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회고(16) : 1.14 - 1.20
1.
8명에서 10명이 둘러앉을 수 있는 긴 라운드 테이블, 책을 읽으며 빈 둥 거릴 수 있는 포근한 빈백과 1인용 의자, 자연을 품은 창문이 달린 오픈형 부엌, 그리고 침대와 은은한 사이드 조명만이 놓인 미니멀한 침실.
100% 완성은 아니지만 이게 내가 꿈꾸는 집의 주요 스케치다.
타인의 공간을 들여다보는 일은 언제나 설렘으로 가득하다. 예상을 뛰어넘는 다양한 형태와 구성, 그 속에 깃든 취향의 결이 주는 즐거움이란. 주말, 디뮤지엄의 ’ 취향가옥‘ 전시장을 찾았다. 각기 다른 페르소나의 사람들의 집을 마주했다. 도슨트의 이야기는 공간 속 작품에만 머물러 아쉬움이 컸지만, ‘세계적인 작품들로 가득 찬 컬렉터의 집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라는 기획의도에 충실했으니 탓할 수는 없다. 다만 작가들의 예술 작품이 있어야만 공간과 취향이 완성되는 듯한 느낌은 마음 한편을 살짝 불편하게 했다. 혹시 이 불편한 감정은 집도 예술 작품도 소유하지 못한 것에 대한 작은 질투일까 ㅎㅎ.
전시를 감상하는 동안 아이는 키즈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아이들도 같은 전시를 간단히 둘러보고 다양한 재료로 자신만의 집을 만드는 시간. 평소 만들기를 좋아하는 딸아이는 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온전히 몰입해서 만든 모양새다. 전시에서도 특히 고양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전시가 바뀔 때마다 연계해서 새로운 키즈 프로그램이 기획된다고 하니, 아이와 함께하는 주말을 계획 중인 부모님들께 살며시 권해본다
2.
아이 유치원 생활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단연 율동 발표회다. 입학 후 첫 발표회를 남편과의 여행 일정 때문에 놓쳐야 했던 작년, 친정 엄마가 보내준 영상을 보며 눈물과 콧물을 쏟아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리고 어느덧 두 번째 발표회. 이번엔 강릉에서 시부모님까지 올라오시고 남편이 준비한 귀여운 플랜카드도 야무지게 챙겼다. 무대에 오를 때마다 객석을 살피며 엄마 아빠를 찾는 아이들의 눈빛과 양팔을 흔들며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부모들의 모습이 가슴 한 켠을 따뜻하게 적신다. 앞으로 한동안은 핸드폰에서 발표회 영상이 쉼 없이 재생되겠지, 하지만 이상하게도 볼 때마다 새롭다. 매번 새로운 표정과 몸짓이 보인다.
대학생 때 첫사랑과 정신 못 차리게 연애를 할 때도, 설렘 가득했던 데이트의 순간도 이토록 마음을 채우지는 못했다. 아이가 내게 가르쳐 준 것은 훨씬 깊고 충만한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