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놀고, 어른은 공부하는 우리 집의 일상

by 서린

저녁 식사를 끝내고 나면 아이들의 숙제를 봐주거나 공부하는 아이 옆에 나란히 앉아 나도 책을 보거나 나만의 공부를 한다. 어떤 날은 숙제하는 아이, 책 읽는 아이, 공부하는 나, 각자의 시간이 하나의 풍경이 되어 거실 식탁을 채운다.


나의 공부는 때로는 업무에 필요한 자격증을 위한 것일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아무도 시키지 않은, 오롯이 나 스스로를 위한 공부다. 누가 점수를 매기는 것도 아니고, 당장 써먹을 곳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언어를 배우고,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요즘은 다시 시작한 일본어 공부에 푹 빠져 있다.


아이들은 놀고 나는 공부하는 키즈카페


내가 공부하는 모습, 책 읽는 모습을 보고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공부하고 책 읽는 분위기가 연출되면 좋겠다는 욕심이 아주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현실은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엄마가 공부를 하든 책을 읽든, 아이들은 금세 자기들만의 놀이를 찾아 놀기 바쁘다.


그렇다고 속상한 건 아니다. 애초에 나는 아이를 바꾸기 위해 공부하는 것도, 어떤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애쓰는 것도 아니니까. 나는 그저 내가 여전히 배우고 싶은 게 많은 사람,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 끊임없이 성장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사실이 중요할 뿐이다.


나는 공부하는 시간에 가장 나다운 나를 만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계속 배우고 공부하고 성장하는 내 모습이 좋다.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 무언가를 배우는 시간. 그 시간은 나라는 사람을 지탱하는 뿌리 같은 시간이 밖에서 소비되는 나를 안에서부터 다시 채우는 시간이다.


그래서 그럴 때면 나는 웃으며 말한다. "우리 집에선 학생도 아닌 엄마가 제일 공부를 열심히 하네."




며칠 전 저녁 시간에도 온 가족이 식탁에서 각자의 일을 하고 있었다. 나는 일본어 공부를 하고 남편은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고, 아이들은 숙제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1시간쯤 지나 정신을 차려보니 숙제를 마무리 한 아이들은 어느샌가 각자의 방으로 사라져 유튜브를 보고 있고 나랑 남편만 남아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남편한테 말했다. "우리 집은 애들은 놀고 어른들이 제일 열심히네."


내가 웃으며 던진 말에 남편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원래 그게 맞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그 말이 묘하게 계속 내 마음에 남았다.


나와 남편은 정반대의 성격으로 종종 부딪히지만, 신기할 정도로 아이 교육 문제에 있어서는 단 한 번도 부딪힌 적이 없다. 아이들은, 특히 초등학교 시절까지는, 놀아야 한다는 생각에 결을 같이 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들은 놀면서 세상을 배우는 거라고 믿는다.


어쩌면 아이들이 지금을 마음껏 놀 수 있도록 지켜주기 위해서 어른들은 더 열심히 살아가야 하는 것 아닐까. 그러니 어른이 가장 열심인 우리 집 풍경은, 남편 말대로 어쩌면 아주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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