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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미 Aug 05. 2024

칼퇴를 향한 9시간의 #평일 로그

워킹맘의 하루 스케치 (1/2)

주말에는 무엇을 먹고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냈는지 SNS에 기록하거나 사진을 찍어 기록해 둔다. 그렇다면 평일에는? 하루의 2/3만큼이나 시간을 보내는 회사에서 출근 후 어떤 일을 하고 근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기록을 거의 남기지 않는다. 특별하지 않게 늘 반복되는 일상이라 그런지 굳이 의미를 두지 않아 그렇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아주 가끔은 남편이 “오늘은 별일 없었어?”라고 묻는다. 그럴 때마다 어떻게 요약하고 얼마큼 간추려서 답 해주어야 할지 모르겠다. “응 별일 없었어” 혹은 “오늘 겁나 바빴어.” 정도로 언급한다. 별 일은 무엇인지, 왜 바빴는지에 대해 살을 붙이지 않는다. 자세히 말하기 귀찮기도 하고 사실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한 달 중 평일이 무려 20일이나 되는데!!!! 월화수목금. 최근 기준으로 나의 하루 타임라인을 회상하며 정리해 본다. 나에게 어떻게든 쓸모가 있기를 바라며. 



7 AM - 9:30 AM 

아이가 5살이 되고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한 작년부터 등원은 내가 맡았다. 어린이집 3년 동안 등원을 담당한 남편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출근 시간도 9시에서 9시 30분으로 늦췄다. 아침에 같이 일어나 아이 양치와 세수부터 시킨 뒤, 사과 반 개와 빵이나 떡 그리고 주먹밥을 아침식사로 내놓는다. “부지런히 먹어야 셔틀버스 안 놓친다!” 잔소리 한 스푼 곁들이는 것도 잊지 않는다. 나도 잽싸게 출근 준비를 하지만 화장까지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10분만 일찍 일어나면 될 것을… 아직도 5분 간격으로 알람을 최소 3개씩이나 설정하는 걸 보면 아직 멀었다. 

실외배변을 하는 우리 집 큰 개도 챙겨서 셔틀버스를 타러 간다. “버스 오고 있다. 빨리빨리. “ 여기기 어딘가? 대한민국 아니겠나. 빨리빨리 가 빠질 수 없지. 버스가 완전히 떠날 때까지 부지런히 손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 개 발을 닦이고 드디어 출근한다. 차 안에서 신호에 걸릴 때마다 화장을 덧댄다. 화려한 풀 세팅은 아니지만 예의상 기본 화장은 한다. 회사 주차장에 도착할 때까지 준비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9시 25분 즈음, 주차장에 도착해 걸음을 재촉해서 사무실로 올라간다. 9시 29분, 30분 늘 아슬아슬 세이프. 30분 미리 출근해 앉아 있는 착실한 직원이 되기는 글렀다. 누가 봐도 아이 등원 시키고 헐레벌떡 출근하는 워킹맘에 가깝다. (물론 모든 워킹맘이 그렇지는 않다)


9:30 AM – 1 PM

부리나케 회사 메일과 수첩을 동시에 연다. 업무 우선순위를 빠르게 스캔하고 즉각적인 의사 결정이 필요하거나 상부에 보고가 필요한 어젠다부터 쳐낸다. 비교적 오전에 미팅이 적고 집중할 수 환경이기 때문에 바짝 일 해야 한다. 일에 몰입하다 보면 어느새 11시. 11시 30분 정도면 점심을 먹기 위해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엘리베이터도 한참 기다려야 한다. 밥 집 웨이팅은 하기가 싫어 예약이 가능한 식당 위주로 다닌다. 일주일에 3-4번 정도는 약속을 잡아 외부에서 밥을 먹고 1-2번쯤은 사원식당을 이용한다. 메뉴는 일식, 중식, 한식, 양식을 적절히 섞는데 주로 일식, 한식, 양식 순이고 중식은 어쩌다 한 번 먹는다. 그래도 점심시간에 일에서 벗어나 한숨 돌릴 수 있으니 잠시나마 리프레시가 된다. 날씨가 허락한다면 커피는 테이크아웃 해서 시청이나 광화문 한 바퀴 산책을 꼭 한다. 그렇게나마 다리에 부기를 빼고 머리의 맑은 공기를 넣어줘야만 한다. 


1 PM – 6:30 PM

점심을 먹고 돌아와 오후 업무 준비를 하다 보면 유야무야 1시 30분쯤 된다. TMI지만 점심을 먹고 난 뒤 잊지 않고 찾아오는 식곤증은 나의 고질병이다. 시에스타. 낮잠 문화가 있는 스페인, 그리스, 이탈리아 등 열대 지방 국가에 가서 살면 너무 행복할지도 모른다. 이 시간에는 간단히 메일을 체크하고 업계 뉴스 클리핑을 읽거나 팀원들과 잠깐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사무실 분위기도 산만해서 집중이 필요한 업무는 진행 불가다. 2시쯤에는 양치를 한다. 밥을 먹고 바로 양치를 하는 것이 좋지 않다고 듣기도 했고 잠을 물리치기 위한 나만의 방법이기도 하다. 오후 미팅은 2시 이후로 잡는다. 미팅도 졸음을 물리칠 수 있는 또 다른 수단이다. 미팅을 하거나 가터 업무를 하다 보면 시간이 후루룩 어느새 4-5시. 이때부터는 엉덩이가 들썩거리는 시간이다. 오전에 2시간, 오후에 2시간쯤. 사실 하루 중 업무에 몰입하는 시간은 4-5시간 정도뿐이다. ‘나는 하루에 4시간만 일한다’라는 책을 본 거 같은데 오피스 워커들이 진짜 집중해서 일하는 시간의 평균은 아마 그 정도가 아닐까 싶다. (매일이 그렇지는 않겠지만요) 오후 5시쯤 되면 퇴근하는 직원들로 인해 또다시 산만해진다. 6시 30분에 퇴근하는 내가 업무에 도저히 집중할 수 없는 시간이다. 나도 짐을 싸야만 하는 것처럼 엉덩이가 수 차례 들썩거린다. 저녁밥은 뭘 먹을까 고민하기 시작하는 시간이다.


이상의 루틴은 특별히 이슈가 없거나 격무에 시달리지 않는 별 탈 없는 버전이다. 비교적 평온한 하루의 모습이라는 것. 각종 이슈에 시달리다 하루가 다 지나가 버리는 경우도 있다. 고객의 컴플레인이 터지거나 (팀 업무 중 유료 멤버십 고객 관리가 포함되어 있다) 제휴 사에서 호텔을 보여달라고 찾아오거나 상부의 지시로 보고서를 부리나케 써야 하는 등 상상이상으로 스펙터클한 날 들도 있다. 그럴 때는 점심을 건너뛰는 것은 물론 화장실 한 번 못 가고 일하다가 오후 늦게 되어서야 겨우 가기도 한다. 불가피한 경우에는 야근을 할 때도 있지만 6시 30분 칼 퇴근을 위해 늘 사력을 다한다. 하루의 1부를 무사히 마치고 그다음 챕터인 2부를 확보하기 위해서 칼퇴는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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