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동 일기44
넷플릭스에서 '나는 살인자다'라는 다큐 시리즈를 즐겨보았다.
무기징역이나 사형을 선고받은 사람들과 인터뷰하는 내용인데, 현재 시즌5까지 나와 있다.
한 인간이 살인을 하기까지의 과정을 찬찬히 되짚어 보고 경찰, 검사, 주변 인물 등을 입체적으로 인터뷰한다.
그리고 살인자 본인의 입을 통해 살인의 동기와 과정 등을 보여주는데, 그 말의 진실과 거짓, 왜곡된 반성 등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
수십 명의 인터뷰를 보았는데, 그들에게는 공통적이면서 반복적인 패턴이 있었다.
어릴 적 신체적 혹은 성적, 언어적, 정서적 학대를 당했다.
가정에 불화가 있다. 대부분 이혼하거나 별거하면서 아이를 방치한다.
엄마가 남친을 데려오거나 아빠가 여친을 데리고 들어와 함께 사는데, 늘 싸움이 그치지 않는다.
그리하여 부모와의 불화가 쌓인다.
부모는 마약을 하거나 알콜 중독자이다.
조부모가 키우거나 다른 곳에 입양되거나 보호시설로 보내진다.
사귀던 동성 혹은 이성친구와의 불화가 심하게 발생한다.
본인도 술과 마약에 깊이 빠진다.
마약과 유흥에 쓸 돈이 필요하다.
범죄를 계획한다.
살인한다.
프로그램을 보면서 몇몇 깨달은 점이 있다.
1. 살인자에 대한 미국 법정의 선고 형량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그들은 대부분 종신형 아니면 사형을 선고받는다.
2. 살인은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을 죽이는 것이다.
살인은 단 한 사람만 죽이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아버지, 어머니, 삼촌, 동생, 아들, 딸, 친구, 동료 등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죽인다는 것이다.
3. 살인의 가장 강력하고 광범위한 동기는 돈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강탈한 돈이 어떤 돈인 줄 알았다면 그 살인을 조금은 망설였을까.
그 돈은 가난한 농부가 겨우겨우 마련한 딸의 등록금일 수 있다.
늙은 아비의 암수술 비용일 수도 있다.
그날 아침 백혈병 어린이들을 위한 행사에서 모금한 돈일 수도 있다.
태풍으로 파손된 집의 수리비용일 수 있다.
전세 사기를 당하고 은행에서 대출금을 받아가는 길일 수도 있다.....
하나의 살인은 단순히 한 사람을 죽이는데 그치지 않는다.
#나는살인자다#살인#살인의이유#넷플릭스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