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처럼, 장수풍뎅이처럼, 너처럼...
너는 생명의 본질에 충실한 진짜인 너로 너의 삶을 살아라.
얼마전에 엄마는 은둔형 외톨이, 중년이 된 청년들에 대해 조명한 충격적인 방송을 보았어.
대한민국 청년 100중 5명은 고립, 은둔 상태에 놓여있다. 마음의 빗장을 걸고 웅크린 사람들. 방 안에서 나올 수 없는 이유는 다양했지만, 그들 마음속에는 공통적으로 좌절과 불안이 무겁게 자리 잡고 있었다. 삶이라는 긴 항해에서 나침반을 잃은 채 표류한 사람들, 살아있지만 죽어 있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인 사람들. 20대에 스스로를 가둔 채 은둔생활을 20년째 하고 있는 40대 자식을 일을 하며 부양하는 70대 노모는 “내 새끼가 이렇게 될지는 생각도 못 했다. 한집에 살아도 서로가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를 지경”이라고 말한다. 방송은 한국이 고립, 은둔에 최적화된 나라이고, 한국에 사는 중년들에 대해서 심각하게 다루고 있다.
출처 : KBS1TV 추적 60분, ‘그렇게 20년이 지났다. 은둔 중년’편
지금 이 순간에도 너무 많은 생명들이 살아 있는 척하며 조용히 죽어가고 있어. 또 죽은 듯이 살아가기도 하지. 숨을 쉬고 일상을 반복하지만, 눈빛은 텅 비고 마음은 서서히 무너져가고 있단다.
인간의 무감각, 사회의 시스템, 그리고 무의식적 소비의 잔혹성에 숨겨져 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내면은 이미 꺼져버린 촛불처럼 위태롭게 생명을 이어가는 이들이 많아. 언제 꺼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불안한 상태로 말이지. 생각나는 사람이 있니? 은둔형 외톨이뿐 아니라 엄마는 언 듯 이런 사람들도 생각나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식사를 하고, 말벗도 없이 TV만 바라보며 그저 끝을 기다리는 노인들.
살아는 있지만 더 이상 삶이라 부르기 어려운 나날을 버티는 중이지.
일자리 경쟁, 스펙 쌓기, 취업 준비에 쫓겨 자신을 돌아볼 여유조차 없이 바쁘게 움직이지만, 정작 내면은 점점 식어가는 청춘들. 꿈을 포기한 채 시스템 안에서 살아가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조금씩 죽어가고 있어.
빛 한 줄기 없이 철창 속에서 살다가 한 번도 달려보지 못한 다리로 도축장에 끌려가는 동물들.
살아있지만 철저히 통제되고 감각이 지워진 채 존재만 유지되는 생명들. 공장식 축산이 만든 비극이야.
등교는 하지만 교실이 지옥처럼 느껴지고, 누구에게도 마음을 털어놓지 못한 채 투명인간처럼 존재하는 학교 폭력 피해 아이들. 조용히 꺼져가는 마음으로 하루를 버텨내고 있어.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숨소리조차 조심해야 하는 삶.
사랑받지 못한 채 자기 존재를 지우며 살아가는 가정 내 폭력 피해자들.
매일 같은 지하철, 같은 업무, 같은 회식. 감정 없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왜 살아야 하지?'라는 질문조차 잊어버린 도시의 사람들. 의미 없는 삶을 그저 버티는 거지. 살아는 있지만, 진짜 살아있는 게 아닌 상태. 아슬아슬하게 버티다 끝내 끈을 놓아버리는 이들도 많단다. 참 안타깝고 가슴 아픈 현실이야.
생명은 어쩌면 더럽고, 불편하고, 끈질긴 것일지도 모르겠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찾고, 삶의 의미를 찾고, 나답게 살기 위해 애쓰며 살아가지. 바로 그 애씀 속에 생명의 진짜 의미가 있어. 그래서 생명은 더없이 아름답고 가치 있게 되는 것이지.
엄마는 요즘 "진짜인 나로 산다는 건 뭘까" 자꾸 생각하게 돼. 그래서 엄마가 네게 건네고 싶은 방법이 있어. 이 모든 걸 꼭 기억하고 실천하라고 당부하고 싶지는 않지만 너의 마음 어딘가에 살며시 머물 수 있으면 좋겠어.
1. 생명,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민감성을 잃지 말아라.
생명에 대한 무감각을 감각으로,
생명에 대해 작은 자극에도 곧바로 반응하는 살아 있는 감각으로 머리로만 아는 게 아니라, 가슴, 피부, 뼈까지 반응을 하는 온몸으로 느끼는 감정을 갖으렴. 심장이 뛰는 것처럼 감정이 아니라, 생리적으로 움직이는 수준으로 모든 살아있음에 반응하렴. 그리하여 감정, 감각, 의식이 다 열려있는 항상 깨어 있는 상태여야 한단다.
