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모시 샬라메가 대체 뭐라고 했길래

by 서린

3월 초, 발레와 오페라 업계가 한동안 시끄러웠다.


헐리웃의 유명한 배우인 티모시 샬라메가 한 인터뷰에서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발레나 오페라 분야에서는 일하고 싶지 않다(Nobody cares about ballet or opera. And I don't want to be working in ballet or opera.)"고 발언한 것이 발단이었다.


연예계에 큰 관심이 없는 나조차 이름을 알고 있을 정도이니 말 한 마디가 큰 영향력을 미치는 유명한 인물이긴 겠지만, 그 한 마디의 파급력은 가히 대단했다. 전 세계의 발레, 오페라 관계자 및 팬들 뿐만 아니라 발레단 공식 계정의 항의도 이어졌다.





그런데 사실 내가 놀랐던 건 티모시의 발언 그 자체가 아니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 말에 그렇게까지 진심으로 분노하고 상처받는다는 사실이었다. 나 역시 발레를 사랑하는 한 사람이긴 하지만 나는 그 발언에 그렇게까지 마음이 긁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가 발레나 오페라에 '내가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면 이렇게까지 거센 반발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본인이 그 분야에 관심이 없어서 그 쪽 일은 안하고 싶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하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는 표현 때문에 순식간에 nobody가 되어 버린 많은 관계자들과 팬들의 허탈함, 분노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아마도 누군가에겐 나의 세계를 통째로 부정당하는 느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반대로 나는 티모시가 그렇게 생각하든 말든 관심이 없다. 다른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고 말한다고 해서 발레를 향한 내 마음을 부정당했다고 느끼지는 않기 때문이다. 마치 옆집 아저씨가 그런 말을 했다고 해서 그렇게까지 분노하지 않듯이 '뭐래, 그러든가 말든가'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어던 것이다.


티모시가 별 생각 없이 내뱉은 한 마디에 모두가 일제히 반응하는 모습 자체가, 오히려 그의 말과 행동에 필요 이상으로 권위를 부여해주는 모양새가 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누군가의 말이 상처가 되는 순간은, 그 말이 진실이어서가 아니라 그 말에 많은 사람이 무게를 실어줄 때인지도 모른다.




티모시는 지금쯤 그 당시의 발언을 후회하고 있을까?


이미 인터뷰 중에 방금 자신의 발언으로 시청률이 14%쯤 떨어질 것 같다고 농담처럼 말한 것으로 보아 그 후폭풍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닌 듯하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모든 발레와 오페라 업계, 그리고 그 팬들에게까지 공공의 적이 되리라고는 아마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유명세가 하루 아침에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그는 많은 이들의 항의조차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무심한 사람은 대개 자신이 남긴 상처의 깊이를 끝까지 실감하지 못하는 법이니까.




나는 이 일을 보며, 두 가지를 느꼈다.


역시 사람은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세상이 무엇을 하찮다고 말하든, 누가 무심한 말을 던지든, 내가 사랑하는 것의 가치는 그 말 한마디로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


결국 중요한 것은 타인의 무심함이 아니라, 내가 끝내 놓지 않는 애정의 방향일 것이다. 그러니 나는 나대로, 내가 아끼는 것들을 계속 품고 사랑하면서, 조용히 내 길을 가면 된다.


내가 사랑하는 것을 지키는 방식이 꼭 분노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흔들리지 않고 계속 좋아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단단한 저항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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