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노래

봄까지 몇 cm

by Letter B



안녕하세요, 어쨌든 노래 18번째 시간을 맞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겨울에 대해서 짧게 상기하면서 17번째 포스팅을 마쳤던 것 같은데, 어느새 봄이 코 앞으로 성큼 다가섰습니다. 귀차니즘을 못 이기고 매번 똑같은 두꺼운 패딩으로 무장하고는 동네를 어기적 거린 것이 엊그제 같은데, 봄이 오긴 오나 봅니다. 막상 패딩을 벗어내려고 하니 좀 아쉽더라고요.


계절이 바뀌면 가장 먼저 신경 쓰게 되는 것이 옷인 것 같은데요, 여러 가지 사유가 있겠지만 저의 경우는 역시 날씨의 온도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계절이 주는 온도를 필터 하나 없이 있는 그대로 느껴보고 싶은 거죠. 날씨에 맞는 두께를 찾아보는 겁니다. 이 과정이 무척 별것 아닌 것 같은데, 막상 거리에 나서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무척 중요하잖아요. 티 한 장의 두께로도 그날의 온도가 달라지기도 하니 말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부분이 패션이 주는 즐거움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래서 나이를 먹게 되면 조금 더 편안한 옷으로 멋을 내는 법을 익히려고 노력하나 봅니다.


겸사겸사 오늘의 주제는 '봄까지 몇 cm'라고 정해보았습니다.


















종현 - 사람구경 중



첫 번째로 선곡한 곡은 종현의 사람 구경 중이라는 곡으로 선곡해 보았습니다.


저는 처음 이 곡을 들었을 때 별다른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냥 리드미컬한 리듬인데 가수 샤이니의 곡을 즐겨 들으시는 분들이라면 종현의 싱글 앨범이 좀 새롭게 느껴지셨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이돌과 뮤지션이라는 개념이 좀 나누기 어려운 영역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종현의 노력이 돋보이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시도를 한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앨범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국내에서 좀처럼 듣기 힘든 재즈 리듬에서 대중적인 POP느낌을 이질감 없이 접목시키려고 실험적인 시도를 많이 한 것 같아요.


처음 곡이 시작될 때 자동차의 클락션 소리로 시작을 하게 되는데, 그만큼 노래가 가벼워요.

혼잡한 8차선 도로에 길게 늘어선 정체된 차들을 유리 너머로 바라보며 아이스커피 한 잔을 마시며 적어낸 곡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곡이 몰고 가는 상황에 비해 위트가 넘치는 곡입니다.


도시의 한가운데 있어도 혼자 있는 것 같은 이유 없는 단절 속에서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 벽 안에 갇힌 것처럼 갑갑함을 느끼게 되는데요, 그러한 순간들을 맞이할 때면 저는 도로의 한가운데로 나서곤 했던 것 같아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해방감이라는 것이 인간관계 속에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한 부분에서 굳이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곡을 듣고 해방감을 느끼시는 분들이 많으셨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저 사람들은 어딜 간대
뭐가 저리 바빠 꼭 혼이 빠진 것 마냥
고갤 푹 고갤 푹 또는 폰에
시선 고정
야 앞 좀 봐 위험 위험해
대낮 버스 정류장



모든 이로부터의 이격은 다시금 관심을 생성해 내기도 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무작정 지나가는 모든 것들에 시비를 걸다 보면 또 이런저런 이야기가 생기기도 하고, 그것이 또 다른 이해로 이어지기도 하거든요. 저는 그런 의미에서 아주 갑갑한 날이면 이 곡을 들으면서 거리로 나섭니다. 세상을 향한 조소인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그러한 비폭력 조소들이 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거든요, 의사를 표현하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적당한 선에서 (웃음)


사소한 관심의 시작이 변화를 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온유 - In the whale





두 번째로 선곡한 곡은 온유의 In a whale이라는 곡입니다.


이 곡은 사실 작년에 발매된 온유의 두 번째 앨범에 실린 곡인데요, 온유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가수 샤이니의 리더라고 아마 모두 떠올리실 것 같아요. 샤이니하면 보통 저희가 떠올리는 게 "노래 잘한다", "완벽", "소년"이러한 워딩으로 굳혀질 것 같은데요, 그래서인지 처음 온유의 앨범이 나왔을 때를 떠올리면 가수로서 자신의 이미지를 깨지 못하고 어떠한 영역에 갇혀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온유 개인의 역량이 돋보인다기보다 온유라는 가수의 이미지가 먼저 두드러지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았는데요.