생명에 대한 무관심을 관심으로…….
생명에 마음을 다한 응시와 타인의 하루, 표정, 말투 하나에도 마음이 가는 깊은 염려와 관심은 생명의 생명력을 끝까지 존재하게 해주는 힘이 될 것이야. 이런 감각과 정신은 분명 행동으로 나타날 거야.
2. 너 스스로 너에 대해 잘 알았으면 해.
이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란다. 하지만 중요한 일이야.
네가 좋아하고, 싫어하고, 잘하고, 못하고, 가치 높게 생각하는 것들이 모여 너를 만들고 너의 삶의 철학이 생겨서 진짜 너로 살아갈 수 있게 할 거야.
좋아하는 걸 억지로 찾지 말고, 편하게 자주 하는 걸 살펴봐
삶에 쫓겨 살다 보면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답답해지지. 생각보다 외부의 압력이나 시선에 의해 억지로 하는 것들도 많단다. 집요하게 너만 바라보고 이기적으로 네 속마음을 들여다보렴. ‘좋아하는 것’은 갑자기 반짝이는 별처럼 나타나지 않아. 오히려 너도 모르게 자주 하게 되는 것,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게 되는 곳에 네가 숨어 있어. 그걸 무시하지 말고 잘 붙잡으렴. 엄마는 네가 요즘 사라진 철학을 공부하기를 추천해. 꼭 공부가 아니더라도 관심정도도 괜찮단다. 네가 너로서 살아갈 수 있는데 큰 길잡이 역할을 해 줄 거야.
3. 네가 부끄러워하는 것들 속에, 진짜 네가 있어
말하기 창피해서 속으로만 삼키는 감정, 허황된 꿈이라고 치부될지 모를 꿈, 남이 알까 봐 숨기고 싶은 모습들. 그건 결점이 아니라, 진짜 너일 수 있어.
남들 앞에선 몰라도, 너 자신 앞에서는 솔직해져도 괜찮아. 세상은 자주 강한 척하는 사람보다, 정직한 사람에게 더 깊이 반응하니까.
엄마는 최근까지 꿈이란 단어를 터부시 하고 살아왔다. 약간은 먼 일처럼 특별한 사람에게나 이루어지는 것이란 막연한 생각이었어. 이 글을 쓰면서 또 독서를 하고 인문학 공부를 하면서 생각해 보니 엄마는 멋지게 살고 싶었더라고. 이런 말을 누군가에게 하면 무시당할까 봐, 또 이루어지지 않으면 실망할까 봐, 몸이 아플까 봐 여러 가지 이유를 가져다 대고 과거의 슬픔과 현재의 약한 체력의 뒤에 숨어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고 무생물이나 다름없이 살고 있었단다.
삶 속에 내가 오롯이 들어가 녹여있지 않으니 기쁨도 즐거움도 행복도 쾌락도 2% 부족한 느낌으로 살고 있었어. 나는 네가 너로 100% 충만한 삶을 살았으면 해.
4. 너에게 투자하는 것에 인색하지 말아라.
너에 대해 잘 알게 되고 꿈이 생겼다면 너는 너에게 과감히 투자하기를 주저하지 말아라. 배움에든 너를 단장하고 꾸밀 때도 가장 좋은 것을 너에게 줄 수 있길 바라. 가장 가치 있는 것 일수록 돈이든 시간이든 열정과 에너지를 아낌없이 투자하렴. 큰 꿈일수록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걸 명심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닌 네가 만족하기 위해 너의 기준을 세우고 그에 맞게 투자를 영리하게 하여 너를 잘 키우렴. 엄마의 유산 ‘이기‘편을 꼭 읽어보기를 당부한다.
엄마는 너희를 세상에 내보낼 때, 단지 지식과 능력만이 아닌 생명을 존중하는 정신까지 함께 심어주어야 한다는 책임을 느꼈단다. 너 하나의 변화가 세상을 바꾸진 못하더라도, 우리가 아무것도 안 하며 그저 무기력하게 관망만 해서는 안 되겠지. 그런 정신이 모이면 세상에 틈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믿어. 그러니 너는 너로서 살아가며 너를 잘 키워 그 틈의 한가운데에 너라는 아이가 잘 쓰임 받길 바란단다.
5. 가끔은 안 해봤던 쓸모없는 짓을 하렴.
진짜 살아 있는 사람은 쓸모없는 짓을 종종 한단다. 효율과 목적, 결과로만 가득 찬 삶은
생산성은 있어도 생명은 없어. 쓸데없는 웃음, 소모적인 대화, 의미 없는 기다림 속에
진짜 살아 있다는 감각이 스며 있어.
6. 완벽해지려 애쓰지 말아라.
이건 정말 네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야. 엄마가 가장 못하는 것이기도 하고…….
