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대 위의 휴일

주간 회고(28): 4.12-4.20

by 제이미

남편의 취미는 배스 낚시다. 같이 낚시를 가자고 할 때마다 나는 단호하게, 아주 또렷하게 NO를 외쳤다.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아는 낚시는 가만히 앉아 조용히 기다리며 ‘인내와 운’을 즐기는 방식인데, 배스 낚시는 미끼를 능동적으로 흔들고, 던지고, 또 던지며 물고기를 유혹하는 사냥의 기술이었다. 그건 낚시가 아니라 땀나는 노동, 내겐 낭만 실종이었다. 나는 최대한 수동적인 존재로 유유자적하고 싶었다. 낚시는 그래야 낚시지.


결국 남편이 내린 결론은 ‘좌대’였다. 물 위에 동동 떠 있는 집 같은 낚시터. 남편은 낚시하고 나는 딩가딩가 눕거나 쉴 수 있는 최적의 장소. 심지어 38kg짜리 우리 집 대형견도 데려갈 수 있다고 하니, 더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다만… 샤워시설은 없고 손 씻을 물과 화장실만 있다는 게 살짝 걸렸다. 하지만 1박이면 버틸 수 있겠지. 옛날에 노지에서 캠핑도 했는데.


목적지는 충남 예산. 시내에서 점심을 얼른 먹고 예약해 둔 좌대로 향했다. 호텔이나 숙박시설의 체크인 오후 3시 이런 것도 없다. 낚시를 빨리 하고 싶은 이들을위함인가. 더 좋네. 통통배에 대형견까지 실어 호숫가를 건너가는 그 짧은 순간에 제법 흥이 났다. 날씨는 완벽했고, 물 위에 떠 있는 좌대들은 정말이지 평화 그 자체였다. 남편이 말하길, 나를 배려해 최대한 깨끗한 업체로 예약했다더니, 시설은 기대 이상이었다. 커다란 창 밖으론 보이는 나무들이 바람에 살랑이고, 물은 햇살을 받아 반짝거렸다. 나는 곧장 의자에서 책을 읽다가 이부자리와 베개를 펴고 눈앞 풍경에 퐁당 빠져 낮잠을 잤다. 남편은 하고 싶은 낚시를 실컷 하고 나는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싱글 시절의 주말 같은 시간을 보냈다.


다음 날 아침, 물은 전날보다 더 반짝였고 나무들은 “잘 잤어?” 하는 듯 손을 흔들며 또 춤을 췄다. 그날 찍은 사진을 본 지인들은 “야, 한국에 이런 곳이 있었어? 완전 맹그로브 아니냐?”며 놀랐다. 실제로 내가 마주했던 그 풍경은 충분히 신비로웠다. 두 달이 지난 지금도 그 물과 바람, 공기, 나무는 마음속에서 슬로 그루브를 타고 있다. 언제든 꺼내볼 수 있도록, 오래도록 저장해 두었다.


맹그로브 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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