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의 효용가치를 찾으렴 01
딸 오늘 낮에 아직 집에 올 시간도 아닌데 네게서 전화가 왔어. 생리통이 심하다며 조퇴하겠다고 연락이 왔었지. 다시 공부를 시작한 너는 너무 무리한다 싶을 정도로 열심히 해주어 엄마도 ‘이제 아플 때가 되었는데...’ 예상하고 있었어.
고등학교 시절이 생각이 나더라. 내신시험기간에도 대학수능시험 보는 날에도 제발 생리 기간만 겹치지 않기를 겹치더라도 생리통이 심하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했었던 기억이 나네.
사실 그때는 엄마도 마음의 여유가 없다 보니 사람이 점점 더 옹졸해지더라.
네가 생리통으로 집에 온다고 연락이 오면 공부 못하는 시간과 그림 못 그리는 시간들이 너무 아까워서 나중엔 화도 나더라고. ‘그거 조금만 참으면 안 되나? 다들 아파도 이겨내던데...’
또 한편으로는 그런 마음을 품는 엄마자신이 싫어지고 마음이 괴로워서 주말마다 눈물의 회개기도를 얼마나 했는지 모른단다.
그런 마음을 들키지 않으면 좋으련만 눈치 빤한 네가 모를 리 없었을 테니 네 마음도 얼마나 힘들었을까.
너를 처음 안은 30대의 엄마도 지금의 50대의 엄마도 나에게 첫 딸로 와준 너와 함께 하는 모든 매일매일이 엄마로서 처음이기에 미숙하고 부족함을 그리고 수많은 실수들을 용서를 빌고 싶구나.
엄마 어릴 때 말이야 외할머니가 엄마를 참 예뻐하셨다.
중학생이 되어 생리통이 심한 엄마를 위해 시골에 지천에 널린 약초들을 캐다가 먹기 좋게 달여서 보내주셨어. 내가 보기엔 별다를 것 없는 풀들이었는데 할머니에겐 모양도, 이름도, 향기도, 효능도 모두 다른 귀한 약초들이었어. 익모초였던가 육모초였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시골에서 손수 채집한 약초를 엿과 함께 고아서 한 수저씩 떠먹으라고 해마다 떨어지지 않게 보내주었지.
하루 한 두 번 크게 한 수저씩 입에 떠 넣으면 달콤 쌉싸름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지는데 어릴 땐 먹는 게 정말 고역이었단다. 얼마나 쓰던지 아직도 어렴풋 그 맛이 기억이 나는데 지금은 먹고 싶어도 못 먹는 약이 되어버렸네. 효과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어.
그런데 찾아보니 익모초의 효능이 어마무시하네. 이 정도면 약초하나가 거의 만병통치약 수준인 것 같아.
까탈스럽지도 않게 배수와 통풍이 잘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자라는 익모초는 어머니에게 이로운 풀이라는 뜻으로 실제로 여성들에게 유익한 풀이라 붙여진 이름이래.
그래서 영어이름도 ‘motherwort’인가 봐.
오종종 귀여운 보라색 꽃도 피워내어 눈까지 즐겁게 해주는 익모초의 매력은 어디까지 인지 정말 쓰임이 많은 약초인듯해.
익모초는 체내 염증으로 인한 열을 식히고 어혈을 풀어주어 혈액 순환에 좋은 풀이다. 그래서 여성들의 생리통이나 생리불순에 효과가 있다. 생리불순으로 임신이 잘 안 되는 경우에 효과가 있고, 또 출산을 한 후에는 자궁 수축을 도와주어 약으로 쓴다. 여름 더위병 치료나 식욕 증진에도 효과가 있다. 또, 꽃에 꿀이 많아서 양봉에 도움이 된다. 출처: KO.WIKIPEDIA.ORG
도시에도 골목 사이사이 또는 건물이 허물어진 공터에 누구 하나 돌보지 않아도 스스로 무성하게 자라는 생명력 강한 풀들이 있지. 우린 그것들을 잡초라고 부르지.
우리가 흔히 그냥 지나치는 공터에는 다 비슷해 보여도 생각보다 다양한 잡초들이 자라고 있어.
