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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궐 Nov 06. 2023

욕심부리지 말고 계획 세워 열심히 해 보자.

15_공부가 참 힘들다.


약속된 모의고사 상담시간이 되자 플래너를 가지고 담임실로 간다.

플래너에는 지금까지의 공부 계획과 목표 및 달성 내용을 상세히 적어놓았다.


담임실에는 여러 명의 담임 선생님이 자리에 앉아 학생과 상담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그런데 이곳에 오면 괜히 무서운 기분이 든다.


잘못한 것이 없지만 담임실은 담임 선생님이 불러서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학교에 다니면서 교무실에 잘 가지 않는 이유와 동일했다.


"선생님. 저 왔어요."

"진수 왔구나. 플래너는?"

"네. 여기 있어요."

"제출했던 총평은 여기 있으니까 가져가고, 모니터에 문항 분석 창을 띄워 놓았으니까 같이 보면서 이야기하자."


내가 담임실에 오기 전에 담임 선생님은 상담 준비를 끝마쳐 놓은 상태였다.

먼저 시선은 자연스레 모니터로 향했다.

이번 모의고사를 가채점해서 각 과목별로 어떤 문제를 틀렸는지, 맞았는지 체크되어 있음과 점수가 떠 있다.


다행히도 담임 선생님 자리는 칸막이로 가려져 있어 다른 반 학생들이 내 성적을 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이건 진짜 망한 점수예요. 설마 이렇게 나올 줄 몰랐어요."

"공부한 만큼 성적이 안 나와서 실망했니?"

"네...."


성적은 처참했는데, 수능보다 점수가 더 떨어졌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면 예상 등급은 수능과 그대로다.


분명 학원에 들어와서 열심히 공부했는데 이런 점수를 맞은 것은 믿어지지 않았다.


"나는 오히려 반대로 생각하는데. 오히려 지금 성적이 현재 실력이고, 이 이상의 점수를 바라는 건 욕심이야."

"네?"

"잘 생각해 봐라. 현역 때도 한 달을 공부하지 않으면 성적이 떨어지는데, 너는 수능이 끝나고 3개월을 놀았어. 그리고 한 달 동안 공부해서 성적이 유지되거나 오른다? 그건 터무니없는 욕심이다."

"아...."

"중요한 건 현재로, 현역 때 받았던 성적은 모두 다 잊어라. 지금부터 이 모의고사 성적을 기준으로 어떻게 공부해야 할 지만 생각하는 거다!"


망치로 머리를 세게 맞은 받은 기분이다.

그리고 얼마 전에 생활 관련 상담할 때 지금 반의 등급이 높더라도 중요한 건 개인의 성적이라는 것이라는 담임 선생님이 한 말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때는 반이 높아서 내 성적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건 한 순간일 뿐이고 내가 이 반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결심이 섰다.


"국어부터 이야기해 보자. 총평을 보니 가장 어려웠던 게 적응이 안 됐다고?"

"네. 감이 떨어진 것도 있지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어요."

"문제 풀이는 선택 과목 풀고 문학, 비문학 순서대로 하니?"

"네. 맞아요."


담임 선생님은 차근차근 내 국어 모의고사 푸는 방법부터 알아보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국어 모의고사를 볼 때는 가장 분량이 적고, 빠르게 풀 수 있는 선택과목인 언어와 매체 혹은 화법과 작문부터 한다. 그리고 암기가 필요한 문학을 풀고 가장 어렵고 시간이 걸리는 비문학을 푼다.


"일단 가장 먼저 잡아야 할 건 선택과목이야. 이건 수학도 마찬가지고.

가장 쉽게 풀 수 있는 영역인 만큼 다 맞아야 하고, 공부 분량도 적어. 개념을 확실히 잡고 기출 쪽을 꾸준히 풀어주면 틀릴 일은 없을 거야. 그런데 문제는 문학과 비문학 일 거야."


선택과목에 대해선 특별히 할 말이 없었다.

담임 선생님의 별 다른 조언이 없어도 충분히 내가 시간을 들여 공부하면 되는 것이었다.


"현역과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지문의 길이 일거야.

현역 때는 하나의 지문만 나오니까 쉽게 읽고 빠르게 문제를 풀 수 있었는데, 이번 모의고사에는 지문이 여러 개가 나오기도 했고 양도 엄청 많아서 당황했을 거야. 그러니 지문을 읽었어도 문제 풀 땐 까먹고 다시 지문 보느라고 시간을 날렸을 거고."

"네. 맞아요. 게다가 어려운 단어들도 굉장히 많았어요."

"그건 엄연히 공부 부족이야. 지금 EBS와 수능이 연계돼서 나오는데 문제가 똑같이 나오지 않잖니? 그럼 EBS에서 자주 나오는 시, 시가, 소설, 시조 등의 주제, 의미, 소재 등은 무조건 외워야 해."


덕분에 어느 정도 머릿속에 공부 가이드가 잡힌다.

