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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혁 Feb 21. 2022

#2 자만심과 자신감의 사이

에고라는 적

오랜만에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지 않은지 몇 달이나 됐다. 요즘 바쁘다는 핑계, 공부할게 많다는 핑계로 책을 멀리했다.

책을 읽지 않으면서 생긴 변화는 삶에 대한 나만의 고찰이 흐릿해진다는 것이었다.

더 이상 나의 고유 테마의 생각들이 내 머릿속에 남아있지 않았다.

요즘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을 병행하면서 건강한 육체가 만들어졌고, 이때부터 조금씩 삶에 대한 고찰을 시작하게 되었다.


문득 책장을 봤더니 고등학생 때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책이어서 읽기를 포기했던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그 책의 이름은 '에고라는 적', 소제목으로 달려있는 문구가 나를 이끌었다.

'인생의 전환점에서 버려야 할 한 가지'

단지 이 소제목이 마음에 들어 책을 집어 들고 읽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책을 읽어서인지, 책의 내용들은 내 머리를 강하게 내리치는 듯한 신선한 자극을 던져줬다.



내가 얼마나 오만한 사람인가?


오만함, 교만함, 자기 과신, 이런 단어들이 참 거북하다.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고 싶은 무의식의 거부 인지도 모르겠다.

저 단어들은 나로 하여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나를 부풀리는, 객관적인 '사실'보다는 그럴듯한 '꿈'에 사로잡혀 망상에 빠져있는 사람으로 만든다.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다.

나는 예전부터 '내가 하기만 하면 다 잘할 수 있다.', '나는 어떻게든 결국은 성공할 사람이다.'와 같은 생각을 머릿속 깊이 박아두었다.

무엇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느새 나는 무엇이든 잘해야만 하는 사람이자 무엇이든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만 했다.

사실 이 생각들은 나의 자신감의 원천이 된다. 하지만 동시에 나를 자만하게 만들고, 실패에 예민해지게 만들어 아주 작은 그릇에 나란 사람을 가둔다.

나의 자신감의 원천이 내가 그릇을 키우지 못하도록 막는다.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정말로 쉽지 않은 일이다.

'나' '나'이기 때문에, 완벽하게 자신을 객관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사람도 '나'이지만, '나'를 가장 쉽게 속일 수 있는 것도 '나'다.


끈기라는 말로 나의 재능과 실력을 속이는 짓, 열정이라는 말로 내가 하는 모든 일을 실제보다 더 크게 부풀리는 짓, 확신이라는 말로 현실의 문제를 외면하는 짓, 모두 내가 가진 오만함이다.


그 누가 나 자신이 오만한 사람임을 받아들이고 싶을까.

하지만 그래야 한다. 나를 속이지 않을 때부터 진정한 성장과 지속이 가능하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침묵


나는 꿈이 많다. 정확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거나 새로운 생각을 하는 것을 즐긴다.

그래서 매일매일 창의적인 생각들이 떠오르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한다.

나는 나의 창의적인 생각과 꿈을 논하며, 자신감을 얻는다.

하지만 실행에 필요한 에너지를 꿈을 '말하는' 데에 사용하고, 꿈을 성취했을 때 남들에게 받을 수 있는 '인정 욕구' 또한 남들에게 나의 비전을 설파하며 얻는다.


이런 나는 참으로 비겁하다.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것은 쉽다. 그것에 대해 논하기도 어렵지 않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것은 실행하고 성공시키는 것이다.

그것이 가장 어렵다.


나는 이제껏 가장 어려운 것을 피했다.

쉽지만 만족감을 주는 방법들로 어려운 일들은 뒷전에 제쳐둔다.


책에서 저자는 말했다.

"지금 우리에게 결핍되어 있는 것은 침묵이다. 스스로를 의도적으로 의미 없는 대화로부터 떨어져 있도록 하는 능력, 남들의 인정 없이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능력이다.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과 강인한 사람은 침묵을 통해 휴식한다."


나 또한 침묵을 통해 휴식하려 한다.



더 이상 나를 속이며 살지 말아라, 눈을 가리지 말고 똑바로 세상과 너를 응시해라

그게 내가 이 책을 놓으며 손 끝에 남겨놓은 교훈이다.




Photo by Aziz Acharki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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