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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월밤 Jan 30. 2024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님을

육아 인플루언서에 또 떨어졌다.

22년 말부터 지원했던 네이버 육아 인플루언서.

제대로 준비하고 지원해 봐야지 했던 것은 23년 4월이었다. 3개월간 새벽 기상하며 1일 1 포스팅도 해보고 한 번 꾸준히 마음먹고 해 보자는 마음에 도전했는데 벌써 탈락 메일만 10번은 받은 듯하다.


처음엔 화가 났다. 왜 나를 안 뽑아주지? 도대체 어떻게 해야 뽑아주는 거지? 하고 말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탈락 메일을 받으니 속상함에 화까지 났다.

거기다 최근 붙은 사람들 블로그를 살펴보면 나와 별 다를 게 없는 사람이 된 것을 보면 왜 나는 안 되는 걸까 하고. 화가 났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제는 화도 속상함도 없다. <아 네이버가 보기에 나란 사람이 안 맞는 거겠지>라고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가장 큰 것은 남에게 보이는 것을 내려놓으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육아 인플루언서에 붙어야 한다는 집착 또한 없어졌다.


보물이를 낳기 전부터 해왔던 블로그였고 아기를 낳고 잠도 못 자고 내 시간이 하나도 없던 그때 우울감이 극에 달했다. 품에서 내려놓으면 우는 보물이를 새벽시간 아기띠에 안고 재운뒤 나는 서서 또는 소파에 앉아서 휴대폰으로 블로그를 썼다. 그저 나의 일기였다 한풀이 같은 나의 일기. 그런 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댓글도 많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블로그에 글을 써 내려갔다. 이젠 일기가 아니라 내가 육아하고 있는 것들에 한 번 써보자 하며 육아 인플루언서도 함께 도전해 보자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생각 안에는 나도 무언가 타이틀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


육아 인플루언서, 네이버에 검색하면 나오는 사람이라고 하면 왠지 굉장히 있어 보이고 엄마로서도 멋져 보였기 때문이다.

그냥 엄마가 아니라 나도 무언갈 하는 엄마라는 것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도 컸다. 그리고 인플루언서가 되면 수익화의 급행열차를 타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있었다.


이 생각이 점차 사라진 것은 네이버 육아 인플루언서 지원할 때마다 떨어진 것도 있었지만, 내가 이걸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 자신에게 물어보는 시간을 가지며 인플루언서라는 타이틀을 다는 것에 집착했던 내가 어느새 그것이 아니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으로 바뀌며 집착이 놓아졌다.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무언갈 한다는 것이라면 끝도 없을 것만 같았다. 그냥 이대로의 나를 내가 먼저 인정해 주는 게 더 중요하겠다 싶었다.


후줄근한 차림의 머리 질끈 묶고 등원시키는 나라는 사람도, 집에 돌아와 청소를 하고 저녁준비를 하는 나라는 사람도, 그리고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쓰는 나라는 사람도 뭘 해도 나 자체로 괜찮다는 것을 나 자신이 인정하는 게 중요했다.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포장들… 그러한 것들은 결국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점점 깨달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블로그에 글 쓰는 게 더 재밌어졌다. 인플루언서를 목표로 글을 쓸 때는 주제를 하나로 통일하고 쓰고 싶은 글이 있더라도 꾹 참았는데 말이다.


이제 육아 인플루언서가 되지 않아도 괜찮다. 말뿐이 아니라 정말 괜찮다. 내가 바라던 수익화도 인플루언서가 아님에도 소소하게 이루었고 협업 협찬 문의도 종종 온다.


육아하며 무언갈 하는 것이 쉽지 않다. 육아보다 내가 해야 하는 것에 시간을 많이 할애해야 하고 누군가는 내 육아를 도와주거나 육아를 맡아줄 사람도 필요하다는 것도 알았다. 나는 지금 내 손으로 육아를 해야 하는 상황이고 누군가 도와줄 수 있는 상황의 사람도 없다.


그러니 나는 육아에 집중하며 살며, 열심히 저축하고, 쓰고 싶은 글이 있을 때 블로그와 브런치에 쓰며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아이에게 내 손길이 필요할 때까지는 말이다.


엄마가 되면 매일 쳇바퀴 같은 생활을 하니, 나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질 때도 있었다. 지금도 가끔 그럴 때가 있지만 요즘은 나 자신에게 지금 나는 내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고 말해준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살아가는 게 지금은 내 역할이니까, 그리고 이렇게 나로서 글을 쓸 수 있는 공간도 있으니까 꼭 무언가 나에 대한 타이틀이 없어도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


남을 위해 보이기 위한 것을 목표로 하며 나를 잃어가는 것 대신 나는 지금의 나를 인정해주고 좋아해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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