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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후반이 되어서야 생긴 용기.

나이가 드는게 나쁘지 않다.

by 아이샤


삶이라는게, 출발선은 제각각이지만 어떤 자리에서 달리든 행복이 존재하고 불행이 존재하는 건 같을 것이다.


나의 출발선은 딱히 앞쪽도, 그렇다고 아주 뒷쪽도 아니었던 것 같지만,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습관은 마치 내가 누구보다도 앞서 출발한 것 같이 느끼게 해주었다.


IMG_6392 copy.png 주6일 근무에 야근까지 하면서도 주말엔 우리를 데리고 많이 놀러다녀주신 아부지께 무한한 존경과 감사를.




하지만 작년의 반절이나 되는 시간은 회사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과 공황장애에 눌려 지냈던 것 같다.

공황장애는 다양한 이유와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데,

나의 경우에는 스트레스의 원인은 알고 있지만 -회사가 주는 스트레스가 너무 커서 벗어나고 싶음- 경제적인 이유로 헤어나올 방법이 없다고 생각될 때 찾아왔다.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눈물을 터뜨리는 일이 잦아졌고, 사람들과도 점점 거리를 두게 되었다.


하루에도 여러번 마음이 바뀌며 고민하고 힘들어 하는 나에게 남편이 질문을 던졌다.

"돈이 문제가 안된다면 하고 싶은게 뭐야?"

놀랍게도 나의 답변은 너무 쉽게 나왔다.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고 싶어."


아, 내가 정말 원하는 건 항상 내 마음속에 있었는데 내가 들어주지 않고 있었구나.




그리고 어느 날 운명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의 글을 보게 되었다.

그림을 업으로 하여 장소에 국한되지 않고 일을 하고, 나라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고객층을 보유한 그녀의 모습이 너무 부러웠다. 막연하게 나도 이런 것을 원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실제로 실현하고 있는 사람을 보니 내가 꿈꾸는 삶의 모습이 확실히 눈 앞에 그려졌다.


그러면서 ‘내가 마흔이 넘어서도 이렇게 서울을 왔다갔다 하면서 회사의 부품으로 살고 싶은가?’하는 의문이 들었고, 몇 년 남지 않은 마흔 전에는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을 실현시키자는 굳은 결심이 들게 되었다.


"꿈을 좇을 용기만 있다면 당신의 모든 꿈은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그려왔지만, 그림을 주 업으로 삼는 것을 방해하는 내재적인 이유들이 많았다.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이렇게 넘쳐나는데, 나는 안될거야’

‘내가 열심히 그린 그림에 대해서 평가 받고 싶지 않아. 그림은 취미로만 하면 족해‘

‘내 그림을 온라인에 올리면 그걸 카피해서 가져다 쓰는 사람들이 생기면 어떡하지?’

실제로 활동은 거의 하지 않으면서 걱정과 우려만 많아 오랜 시간 내가 원하는 것을 실천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드는 것의 장점 중 하나는, ‘뭐 어때’ 하고 자잘한 것에 크게 신경쓰지 않을 수 있는 소위 '깡'이 쌓이는 것이 아닐까 한다.

아니면 사실, 걱정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보다 ‘이제 진짜 지금이 아니면 안돼’하는 조급함이 더 커져서일지도 모르겠다.

어떤 이유이든, 이제는 걱정보다는 실천을 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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