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자가용을 폐차한 지 이제 1년이 되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카시트에 앉혀 이동해야 했기에 자가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하지만 출퇴근은 대중교통으로, 웬만한 주말 외출도 대부분 택시를 이용하다 보니 직접 운전대를 잡는 일이 크게 줄었다.
가끔 교외로 나갈 때면 차를 몰긴 했지만, 한 달에 한 번 시동을 켤까 말까 하다 보니 관리가 되지 않아 탈 때마다 여기저기 잔고장이 났다. 자주 쓰지도 않는 차를 매번 고쳐 가며 타는 일이 과연 합리적인가, 그런 생각이 들 무렵 자동차 보험 갱신 시점이 다가왔다.
‘그냥 차가 없어도 되지 않을까?’
첫째가 태어나던 해 중고로 구입해 10년을 몰았고 여기저기 잔고장이 나 있어 중고로 되팔기에도 애매한 상태였다. 운전을 하면 주유비와 주차비가 들고, 차를 몰지 않아도 자동차 보험료와 자동차세는 어김없이 나간다. 계산기를 두드려 보니 폐차를 하는 쪽이 오히려 이득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그렇게 차를 없앤 것이 1년 전의 일이다.
물론 그 결심을 가능하게 한 데에는 아이들이 자라며 따로 챙겨야 할 짐이 거의 없어졌다는 점이 가장 컸다. 예전엔 물티슈라도 챙겨나갔는데 요즘엔 그냥 스마트폰 하나만 들고나가도 웬만한 결제는 다 되니 간단한 외출은 충분히 가능해졌다.
이제 카시트가 필수가 아닌 나이이고, 피곤하다고 안아 달라고 조르는 나이는 지났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대중교통망이 촘촘하고 어디서든 택시가 잡히는 서울에 살고 있고, 오프라인 마트 대신 쿠팡이나 컬리로 대부분의 장을 보는 워킹맘의 쇼핑 방식도 한몫했다. 여러모로 우리 집의 라이프스타일에서 차는 이제 더 이상 필수품이 아니었던 것이다.
차가 없으면 아이들이 불편해하지 않을까, 그래도 언젠가 차가 꼭 필요한 상황이 오지 않을까 걱정도 없지 않았지만, 의외로 아이들은 별로 힘들어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오히려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일을 하나의 모험처럼 받아들였다.
“이번 주말엔 여기 갈 건데, 어떻게 가면 좋을지 한 번 찾아봐. 엄마는 네가 알려주는 대로 따라갈게.”
그러면 첫째는 탐험대 대장이라도 된 듯 신이 나서 스마트폰이 알려주는 최적의 경로로 우리를 자신만만하게 이끌었다. 아이들은 어느새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요즘은 서울 시내의 가까운 외출은 대부분 대중교통이나 택시를 이용한다. 과천 과학관은 지하철을 타고 갔고 용인 민속촌도 강남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가보았다.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서울 근교 나들이는 택시를 타고 간다. 물론 택시비가 2~3만원이 넘어가면 부담이 없진 않지만 주유비와 주차비를 생각하면 그렇게 큰 차이도 아니다. 서울대공원이나 롯데월드 같은 놀이공원에 갈 때는 오히려 긴 주차 줄을 기다리지 않고 택시에서 내려 바로 입장하면 되니 더 편할 때도 있었다.
1년에 한두 번쯤 택시로 가기 어려운 곳을 방문해야 할 때는 쏘카 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를 이용했다. 하루 이상 빌리는 경우에는 집 앞 주차장에 차량을 가져다주고, 이용을 마치고 다시 집 앞에 세워두기만 하면 알아서 가져가니 얼마나 좋은 세상인지!
급히 차가 필요할 경우를 대비해 시부모님의 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대비책을 세워두긴 했지만, 막상 지난 1년간 그럴 일은 생기지 않았다. 우리는 차 없는 생활에 완벽히 적응해 버렸다.
국내 여행 역시 대부분 뚜벅이 여행을 하고 있다. 차를 몰고 다닐 때는 알지 못했던 뚜벅이 여행의 팁도 찾아보면 의외로 많았다. 대부분의 관광 도시에는 뚜벅이 여행자들을 위한 투어버스가 있었고, 시골이 아니라면 지방에서도 택시를 이용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대신 포기해야 할 것들도 당연히 있다. 짐이 많이 필요한 캠핑이나 택시가 닿지 않는 한적한 숙소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를 키우는 집에는 차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 마치 당연히 갖춰야 할 조건처럼 여겨지는 것들이 있다. 폐차가 더 이득이라는 계산에서 나온 결심이었지만, 돌이켜보면 차를 없앤다는 건 그런 ‘당연함’을 하나 내려놓는 일이기도 했다. 물론 여전히 ‘이럴 땐 차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싶은 순간들은 있다. 비가 많이 오는 날, 택시가 유난히 잡히지 않는 날에는 특히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 동안, 차가 없어서 막상 우려했던 큰일이 난 적은 없었다. 그저 조금 더 느리고, 조금 더 복잡하고, 조금 더 귀찮아졌을 뿐. 대신에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차 안에서 가만히 앉아 있던 아이들이 이제는 이동 자체를 하나의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주변을 둘러보게 되었다. 차가 없어진 덕분에(?) 아이들은 스스로 길을 찾는 법을 배우고, 기다리는 시간을 견디는 법을 배울 수 있었으니, 언제나 그렇듯이 잃는 게 있는 대신 얻은 것도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