인간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야, 절대로 완벽할 수 없어. 완벽을 추구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모순인 것이지. 그런데 꽤나 오랜 시간 엄마는 완벽이란 프레임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괴롭혔던 것 같아. 지금은 의식적으로 많이 내려놓으려 노력 중이고.
잘하고 싶은 마음, 실수하고 싶지 않은 마음, 그게 때로 우리를 멈추게 만들지.
하지만 완벽하지 않아도 돼. 중간에 포기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어.
흠 있는 채로도 좋으니 계속해봐. 안될 거라는 인식을 거둬내고 의식적으로 그냥 한다면,
그 길 위에 진짜 네가 점점 만들어져. 살다 보면 ‘이게 정말 나인가?’ 싶을 때가 많을 거야. 종종 헷갈리기도 하고. 하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 살아내고 있다는 그 자체가, 이미 너는 충분히 진짜 너로 살고 있는 중이야.
엄마는 너의 모든 계절을 사랑해. 흐르는 너를 믿고, 멈추지 않는 너를 응원해.
언제나…….
7. 마지막으로 ‘모든 생명은 언젠가 사라진다 ‘는 전제 속에서 바라보기.
생명은 유한해. 불멸을 살아가는 생명체는 아직 없지. 그건 너도 잘 알지? 가장 가까운 사람들. 익숙한 사물, 매일 보던 풍경조차 영원한 것은 없단다. 익숙한 존재일수록 그 유한함을 잊기 쉽지. 존재가 영원하지 않다는 감각은 현재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단다.
진짜 살아 있는 사람은 끝을 느끼는 사람이야. 삶의 유한함을 아는 사람만이 순간을 무겁게 붙잡을 수 있어. 끝을 아는 존재만이 시작을 진짜로 대할 수 있거든.
장미는 장미가 되는 것만이 살면서 유일하게 해내야 할 숙명이지. 자신으로 세상에 드러나는 것. 그것은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들이 가장 괴로우면서도 반드시 해내야 할 일이야. 너라는 존재도 너의 꿈을 통해 너를 드러내는 것이 어쩌면 가장 어려울 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뱉어내지 않으면 더 괴롭기 때문에 뱉어내야만 하는 것이란다. 자기를 잃은 사람이 어떻게 사니? 무언가 매달리고 중독되고……. 이 모든 것들은 ‘자기 다운’ 삶이 아니기 때문이지. 그런데 꿈을 향해 가는 이들의 생기 넘치는 표정을 봤니? 너무나 힘들 것 같은데도 행복에 겨워하잖니.
오로지 자신이 되는 것.
오로지 자신으로 사는 것.
중략...
장미씨앗이 장미로서 자신을 증명하듯이 너의 꿈도 자신을 증명해 내기 위해 어떤 비바람에도 견뎌낼 힘을 지닌 채 네 안에서 기다리고 있단다. 우리가 살면서 배워야 할 모든 것은 이미 네 주변에 가득해. 자연에게서 우리는 삶을 배울 수 있단다. 우리도 자연의 일부이니 모든 생명체에 무상으로 주어진 그것 역시 모두 네가 네 꿈을 위해 활용할 수 있어. 그 흔하디 흔한 꽃이 주는 생명의 철학을 꼭 네게 적용하길 바라. 감사한 마음으로 겸허하게…….
출처 : 엄마의 유산 '이상'편, 김주원
그러니 아이야, 꼭 기억해 줄래.
길고도 보이지 않던 삶이란 여정 속에 잠깐이라도 스스로를 드러낼 수 있다면,
그건 충분히 살아 있는 거야. 사람들은 눈앞에 드러나는 것만 보려 해.
무엇을 이뤘는지, 어디까지 갔는지, 남보다 앞섰는지, 얼마나 가졌는지를 중요하게 여기지.
하지만 살아 있다는 건 그런 외형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거라는 가치를 네가 알았으면 해.
눈에 보이지 않아도, 기록에 남지 않아도,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존재하는 것.
너도 언젠가 긴 어둠의 시간 속에 있을 수도 있어. 길을 잃고 헤매거나, 아무도 네 가치를 알아보지 않는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 그럴 땐 꼭 장수풍뎅이를 기억해!!
어둠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기 안에 숨겨진 날개를 조용히 준비하던 그 생명을.
세상은 너에게 자꾸 '남들처럼'을 요구할 거야. 더 빨리, 더 많이, 더 똑똑하게.
하지만 엄마는 네가 '너답게' 살아가길 바란다. 세상이 좋아할 너 말고, 네가 좋아하는 너.
남이 만들어 놓은 기준 말고, 너 스스로에게 진실한 삶. 진짜인 너로 말이야.
남의 인정 없이, 남의 박수 없이도 당당히 살아가는 법을 배워라.
잠깐 피었다 사라지는 꽃처럼, 잠깐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는 장수풍뎅이처럼.
그 짧은 순간조차도 스스로의 시간으로 채워낼 수 있다면,
그건 이미 충분히 생기 가득 ‘살아 있는’ 생명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