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해야 할 일이 떠오르지 않는다.
무른 금속이라니.
금속의 속성 상 금새 변형되고 변질될 것을 감안하면 이러니 저러니 해도 손해다.
사람들은 좋은 것이 걸렸다고 쉬이 오해하지만, 이런 금속일수록 망치질에 설어 세공 일이 기묘하게 신경을 건드린다. 하지만 아무도 모르겠지. 속성이 다른 금속을 섞어 굳히는 일은 간단하지만 그런 것을 이해할 만큼 융통성이 있는 녀석은 아니다.
어느 정도 두드린 다음에는 재단이 필요한데, 이런 부분에서 녀석의 예상치 못한 예리한 단면을 바라보는 일은 즐거움을 준다. 단면이 어느 정도 굳기 시작하면 끈기를 들여야 한다. 강도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무른 금속은 다루기 힘들다.
슥 – 삭
이상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예리한 단면을 가다듬는 일에는 끈기가 필요하다. 같은 면을 여러 번 거치는 과정에서 힘의 강세를 조율하는 일은 숙련공의 것을 요하지만, 무른 녀석일수록 그러한 부분에 대해서 끈기를 잃기 쉽다. 그럼에도 끈기가 있다면 반드시 무른 성질을 추천하고자 한다.
슥 - 삭
감각들은 어디를 가리키는 걸까.
금속을 다듬는 일이란 24시간 낯짝을 거울 앞에 두고 미묘한 표정의 변화를 부끄러움 없이 감내하는 일이라 하겠다. 그러나 그것은 근래들어 주로 나의 것이라고 명쾌하게 부르긴 어려운 것들이었다. 어느덧 세간에 떠도는 기술들이 나를 둘러싼다.
세세하게 나의 것을 분류하는 작업을 즐거운 자세로 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