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와의 관계

by Letter B






휴대폰이 며칠 째 울리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식탁으로 심하게 내려쳐진 뒤의 일이다. 적어두었던 이야기들이 기억나지 않는다. 몇 번이나복구를 시도했지만, 여전히 먹통이다. 나는 서랍을 열어 한 켠을 메운다. 까만 화면은 금방이라도 응답할 것 같다.


아침은 늘상 그렇다.

침대를 벗어나면 의무적으로 TV를 켠다. 사람 냄새가 그리운지도 모르겠다. 화면 속 사람들은 웃는다.

바쁘게 움직이는 모양새 속에서도 유독 환한 입술만이 시야를 채운다. 쉼이 없다.


탁상 위에 버려둔 커피 한 잔이 차갑게 식어간다.

시계는 오전 7시 42분을 지나고 있다.


문을 나선다.

분주한 거리는 인사하지 않는다.

손으로 쥐어진 게 무엇인지 관심 두지 않는다.

이어폰 너머로 얼마 전 어렵게 제목을 찾은 클래식 음악 Bach - innovation C major 이 흘러 나온다. 단조롭게 전이되는 미묘한 긴장감이 시야를 정돈한다.


나는 유리창으로 언뜻 스친 엉망인 머리칼을 한번 더 손으로 엉클어 본다. 소통하지 않는다.


멀리 그녀가 인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