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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꽃망울이 외칩니다.  ‘나 여기 있어요~’

by 방혜린 Apr 01. 2025

딸.. 그리고 아들...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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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파트 입구에는 목련나무가 한 그루 있어.

원래 목련나무는 한 그루씩 심는 건가?

이제 곧 지천에 피어날 개나리도 진달래도 벚꽃나무도 무더기로 심어져 봄꽃 대표는 나라고 서로 우기는 듯한데 생각해 보니 한 그루 덩그러니 외로워 보이네.

그래도 기특하게 봄이 되면 보이지도 않는 저 위 가지마다 꽃망울을 망울망울 달고 있는 우리 동네 목련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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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겨울 끝자락의 추위가 꽁꽁 여민 옷 속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2월 말 즈음

언제부턴가 엄마는 목련나무 아래를 지나갈 때면 고개를 하늘로 쳐들어 꽃망울들이 달렸나 쳐다보게 되더라. 큰 기대 없이 쳐다본 나뭇가지에 어김없이 꽃망울이 달려있으면 얼마나 신통방통하고 예쁜지 모른단다.

'올 해두 나왔구나 환영해~'

그렇게 엄마에게 봄의 전령은 몇 년째 우리 동네 한 그루 목련나무였어.  

        

3 계절을 그냥 이름 없는 나무로 살다가 봄이 되면 

“나 여기 있어 “라고 말하는 듯 8년을 한결같이 피워내는 목련꽃.

그제서야 ‘아 맞다. 이 나무가 목련나무였지’ 생각하고 어느샌가 다시 보면 또 금세 꽃잎이 다 떨어져 그냥 나무로 또 3 계절.      

브런치 글 이미지 4

어쩔 때 보면 나무 전체가 한 다발의 꽃 같기도 하고, 또 어쩔 땐 한 송이 꽃 같기도 하고 잎도 없이 나무에 달려있는 화려한 꽃이 혼자서 스스로 지 몫을 해 내는 것 같아. 야무지게 말이야.     


이제 본격적으로 온 나라가 꽃잔치가 될 텐데 그럼 산으로 들로 꽃구경을 다닐 테고 벚꽃구경 진달래구경 개나리구경으로 길을 나서긴 해도 목련꽃구경은 안 하니 그렇게 화려하게 큰 꽃을 피워내는데도 참 허무하고 덧없지?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 동네 목련나무 내년에도 어김없이 꽃을 피워낼 테지.     


그런데 목련나무가 정말 3 계절을 아무것도 안 한 채 그 자리에 있었던 걸까?

삭막한 추운 겨울을 보내고 가지마다 생명 가득 품은 꽃망울을 달려내기 위해 스스로 조용히 얼마나 정성스레 많은 시간을 노력했을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데도 말이야.     



엄마는 니들이 목련꽃나무 같았으면 좋겠어.     


누가 보든 안보든 한결같이 그 자리에서 때가 되면 꽃망울을 맺어내고, 화려하게 꽃을 피워내고 또 존재감 없는 듯 지내다가도 나 여기 있다고 어김없이 추운 겨울 끝자락에 이른 봄을 미리 마중 나가 맞이하는 봄 꽃 목련처럼 말이야.


워낙 짧은 개화기간으로 해처럼 쨍하게 크고 화려하게 꽃이 피지만 오래가지 않아 꽃잎을 미련 없이 떨구고 마는 목련. 그리고 또 3 계절을 묵묵히 기다려 꽃을 피워내지.

잠시의 찬란한 순간을 위해 한송이 한 송이 꽃을 보면 그렇게 화려할 수가 없는 목련의 꽃말은 '고귀함'이라네. 꽃과 참 잘 어울리는 듯해. 화려한 꽃 때문이기보다는 인고의 시간을 묵묵히 지켜내어 강렬하게 존재감을 나타내는 목련꽃이라서 우아하고 고귀한 아름다움이 그 어느 꽃보다 어울리는 것 같아.


엄마는 네가 다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니 스스로를 위해 존재하여 묵묵히 자기 일을 해 낼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그리하여 인생을 스스로 고귀하고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렴.

누가 뭐래도 당당하고 떳떳할 거야.  혼자서도 충분히 풍성하고 행복할거야.

   

이 세상 사람들 중 어떤 개인은 2, 3인분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또 어떤 사람들은 자기의 몫을 못하는 사람도 많단다. 엄마는 적어도 니들이 각자의 몫은 묵묵히 해 내는 사회의 구성원이 되었으면 해.

잉여인간이 되지 않고, 기생하는 인간도 아닌 스스로 너의 존재를 각인시킬 줄 아는 그런 사람 말이야.     

브런치 글 이미지 5

매년 피어나는 목련꽃을 보듯 엄마는 너희들을 본단다.

그러니 조용히 묵묵히 한결같이 스스로 네 몫을 피워내렴.

그리고 당당히 “나 여기 있어요~” 세상에 외치는 너희들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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