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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쌤 Dec 08. 2024

당신의 "가시 길이"는 괜찮으신가요?

쇼펜하우어의 고슴도치의 딜레마

버스에 올라탑니다.

벌써 버스 안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만약 이 버스를 놓치면 20분은 더 기다려야 하니 일단 올라탑니다. 간신히 버스 손잡이에 손을 얹고 균형을 잡습니다. 버스가 출발하고 이내 몸이 휘청거립니다. 이리저리 밀리다 보니 앞에 앉아 있는 여학생, 옆에 있는 아저씨, 뒤에 서 있는 아가씨와의  몸싸움이 시작됩니다. 되도록 서로의 몸에 닿지 않기 위해 애를 쓰다 보니 겨울인데도 이마에 땀까지 맺힙니다. 버스를 모는 운전기사도 출근시간의 꽉 막힌 도로를 빠져나가느라 이마에 땀이 맺힙니다. 버스는 가까이에 있는 다른 차량들과 부딪히지 않기 위해, 버스 안의 사람들은 서로서로 몸이 닿지 않기 위해 다들 그렇게 애를 쓰며 오늘도 아침이 시작됩니다.



추운 어느 겨울날
서로의 온기를 위해 몇 마리의 고슴도치가 모여있었다. 하지만 고슴도치들이 모일수록 그들의 바늘이 서로를 찌르기 시작하였고, 그들은 떨어질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추위는 고슴도치들을 다시 모이게끔 하였고, 다시 같은 일이 반복되기 시작하였다. 많은 수의 모임과 헤어짐을 반복한 고슴도치들은 다른 고슴도치와 최소한의 간격을 두는 것이 최고의 수단이라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와 같이 인간 사회의 필요로 인하여 인간이라는 고슴도치들이 모이게 되었지만, 그들은 인간의 가시투성이의 본성으로 서로를 상처 입힐 뿐이었다. 그리하여 인간들은 서로의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예의를 발견하였으며, 이를 지키지 않으면 서로의 거리를 지키기 위해 거칠게 말해지곤 하였다. 이 방법을 통해 서로의 온기는 적당히 만족되었으며, 또한 인간들은 서로의 가시에 찔릴 일도 없게 되었다. 하지만 남을 찌를 수도, 자신을 찌를 수도 없었던 사람은 자신만의 온기로 추운 겨울을 보내게 되었다.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 中(출처 : 나무위키)

고슴도치 딜레마.

동화처럼 보이기도 합니다만, 우리 인간들의 살아가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외로워서 같이 있고 싶고 함께 하고 싶지만, 시간이 흐르면 오히려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이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너무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떠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집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나는 자연인이다'와 같은 프로그램이나 캠핑 등과 관련된 프로그램들이 인기인 것 같습니다. 서로 멀어지면 가까이 있기를 원하고 가까이 있으면 멀어지기를 원하는 아이러니한 삶의 모습을 보는 것이죠.


버스 안의 풍경도 비슷합니다.

추운 겨울 버스에 올라타면 왠지 냉기에 사람들이 따뜻함이 그립습니다. 되도록 출입구 쪽은 피하고 버스 안쪽으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만원 버스 안에서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어떻게든 서로서로 몸이 닿지 않으려고 기를 씁니다. 심지어 사람이 가까이에 다가오면 옆사람을 한 번 째려보기도 합니다.



교실 안의 풍경도 비슷합니다.

겨울날 교실에 처음 들어오면 냉기로 몸을 떱니다. 교실 난방을 해보지만, 아이들이 가득한 온기만은 못합니다. 그러다 아이들이 하나둘 모여 교실이 차면 냉기는 사라집니다. 그런데, 이제는 살짝 거리를 두려고 하는 자신을 보게 됩니다. 너무 가까이로 다가서는 친구나 선생님은 부담스러운 법이죠. 결국 너무 멀어도, 너무 가까워도 불편한 것이 우리 선생님과 학생 사이인 것 같습니다.


추위를 이기는 방법.

동물들은 추운 겨울이 되면 함께 모여 서로의 몸을 맞대어 추위를 이기곤 합니다. 영하 50도가 넘는 남극에 사는 펭귄들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어떻게 그 추운 곳에서 살까 싶은데, 본능적인 지혜를 발휘하여 어려움을 헤쳐나가고 있습니다. 서로 원으로 둥글게 모여 끊임없이 나선형으로 빙빙 돌아가며 온기를 유지한다고 합니다. 결국 서로에 대한 배려와 희생이 펭귄 무리를 유지하는 힘이겠지요.



사람과 사람 사이.

코로나 이후 시간이 갈수록 점점 사회가 각박해지고 인공지능이다 디지털이다 하며 세상은 급변하고 있습니다. 서로 자신들에게 세상이 좀 더 따뜻하게 대하기를 바라지만, 누구도 선뜻 손을 내밀기는 주저하는 사회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정치가, 사회가, 교육이 그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점점 더 의구심만 늘어납니다. 과연 우리 아이들에게 희망찬 미래를 물려줄 수나 있을까요?



고슴도치처럼.

너무 가까이 가기에도,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에도 어려운 삶이 계속됩니다. 정답은 없겠지요. 서로의 선을 지키되 너무 야박하게 선을 긋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남의 가시를 탓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나의 가시가 남을 힘들게 하지는 않는지 먼저 생각해 보는 우리의 하루하루 삶이 되면 어떨까 합니다.


당신의 가시는 적당한 거리를 지키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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