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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tter B May 02. 2024

어느 집착남의 말본새     









그를 바라보는 일을 두고 나는 수 시간 째 이렇다 할 단어를 고르지 못하고 있다.      

데이트가 이제 막 시작된 관계는 피곤하다.     

그를 보는 일은 그렇다.     

값이 나가는 수입 점토를 우아하게 치덕여 벽에 박제해 놓으면 저런 느낌일까.     

곧 값을 매기는 미술상이라도 좇듯 여유가 없다.      

나는 그럴듯한에서 자꾸 걸려 작은 탄식에도 세심하게 신경을 쓴다.     

나는 리드하는 것에 그리 능숙한 편이 아닌지라 그 기이한 치근덕거림에 대해 이상의 표현을 찾아내지 못한다.                


성명이 끝나면 나는 영 못 마땅한 박수를 친다.                


그는 그러한 일에 꽤 준비된 편이다.      

나는 그의 몇 해나 거슬러야 하는 후임의 입장이 되겠지만, 그러한 상황에 꽤 요령 있게 전달하는 편에서도 최근에는 그 철저함에 난감해졌다고 해야겠다. 그도 그럴 것이 어디선가 본 듯 맥락이 그러하여 어정쩡하게 조각난 문장을 이어 붙이려는 듯 영 본새가 좋지 못한 어투를 너무 자주 사용하는 것이 화근이다.                


아아, 예를 들면 그런 것이다.               


그러나 이해가 가는 집착이다. 흐드러진 말본새란 얼마나 사람을 집요하게 만드는가.      

나는 그러한 것이 자꾸만 거슬리는 일에 동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이러한 이야기를 마칠 즈음이면 기이하리만치 고유의 것을 보존하려는 성향이 짙어졌다.     

어쩌면 마땅한 일이다.      

나는 말을 내뱉고는 인간 본연의 성질에 대해 의구심을 던져야만 했다.               


뉘앙스가 좀 그런가.               


나는 그에게서 짙은 탐미의 흔적을 바라본다.      

영 드러내지 않는 까탈스러운 집착의 향연에 대해 말이다.      

그는 할 말이 있는 듯 본새를 가다듬는다.      

아무래도 고유의 것을 떠올리는 게다.              


멋들어진 말투죠, 아무래도.

그렇군요.                


나는 타이핑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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