이번에 두 번째로 발매한 앨범에서는 그러한 이미지를 깨고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기 시작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러한 계산이 들어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어쨌든 가수 샤이니를 지켜와 본 분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이돌이라는 영역 때문인지 좋은 보컬이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에 가려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이게 요리로 비유했을 때 레시피가 있는 대리점에서 오래 일했기 때문에 그들이 노력해 온 시간들이 폄하되는 경우가 많은데 막상 현장에서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거든요. 대기업일수록 좋은 교육과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고 보아야겠죠. 그럼에도 어떠한 부분에서 여전히 깨기 어려운 딜레마가 사회 전반에 자리 잡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구조 속에서 서로에게 편견 없는 시선을 더하는 것이 우리의 또 다른 딜레마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동굴은 참 거대해
깊고 적막만 가득해
밤과 낮 하루가 바뀌는 사실도 잊은 채
난 가만히 꿈을 꾸고 있어
그 눈빛에 기대어
아주 오랜 밤을 지나는 중이야



항상 스토리를 전하는 샤이니의 앨범을 떠올려봤을 때 온유의 앨범은 그러한 구조를 타파하기보다, 확장해 나간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글을 적다 보니 아쉽기도 합니다. 샤이니하면 제일 많이 따라붙는 수식어가 "소년에서 남자로"라는 문구였던 것 같은데, 이번 앨범에서 그러한 문구를 잘 대변해주지 않았나 싶어요. 영리한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기하 - 그러게 왜 그랬어



세 번째로 소개해드릴 곡은 장기하의 그러게 왜 그랬어입니다.



그러게 왜 그랬어?
왜 애초에 그런 말을 했어?
이렇게 이 시간에 찾아올 거면서
비는 또 왜 맞았어?
너 지금 무슨 드라마 찍어?



장기하의 곡은 역시 풍자가 일품이지 않나 싶은데요, 복잡하고 무거운 감정들을 툭툭 털어내듯 이야기하는 그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난해한 순간들이 가벼워지는 기분입니다. 어제의 부끄러움의 뒷맛이 이렇게 씁쓸할 줄이야라며 시간을 곱씹게 되는데요, 이 과정이 오그라들지 않는 건 주윤발의 허세도 먹힐 것 같은 노래가 주는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상에서 용기를 얻는 과정은 생각보다 아주 쉬운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러한 쉬운 순간들을 놓쳐버리는 이유는 아마도 눈앞에 놓인 허상들이 그마만큼 우리의 삶을 지탱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답이라는 건 인생에 존재하지 않지만, 영영 잊어버리고 살 순 없는 존재들이기도 하니까요. 모두가 치열하지만 그러한 것을 서로 이해하기까지의 거리는 쉬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니까요. 어쩌면 이미 만들어져 있어도 닿기까지의 거리에 아주 많은 장애물이 놓여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장기하의 곡들은 선곡하기 좋은 곡들이 종종 숨어 있어요. 간혹 그의 노래를 오래 듣다 보면 진부하다고 느껴질 때도 있지만, 일상에서 그가 선사하는 용기를 한 번 맛본다면 계속 찾게 될 거란 생각이 듭니다.






SHINee(샤이니) - Punch Drunk Love






마지막 곡은 샤이니의 Punch Drunk Love란 곡을 선곡해 보았습니다.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있다고 하는데, 저는 이 곡이 그러한 인간의 신경까지 염두해 가면서 만들어지지 않았나 의심을 해봅니다. 흥만으로 갑갑함이 해소될 수 있을까? 란 질문에 굳이 답을 내린다면 저는 이 곡을 좀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그 정도로 아주 흥겨운 곡인데요.


저는 샤이니의 '셜록'앨범을 들을 때마다 매번 감탄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앨범 구성 자체가 그들의 목소리를 극적으로 철저하게 분석해서 만들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아주 치밀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거든요, 그런데 그걸 또 가수들이 무리 없이 소화를 해낸 앨범이 바로 '셜록'이 아닐까 싶습니다.


Perfect.


뭐 이런 단어가 절로 떠오르는데요.

그들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좋은 휴양지에서나 맛볼 수 있는 유명한 칵테일을 선사받은 기분입니다. 이런 게 맞는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글을 보시는 분들도 이러한 기분을 꼭 챙겨가셨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는 드러나지 않은 곡들에 그러한 매력이 숨겨져 있지 않나 싶습니다.



Punch Drunk Love
네 사랑에 취했나 봐
Wo oh oh oh Punch!
아무리 쓰러져도 나는 좋아
나는 계속 네게 잽을 날려 좋아
언제가 될지 아직 모르지만 너도 언젠가 결국 내게 한 번 쓰러지게 될 걸
Punch! Knock Down!



가사가 상황에 따라 꽤 흥겹게 받아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을 적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드는데요. (웃음) 그들이 일구어내는 화음에 가볍게 동참하는 마음으로 들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볕 좋은 몫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오늘은 이렇게 4곡을 선곡해 보았습니다.



봄까지 몇 cm? 라는 타이틀을 정하면서 봄 하늘을 봐도 두근거리지 않는 센티한 감성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하던 찰나 봄까지의 거리에 얼마만큼의 우리의 센티함이 남아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봄이 오는데도 센티해지는 기분을 달래기 어려운 것은 봄이라는 단어가 지닌 완벽성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인생에서 봄을 맞이한다는 것이 갈구하면 갈구할수록 어렵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일상에서 크고 작은 순간들에 늘 봄을 맞이하고 있지 않나 싶어요.


사람들은 때론 언어의 무게에 짓눌리며 살고 있지 않나 싶은데요,

말 때문에 괴롭지만 말로 또 치유하고 웃으면서 살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의 자유로운 생각들이 때론 구원이 되기도 하니까말입니다!


감사합니다.










keyword
이전 17화어쨌든,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