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회고: 10.15- 10.21
1.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한참 책을 둘러보다가 문득 발걸음이 멈춘 곳은 아트스페이스였다. 교보 손글씨 대회가 10회째를 맞이해 수상작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전시 소개에 따르면, 10년간 같은 행사를 이어간다는 것이 그만큼 어렵고 귀한 일인데, 정작 나는 이번에야 손글씨 대회를 처음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가장 눈길을 끈 건 다양한 사람들의 각기 다른 씨였다. 예쁘게 디스플레이되어 있어서일까, 하나하나가 작품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손글씨를 한자리에서 본 적이 있었던가? 한동안 넋을 잃고 찬찬히 둘러봤다. 하나같이 다른 손글씨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리고 묘한 감동이 밀려왔다. 감명 깊게 읽었던 책 속 문장들과 그들의 손글씨가 혼연일체 되어 눈과 마음을 자극했다.
3살 아이부터 94세 어르신 그리고 외국인까지 다양한참가자들이 있었다. 유명인 섹션에서는 좋아하는 개그맨 문상훈의 손글씨도 볼 수 있었다. 특히 아이들의 손글씨를 보며, 손이 아프도록 연필을 쥐고 집중하며 삐뚤빼뚤 글자를 그리는 딸아이가 떠올랐다. 왠지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손글씨와 아날로그의 ‘가치’를 전하는 교보문고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교보문고 브랜드 호감도가 급상승!) 수고스럽더라도 손으로 더 자주 쓰고 싶어졌다.어떤 문장을 쓰게 될까? 어떤 문장과 나의 손글씨가 만났을 때 내 마음이 가장 잘 전해질까? 내년 11회 대회에는 딸아이와 함께 꼭 참여할 작정이다.
2.
토요일 밤, 읽기 위해 고른 책은 이슬아의 '끝내주는 인생'이었다. 몇 달 전 선물 받아 책장에 꽂아 두었던 책이다. 이슬아 작가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녀의 책은 처음이었다. 최근 넘쳐나는 인풋을 감당하기 힘들어서인지 에세이가 읽고 싶었다. 굿샷이었다.
글 초반부터 진하게 느껴지는 작가 특유의 시크함과 그 속에서 느껴지는 위트와 따뜻함에 매료되어 낄낄 웃었다. (내 웃음소리는 흐흐도 하하 호호도 아닌 '낄낄'이었다)
책을 다 읽고 작가의 유튜브를 보게 되었다. 작가의 결혼식 스케치 영상이었는데, 지인들이 남긴 축하 메시지를 보면 그녀는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이었다. 천사 같이 착한 단어만을 사용한다는 것이 아니라 솔직하면서도 예쁘게 말하는 사람이었다. 주관이 분명하지만 다른 이들의 좋은 점을 열심히 찾고 같이 웃고 울어줄 수 있는 사람. 그 영상을 보고 나는 "끝내주는데?" 하고 혼잣말을 했다.
그녀는 늘 '관계'와 '연결'에 충실하며 끝내주는 인생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그래서 이런 글도 쓸 수 있지 않았을까. 나에게도 끝내주는 토요일 밤. 이런 순간들이 쌓이면 그녀가 말하는 끝내주는 인생이 되지 않을까.
누구의 삶에나 끝내주는 점이 있다는 걸 기억하며 글을 썼고요.
기쁨도 슬픔도 풍성한 인생이 끝내주는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슬아 -
“책의 판형, 종이의 질감, 두께, 가격, 사진의 밝기, 위치, 글자의 모양, 크기, 간격, 글의 순서, 조사 하나, 부사 하나를 두고 한참 대화를 주고받는다. 우리의 생각이 언제나 같지는 않다. 그럼 나는 반대하고 새로운 것을 제안한다. 그러는 사이 내가 선생님을 얼마나 좋아하고 신뢰하는지 잊힐까 걱정이 된다. 그래서 반대 의견을 꽃수레 같은 언어에 태워서 보낸다. 하루는 선생님에게 묻는다. 제가 하나하나 관여해서 혹시 피곤하시느냐고. 선생님을 대답한다. 정성과 예의를 갖추는 선에서 우리는 최선을 다해 침범해야 한다고. 사랑이란 본래 그런 것이지 않느냐고. 사람과 침범이 너무 좋은 나머지 이 책을 영원히 만들고 싶었다.”
- 끝내주는 인생 22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