현역 때 공부를 했지만 지금은 많이 흐릿하기도 하고 수능과 내신 공부의 결이 정말 달랐다.


"비문학은 나도 답이 없다. 그냥 매일 하루도 빼먹지 않고 문제를 풀고 분석하되, 기본적인 개념은 먼저 암기해라."

"그게 무슨 말인가요?"

"예를 들어 작년에 경제 문제가 나왔으니 올해에는 법 문제가 나올까? 올해에도 경제 문제?

그런데 이걸 예측하는 게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니까, 어떤 문제가 나오더라도 바로 이해할 수 있게 관련 개념은 외워두자는 거야. 문제가 바뀐다 해도 개념은 바뀌지 않으니까."

"아...!"


맞는 말이었다.

담임 선생님은 수능에서 어떤 문제가 나올지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니 앞으로 모의고사들을 대비해서 개념을 외워 기본은 튼튼히 다져야 한다고 말을 덧붙였다.


"이제 수학으로 넘어가는데, 선택과목은 건너뛰고 바로 공통 수학을 보자."

"비가... 비가 내리네요."


성적이 진짜 처참하다.

그나마 선택 과목인 확률과 통계에서는 절반 정도 맞았지만, 공통 수학인 수1과 수2는 거의 대부분 틀렸다.

하물며 무조건 맞아야 하는 3점 문제도 대부분 틀려 점수가 32점이었다.


이 순간 너무도 부끄러워 아무 쥐구멍이나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다.


"그치만 다행인건 총평지를 보니 너 수준을 제대로 알고 있다는 거야."


그리고 담임 선생님의 말에 가슴에 비수가 꽂힌다.

말로 사람을 때린다는 게 어떤 것인지 절실히 느낀다.


"'실수로 틀렸다.' '운이 없었다.' '다음번에는 꼭 맞출 수 있다.'라고 말하는 애들 중에 성적이 쉽게 오르는 경우는 없어.

아예 나는 노베라고 생각하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데, 개념 수업을 잘하는 몇몇 인강 선생님들을 알려줄 테니 맛보기 강의를 보고 학원 수업과 병행하자.

각 인강 사이트에 일타 강사라는 선생님의 강의가 있지만 꼭 그걸 추천하지 않는데, 정작 나하고 맞는지 모르기 때문이야. 내가 찍어주는 선생님이 아니더라도 너한테 수업 스타일이 맞는 선생님을 찾는 게 좋고 수학은 다음 모의고사 때 다시 이야기해 보자."


그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수긍했다.

솔직히 수학은 어떤 공부 가이드보다 내가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게 중요했다.


"영어는 총평 때 학과 선생님이 말한 대로, 틈틈이 영단어를 외워서 독해할 때 제대로 지문을 읽는 것이 목표야. 문제들을 보니 딱 감으로 풀고 있네. 현역 때도 영어 공부는 거의 안 했고."

"헉!! 네. 맞아요."

"딱 보니 중학교 실력으로 영어는 최소한으로 했구나."


순간, 소름 돋았다.

외고에 입학했는데 영어는 중학교 때 선행학습을 해서 특별히 공부하지 않아도 성적이 잘 나왔다.

그래서 틈틈이 영단어를 외워서 일정 점수를 유지했었다.


"요행을 바라지 말자. 수능은 영단어만 외워서 끝나는 게 아니라 꾸준히 기출문제들을 풀어야 한다."

"네."


이제 마지막으로 사회탐구가 남았다.

한국사는 2등급을 맞아서 이 점수를 유지하거나 1등급으로 만들기로 했다.


"선택한 과목들이 생활과 윤리하고 사회문화네. 둘 다 암기를 필요로 하는 과목이지만, 사문에서 도표 문제들이 난이도 있다 보니 어려울 거다. 최대한 빨리 인강으로 개념을 돌린 다음 기출을 풀자."

"네."

"진수야, 가장 시급한 게 국어와 수학이 아니라 탐구다. 가장 공부하기 어려운 국어, 수학을 하고 나중에 시간이 있을 때 탐구를 한다? 내 경험 상 그런 시간 따위는 없으니까 무조건 탐구 먼저 점수를 올려놔야 한다."


이 내용은 오늘 담임 시간에도 학생들에게 이야기했었다.

수능은 국어와 수학만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과목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국어와 수학을 잘 본다 해도 탐구를 못 보면 원하는 대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어렵다고 한다.


그 말에 공감하기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수긍했다.


"앞으로도 점수가 신경 쓰일 테지만 가능하면 과정에 신경 쓰자. 내가 어떤 문제에, 어떤 출제 방식에 약한 지 분석하고 이 부분을 보완하는 것이 모의고사를 보는 목적이니 욕심부리지 말고 계획 세워 열심히 해 보자."

"알겠습니다."


이후에는 플래너를 보며 각 과목별로 디테일하게 시간 관리를 하는 법과 학원 생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상담을 마무리했다.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50분이 훌쩍 지나갔고, 이 열기를 식히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기 위해 자습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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