘 표현해내고 있지 않은가 싶은데요. 조금 가볍게 표현된 곡이어서 가사에 오해를 유발할 여지가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갑갑함들에 대하여 음악으로 잘 풀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주문을 외울 시간인지도 모릅니다. 당신을 옥죄여 오는 모든 것들에 대해 말이죠.



"Call me the reason there's a lock on your door

I don't seem to really care"




sincerity is scary - the 1975



마지막 곡으로는 이미 한 차례 소개해드린 곡인지도 모르겠습니다. the 1975의 sincerity is sacry입니다.


the 1975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차례 소개를 해드렸기 때문에, 굳이 언급을 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아요. 항상 글로 선뵈이다 보니까 새로운 곡들을 준비해야 한다는 압박이 남모르게 있었는데, 이번에는 곡을 선곡하면서 이야기의 흐름에 맞게 마지막 곡은 위트 있게 가보자하는 마음이 들어 숱한 유혹을 뿌리치고 꿋꿋하게 선곡한 곡이라고 자신 있게 소개하고 싶네요.


지치고 힘든 날일수록 유머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날들도 잦아지고 있습니다. 벌써 꽤 오래된 습관 같아요. 그만큼 일상이 낯설게 다가오는 순간은 언제 어느 때고 도처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럴 때면 늘 이 곡으로 위안을 받곤 했던 것 같아요. 우스꽝스러운 나의 모습도 조금은 그만한 사유를 갖고 있게 되는 거죠. 아마 매사에 진지하게 접근한다는 것에 그마만큼의 책임감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그 참혹한 결과를 제대로 직시할 사람이 얼마남지 않는 씁쓸함에 대해서 우리 모두 성장하면서 자연스레 익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Why can't we be friends, when we are lovers?
'Cause it always ends with us
hating each other Instead of calling me out
you should be pulling me in


I've just got one more thing to say
I'm just pissed off because you pied me off
After your show






고생 끝에 어쨌든 노래 17번째 시간을 마무리해 봅니다.


항상 주제를 정하고, 선곡된 곡들을 여러 차례 들으며 글로 옮기다 보면 오늘 전하는 이야기가 저만의 시점으로 독자분들께 너무 무겁게 다가서고 있진 않은지 매번 고민하게 되는데요. 그래서 자꾸 군더더기를 빼는 과정을 연습한다고 하면서도, 잘 안 되는 어쨌든 노래인 것 같습니다.


저는 브런치를 진행하면서 한동안 멀어졌던 음악과 다시금 많이 가까워졌다고 전하고 싶은데요.

부디 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서도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추억과 글을 통해서, 음악을 통해서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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