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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게서 배우렴. 생명을 지켜내는 Fake

by 방혜린 Apr 0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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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 어렸을 때 말이야 엄마가 너희들 낳던 순간을 생생하게 이야기해 줬던 거 기억나니?


너희가 얼마나 소중한 생명인지 말해주고 싶어서 시작한 그 이야기를 유독 너희들은 좋아했었어. 탄생의 순간을 엄마는 마치 뉴스 기자가 된 듯 생중계하며 긴장감 있게 얘기해 주었었지. 사실 너희들의 태어나는 순간을 1분 1초까지 자세하게 기억하는 이 세상 단 한 사람은 나밖에 없지. 그러니 어디서도 듣지 못하는 너희들의 출생 순간 다큐멘터리인 것이지.      


“내가 정말 그 병원에서 젤 예뻤어?”

“나는 그렇게 태어나는 순간부터 24시간 울었어?

     

쏟아지는 질문들이 재밌어서 엄마는 장난도 치곤 했었어. 누구나 나의 탄생의 순간이 궁금할 테지. 그래서 너희들도 이 이야기를 또 해달라고 조르곤 했어.  

    

아직도 어제일처럼 선명해 내 품에 안겨진 나 아닌 또 다른 생명의 따뜻한 온도와 묵직한 무게가 의무감으로 다가왔었어. 그렇지만 힘에 버겁거나 부담스러우리 만큼 무겁다기보다는 기쁘게 책임져야 할 의무로 생각했단다. 그렇게 부모가 되어 너희가 스스로 생명의 의무를 다 할 수 있을 때까지 마땅히 지켜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지.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는걸 스스로 선택할 수가 없어. 그리고 죽음의 순간도 마찬가지지.(물론 예외의 경우도 있지만.) 그러니 너에게 주어진 단 한번뿐인 삶과 죽음은 선택이 아닌 의무인 것이지. ‘의무’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하여야 할 일이란다. 사람에게는 살면서 주어지는 규범과 법적, 도덕적인 다양한 의무가 있지만, 그 모든 의무를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이 되는 네 생명의 의무를 잘 수행하는 게 선행되어야 할 것이야.

     

이제 곧 성인이 될 너희들에게 어릴 적 태어나던 순간을 이야기해 줬던 것처럼 앞으로는 스스로 네

주워진 생명의 의무를 충실히 다 하라고 이야기하고 싶었어. 누구나 아는 이야기이지만 사실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들 중 그 앎이라는 게 너무나 표면적이고 피상적일 때가 많아서 안다고 착각할 때가 더 많거든. 그리고 생명의 의무를 다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으니 한 번 더 들어보렴.

    

"생명은 놀라운 선물이다. 우리는 그것을 깨어 있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     

‘헬렌 켈러 (Helen Keller)’는 생명은 기적과 같은 선물이며, 그 소중함을 항상 깨어서 인식하고 삶을 충만하게 살아야 한다고 말했어. 이 말은 단순히 생명이 소중하다는 인식을 넘어서 우리에게 그 생명을 지켜내야 할 '의무'가 있다는 뜻이란다.     


우리는 왜 생명의 의무를 져야 하는 걸까?    

 

이 질문에는 우선 너희들이 이 세상에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를 알아야 할 거야.

너희가 엄마에게, 이 세상에게, 온 우주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엄마가 좋아하는 꽃으로 설명해 줄게.     


“모든 작은 꽃은 자연 속에서 피어나는 하나의 영혼이다.”1)

“Every little flower is a soul blossoming in nature.”

     

꽃은 곧 생명이고, 자연에서 피어나는 모든 생명에는 ‘영혼’이 깃들어져 있어.  

   

“살아있는 모든 것은 신성하다. 그것이 아무리 미미한 생명이라도”2)     


영혼이 깃들어진 모든 생명은 아주 하찮은 작은 것들조차 고결하고 거룩하단다.

    

꽃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생김도 색상도 모두 다 달라. 이 세상에 똑같은 꽃은 단 한 송이도 없어. 꽃이 저마다 보다 더 화려하게 더 아름답게 형형색색 한껏 뽐내며 피어내는 이유는 그 생의 의무를 다 하기 위해서야. 활짝 피어난 꽃은 색으로, 향기로, 모양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속임수(Fake)를 총 동원해서 벌과 나비, 새를 유혹하지.   

   

비록 짧은 순간 피고 지는 찰나와 같은 화양연화일지라도 꽃은 불평불만도 하지 않아. 걸을 수도 옮겨질 수도 없지만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도 꽃은 아랑곳하지 않고 스스로 찬란하게 피어있단다. 누가 보든 안보든 이름도 없이 있는 그대로 피어나 기꺼이 고유하고 존엄한 생명의 의무를 다하는 존재인 것이지.  

   

꽃은 그렇게 피어나 도움을 받아 꽃가루를 옮기고 수정을 하여 시들어 떨어지고 또 다른 생명의 씨앗을 만들어 내지. 죽음을 품어내어 새로운 생명을 예비한단다. 꽃의 죽음은 자연의 순환, 생명의 순환, 우주의 순환 죽음과 맞닿은 생명으로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란다.  

   

인간의 생명도 꽃과 다르지 않단다.  

   

꽃이 짧은 순간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피고 지듯

사람도 짧은 생을 살지라도 진심으로 자기의 삶을 살아낸 순간들이 가장 아름다워.  

   

꽃은 꽃 자체로 증명하지 않아도 아름답듯이

사람도 사회적 지위, 부의 유무, 외모등 외부의 기준과 상관없이 존재 자체로 의미 있는 존재란다.

    

꽃이 시들어지면서 다음 생을 준비하듯이

인간도 삶 속에서 인류에게 사랑으로, 기억으로, 업적으로, 희생으로 남겨지기도 하지.

     

꽃도 사람도 자연에 순응하며 자신만의 색으로 모양으로 방법으로 향기로 생을 피워내는 존재란다. 그러니 굳이 증명하려 하지 않아도 존재만으로도 소중하다는 엄마의 말 잘 알 수 있겠지?

   

우리는 어떻게 생명의 의무를 다할 수 있을까?     


다음번에는 주워진 생명의 의무를 묵묵히 다하여 삶의 꽃을 활짝 피워낸 우리 주변에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해 줄게.



1)L. M. Montgomery

2)프란츠 카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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