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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쌤 Dec 01. 2024

여러분들의 추억은 안녕하신가요?

낡은 시계들은 각자의 추억을 갖고 있습니다.

시계들을 정리했습니다.

모처럼 마음먹고 집안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시계들을 정리했습니다. 지금껏  이렇게 시계를 한 곳에 모아둔 적이 없었습니다. 값이 나가는 소위 명품 브랜드의 시계 하나 없고, 종류도 많지 않아  딱히 소중하게 따로 모아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요즘은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스마트 워치만 계속 착용하다 보니 더욱 그랬습니다. 그래도 집안 구석구석 어딘가에 흩어져있던 시계들을  모았더니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기념품 같은 시계들.

시계대부분이 총각 때나 결혼전후로 종종 해외여행을 갔을 때 여행지나 공항 면세점 등을 기웃기웃하며 기념품처럼 구입했던 시계들입니다. 신혼 초에  것과 아내의 것을 생일, 결혼기념일 등을 핑계로 세트로 구입했던 것도 있고요. 동안 잘 차고 다니다가 잊어버리고 내버려 두었더니 가죽 시계줄이 다 삭아버린 것도 있었습니다. 또,  '아, 이런 시계도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마치 처음 보는 것 같은 시계도 있었습니다.



모두쌤 컬랙션.

생각보다 많은 수의 다양한 종류의 시계들이 모이니 나름의 컬랙션이 완성되었습니다. 젠가 스위스를 철도 여행 해보겠다며 구입했스위스 몬데인 시계, 출처나 상표를 읽기도 어려운  독일, 프랑스, 일본 시계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이폰, 갤럭시폰 등 당시 사용했던 스마트폰의 기종 따라 구입했던 스마트 밴드, 스마트 워치까지 있었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가짓수가 많아 시계 스무 개가 넘게 들어가는 시계 정리함이 어느새 다 채워졌습니다.



억들이 되살아 납니다.

시계들을 하나하나 찬찬히 살펴봅니다. 슬슬 잊고 있던 옛날 친구, 오래전 혼자 여행 갔던 장소, 면세점에서 망설이며 시계를 구입하며 했던 생각, 결혼 전 여자친구였던 아내에게 선물하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해 오랜 시간 골랐던 시계... 시계들과 더불어 혼자만의 추억 여행을 해봅니다. 그러다, "모두쌤 컬렉션?" 하며 나름 뿌듯함도 느낍니다. 옆에서 와이프 이런 저를 쳐다보며 왜 이런 '쓰레기들'을 빨리 갖다 버리지 않느냐 하는 표정으로 쳐다봅니다.



"나에게는 나의 장미 한 송이가

 수백 개의 다른 장미꽃보다 훨씬 소중해."

"네 장미가 그토록 소중하게 만든 건

 네가 장미를 위해 들인 시간 때문이야."

                 -생텍쥐베리, '어린 왕자' 중-


시계들을 버릴 수 있을까요?

'이건 좀 상태가, 이건 시계줄이, 이건 너무 옛날 거라...'

계속 보관하기에는 살짝 망설여지는 시계들이 눈에 띕니다. 오래 둔다고 해서 값이 올라가는 소의 명품시계도 아니고, 누구나 알 수 있는 대단한 추억이 숨어 있는 시계도  아닙니다. 지금이라도 그 여행지에서, 그 면세점에서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는 시계들입니다. 세상의 수많은 시계들 중에 몇 개일뿐이겠지요.



추억은 버릴 수 없습니다.

설령 지우고 싶고, 버리고 싶어도 그럴 수 없고, 더 붙잡고 싶어도 언제까지 붙잡을 수 없는 것이 추억인 것 같습니다. 오래된 추억은 오래된 데로 아쉬운 추억은 아쉬운 데로 잘 보관하려고 합니다. 이 시계들이 보관함에 있는 한 이 시계들과 함께한 추억들도 함께 있을 테니까요.



낡은 시계 하나 꺼내봅니다.

오늘은 '모두쌤 컬랙션'에서 TISSOT의 n250 내비게이터 시계를 꺼냈습니다. 지금은 단종된 월드 타임 기능이 있는  낡은 시계지만, 시계를 차는 순간 옛날로 돌아갑니다. 아직 결혼 전일 때 유럽으로 공부하러 갔던 친구가 선물해 준 시계입니다. 꿈과 낭만, 그리고 우정이 녹아있는 시계. 아쉽게도 지금은 서로 사는 게 바빠 얼굴 보기가 힘들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그런 친구를, 그런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추억 컬렉션.

이제는 닳고 삭아버린 가죽 시계줄의 시계와 함께 했던 시간들. 마냥 젊을 줄 알고 집에도 들어가지 않고 돌아다녔던  일산의 호수공원, 원두의 종류도 맛도 모르면서 폼으로 마셨던 쓰디썼던 아메리카노, 엔야의 멋진 영화 음악을 들으며 마냥 행복했던 시간들, 오래 연주하면 조금이라도 닳을까 봐 아끼며 연주했던 소중했던 목관 리코더의 추억. 모두모두 시계 정리함에 넣어 둡니다.



어쩌면.

시계는 단순히 시간을 보기만 하는 기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내 손목에 있는 시계 속에서는 시간도 흐르며, 추억도 흐르며, 나의 젊은 시절도 흐릅니다. 지금 이 순간이 일 초 일 초, 한 땀 한 땀, 시계 속에 새겨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여러분의 '추억 컬렉션'은 안녕하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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