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어가는 날들
벚꽃이 진다. 만개하던 순간의 영광이 흩뿌려지고 내 두 발에 꼭꼭 밟힌다. 두 달 넘은 동생을 안으니 19개월이 얼마 남지 않은 첫째가 자기랑 놀자고 손을 당기다 넘어지며 우는 걸 보다 못해 오늘도 일찍 등원길에 나섰다. 어린이집 앞에 들어서니 정원에서 첫째보다 한 살 많은 형아가 할머니에게 혼나고 있다. 어린이집을 앞에 두고 오줌이 마려웠나 보다. 이내 엉덩이가 보이고 할머니는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냐며 엉덩이를 때렸다. 못 본 척 고개를 돌리고 아이를 데려다주었다. 나오는 길에 아까 그 아이를 만났다. 착하다, 예쁘다 칭찬해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아이의 크고 검은 눈이 짧은 순간 내 눈과 마주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뒤따라오는 할머니는 벌써 지친 눈치다. 요즘 그 아이는 종종 오줌을 싸서 혼나고 있었다.
“오늘 엉덩이 좀 맞아야겠다.” 말하는 걸 본 적 있었는데 집에서도 한 대씩 맞았나 보다. 할머니는 우리 엄마 또래 같았다. 등하원길에 만나며 들은 이야기로는 아들 내외가 일을 하느라 4살, 6살 손자, 손녀를 자신이 봐주신다고 했다. 며느리가 경기도에서 일하며 해외도 자주 나간다며 자랑인지 푸념인지 모를 이야기를 했었다. 어느 정도 키워서 보냈는데 애들이 일하는 엄마 손에 크니 더 힘들어해서 작년 추석부터 다시 돌아온 아이들이라고 했다.
요즘 들어 많은 사람들이 부러웠는데 생각이 복잡해진다. 그 사이 아기띠 안에서 둘째가 잠들었다. 버둥거리며 울어봤자 그 자리인걸 알았나 보다. 벚꽃이 떨어진다. 떨어진 꽃은 다시 붙지 않는다. 내년 이맘때가 되어야 다시 볼 수 있다. 때때로 지난 시간을 후회하는 것처럼 지금 이 시간도 지나면 후회할 수 있다는 걸 이제는 안다. 아이에게 오늘 뽀뽀를 해주고 와서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