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을 들여다본다.
본 적 없는 이들이 묻어있다.
왜 아무도 묻지 않는 걸까.
통째로 삶을 빼앗긴 기분이다.
부러 차가운 공기를 찾아 나선다.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유리창에 비춘 제 모습을 흘끗 보고는 수줍은 듯 시선을 포장했다.
정돈되지 않은 언어를 가득 담은 채 화면 앞으로 앉는다.
받아쓰기를 하듯 떠오르는 문장들을 몇 번인가 나열하다 그만두었다.
아무와도 소통하고 있지 않아요.
소통이란 건 모든 걸 내려놓은 뒤에야 가능한 것이었다.
그런 식으로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니에요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는 까닭이죠.
기약 없는 판에서 무모한 수를 점치는 일이야말로 어리석은 행위였다.
여자는 더 이상 전신을 내어 놓는 것에 부끄러울 리 없었다.
군더더기로 자칫 잃을 균형을 잡아 세워본다.
그렇게 진귀할 일도 아니었다.
그 마음을 버리라는 건가요?
터무니없는 사유에 여자는 웃고 말았다.
답이 없는 것에는 존중이 필요하죠. 그리고 무엇 하나도 포기할 줄 모르는군요.
어울리며 사는 법은 값을 매기는 것이 아님을 알아챌 리 없는 나이였다.
침대에서 벗어나 정답을 메긴다.
수가 틀리면 오답을 메긴다.
알아챌 리 없었다.
그렇게 가득 담은 채로는 앞으로 나아갈 리 없는 것이 협업이었다.
이미 충분히 많은 것들이 묻어나고 있어요.
죄책감을 덜구어 낸 지 오래죠. 무책임한 벌이잖아요?
많은 시간을 지나왔고 아무도 의심하지 않아요.
모든 감정들이 버거워요. 근래엔 잊어버린 것들이죠.
견디면 나아진다는 믿음은 영영 변하지 않을 신앙과도 같은 것이었다. 어쩌면 꼭 그랬다.
컴컴한 어둠 속 덤불 사이로 희미한 빛이 비춘다.
그려진 미래가 보이는 듯 암담해졌다.
절망이 왜 하필 이런 순간에 오는 것일까.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거리로는 활기를 띤 숨결이 떠돌았다.
불만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여자는 더 이상 의문을 품지 않는다.
온몸이 뒤틀리는 기분이다. 마음이 가볍다.
하루도 못 견딜 만큼 버거웠는지도 모르죠.
여자는 그림자로 자신을 포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