그 잡초들은 대부분 약효가 증명된 약용식물이라고 하니 놀랍지 않니?
저마다의 쓰임에 따른 효용이 있더구나. 가장 필요한 곳에서 쓰임으로써 하찮게 여겨졌던 그 존재가 실질적인 도움이 되어 가치가 빛을 발하고 있지.
네가 꿈이라는 씨앗을 마음에 심어 정성껏 가꾸어 강인한 생명력으로 싹을 틔우고 잘 성장해 자립을 하면 너는 사회구성원으로서 자리매김을 하게 되겠지.
이 넓은 세상에 이만큼이 네 자리라고 그 어느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너의 굳건한 자리를 너는 만들어 나가야 하지. 너 스스로도 만족스러워야 하겠지만 필요에 의해 너의 몫을 멋지게 해 냄으로써 자아실현을 할 것이고, 성취감을 얻을 것이고, 자본주의 사회의 순리대로 너의 효용을 인정을 받아 경제적으로도 너의 가치가 보상이 되어지겠지. 진정으로 네가 원하는 꿈을 이루어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회에 일원이 되어 너의 몫을 해 내는 게 모든 부모들의 바람일 것이야.
그런데 딸 잘 생각해 보렴.
자본주의 사회는 자율경쟁 사회이기 때문에 오직 너만의 쓸모가 없다면 너는 금세 도태되고 말 거야.
어디에서도 너는 찾아지지도 쓰이지도 않겠지.
현대사회는 대부분의 직업의 수명이 인간의 수명보다 더 짧아졌다고 하니 오직 너만이 할 수 있는 쓰임을 찾아야지만 효과적일 거야.
익모초는 오로지 생리통이 있을 때 쓰이고 그 효력을 발생하지. 그리고 생리통에 쓰이는 약초 중에는 단연 독보적인 약초이더구나. 투통이나 다른 질병에는 약효가 증명된 그에 걸맞은 약초가 쓰이는 거란다.
또 약효가 더 좋은 대체 식물이 발견된다면 더 이상 기존의 약초는 찾아지지 않겠지.
새로 발견된 식물은 필요에 의해 재배가 될 수도 있을 거야.
옛 조상들은 어찌 알고 엄마는 봐도 다 똑같거나 모르겠을 풀들을 필요에 의해 구분하여 사용하였을까? 그 지혜와 슬기가 대단하고 그 과정에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희생도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든단다.
너는 너의 쓸모를 스스로 증명하여 너만의 ‘대체불가한 효용가치’를 스스로 찾아야 할 것이야.
더욱이 너는 그림을 그리는 아이니 풍부한 상상력과 창의적 사고로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할 너만의 쓰임을 깊이 고민해 보면 어떨까? 엄마는 항상 기도한단다.
인간의 효용 가치란?
사람이 특정 활동이나 재화, 서비스에서 얻는 만족도(utility)를 의미하며, 효용 가치는 개인이 느끼는 행복, 유용성, 또는 이익을 측정하는 기준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출처: KO.WIKIPEDIA.ORG
인간의 효용가치는 경제적인 관점과 철학적인 관점으로 나누어 볼 수 있어.
그런데 아이야
인간은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사랑받을 만한 충분 한 가치가 있다는 게 선행된다는 건 잘 알고 있지?
인간의 가치를 효용성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단다.
본질적으로 인간으로서 존재의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고 효용에 의한 가치만으로 판단한다면
생산성과 경제성 낮은 노인이나 어린이들은 그 가치가 낮게 되겠지.
또 관계로서의 효용에서도 마찬가지로 소통이 어려운 장애인들도 그 가치가 부정될 것이야.
인간의 존재 가치는 인간의 존엄성과 관련되며, 사회적·윤리적 관점에서도 중요하기 때문에 존재 가치가 기본이 된다는 걸 명심하렴.
엄마는 네가 엄마 딸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너를 사랑한다는 거 잊지 말길 바라.
너는 어디에서 무엇이든 간에 소중한 존재라는 거 염두하고 다음번엔 경제적 철학적 두 가지 관점의 인간의 효용가치에 대해 이야기해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