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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그레이 Mar 22. 2023

괜찮은 이성을 만나는 방법

외로운 싱글남녀를 위한 기혼자의 경험담 

으악~~~ 외로워!!!


아직 제 짝을 만나지 못한 지인들은 봄이면 봄이라서, 가을이면 가을이라서, 연말이면 연말이라서 더욱 외롭다고 몸서리를 친다. 결혼 자체가 목적은 아니지만, 인간은 애당초 고독한 존재인지라 제아무리 인스타 인싸일지언정 바로 옆에서 매일 나의 안부를 챙겨 물어봐줄 '단 한 명'이 고픈 건 어찌 보면 숙명이다.


나 역시도 그랬었었었었~~ 던 사람 중의 하나인데,  돌이켜보면 내가 대다수와 조금 달랐던 점이 있다면 이성을 만나는 '기회'를 찾는데 그 누구보다 '열정적'이었다는 사실이다.  (나의 베프는 당시의 나에게 '네 노력은 하늘이 알아줄 거야!'라고도 했었,,)

태생부터 '거저' 주어진 것이 한 개도 없다 보니, 나의 인생 반려자를 찾는 일이니만큼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고 믿었다. 


No Pain, No Gain


그렇다 보니, 결혼 전 나의 뇌 구조에서 '연애'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취업, 이직, 가정사, 우정 등과 관련한 고민도 빈번했지만, 고백하건대 그것들을 모두 합해도 '이성'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앞지르지는 못했다.  (부끄..)


나의 전략은 만남의 질보다는 양에 승부를 거는 것이었다. 

왜? 배우들도 다작을 하는 중에 히트작이 생기는 것처럼 진짜로 맘에 드는 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많은 이성을 경험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결론적으로 이 믿음은 사실로 증명되었다) 


그래서 보편적으로 허용된 범위 안에서 가능한 모든 경로를 통해 이성 만남의 기회를 늘려가고자 부단히 애썼고, 결과적으로 그 에너지들이 응축돼 지금의 남편 앞으로 나를 인도할 수 있었다. (휴!)


내 인생에서 가장 흥미로운 챕터였음은 부인할 수 없기에,  내가 이성을 접했던 대표적인 경로와 각각의 특징에 대해서 공유해보고자 한다.  이 글은 오로지, 지금 이 순간에도 간절히 반 쪽을 찾기를 원하는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동기부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쓴다.   




<소개팅> 

남편을 만나기 전까지 수년간 거의 매달 소개팅을 했는데 가능했던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 가능한 한 'I am available'를 사방팔방 어필할 것  둘째,  까다로운 조건을 걸지 않는 것이었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내가 싱글이며, 소개팅을 적극적으로 원한다는 사실을 인지할수록 그들 주변에 나와 같은 요구를 하는 이성이 생겼을 때, 나를 소개팅 최우선 순위에 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덕분에 친구, 회사동료와 상사는 물론이고 친구의 친구의 친구와 학원, 여행지, 동호회 등에서 만난 설익은 인연으부터도 소개팅을 받을 수 있었다.  


아울러 외모, 학벌, 성격, 직업, 경제력, 종교 등등과 같은 본인만의 남다른 조건 값들을 붙이는 순간 미안하지만 본인이 전지현, 정우성이 아닌 이상 잠재된 모든 기회는 날아가버린다.  그런 세세한 조건까지 고려하며 나를 위해 '완벽한 사람'을 물색해 줄 만한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입장 바꿔서 본인이라면 그럴 것 같은지?)  실제로 소개팅 입문 초기에는 물정 모르고 나름의 조건 몇 개를 언급한 적이 있는데, 그러자 '네 조건에 맞는 사람이 주변에 없다'는 실속 없는 답만 돌아올 뿐이었다. 


여기서 포인트는 설령 99번 실패한다 해도 100번째 성공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소개팅을 하는 것이다.  나 또한 지속적인 실패에 '이제 그만할까..'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를 되뇌며 소개팅을 마다하지 않았고,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다시 한번 휴!)


<여행> 

반드시 '혼자 가는' 여행을 추천한다.  친한 친구와 같이 가는 것도 좋지만, 이성과의 만남을 조금이라도 기대한다면, 나 자신을 누구든지 만날 수 있는 자유로운 상태로 두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래도 여럿이 함께 몰려다니면,  새로운 사람이 다가오기 힘들다.  내 경우도 한 달간 유럽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현지 게스트하우스나 민박 혹은 유랑 카페 등에서 여행 취향이 맞는 새로운 인연을 수시로 만날 기회가 생겼으며,  실제로 그중 하나와는 귀국 후 (짧지만) 연인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여보~ 다 지난 일이야 ^^;;)  


<스피드데이트> 

2시간 동안 12명의 이성을 10분씩 만날 수 있는 데이트가 있다. (지금도 있다.)

일반적인 소개팅은 상대가 맘에 안 내켜도 밥 먹고, 차 마시는 시간으로 최소 3시간은 인내해야 하지만 스피드데이트는 단 10분이면 된다.  참가비도 3~5만 원 수준이고 주말에 한적한 카페를 통으로 빌려 진행되기 때문에 주변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도 없다. 짧은 데이트가 맘에 들었다면 상대의 이름을 적어서 내면 된다.  물론 상대도 본인의 이름을 적었다고 가정했을 때 서로의 진짜 연락처가 공유되고 그 이후부터는 여느 소개팅과 동일하다.  상대에 대한 정보 없이 오로지 첫인상과 10분 간의 대화에서 받은 좋은 느낌만으로 후보자 '여러 명'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메리트이다.  물론 내가 선택한 상대 중에 누구도 나를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과 더불어 상대 신원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 절차가 없다는 것이 단점이다. (그런데 그런 절차가 있는 결정사에서 조차도 얼마든지 속임수는 가능하더라는...)  



<결혼정보업체>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는 각오의 대망의 마지막 단계였다. 

나이, 외모, 직업, 학력, 자산현황 등 '증명서로 입증할 수 있는 항목'을 기준으로 소위 말하는 '매칭 등급'이 정해진다. (경험상 등급을 회원에게 공개하지는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신은 '하' 등급입니다'라고 이야기 듣고 가입할 사람은 없을 듯..)  씁쓸한 현실은 여자의 경우 그 어떤 조건보다 '어린 나이, 165cm 이상의 키, 날씬한 몸매 등'이 좋은 등급(?)을 받는데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다는 거다. (당시 그중 아무것도 가지지 못했던 나는...ㅜㅜ)  암튼 그렇게 한 6개월 간 총 십 여번의 소개팅을 주선받았다.  커플매니저가 '동일 등급 내에서 임의로' 매칭한 상대에게  서로의 프로필이 공개가 되고 서로 만남을 수락할 경우 계약 횟수가 차감되는 형식이다.  

결과적으로 나의 경험에 한하자면 결정사의 장점은 없었다.  만나기 전부터 지나치게 자세한 정보를 알고 있는 것이 상대에 대한 호감 형성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성적인 호감으로 자연스럽게 서로 알아가는 재미보다는,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들에 대해 '진위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에 가까웠달까.  

게다가 결과가 좋을 경우 계약된 잔여 주선 횟수가 사라지는 조항 때문에 소위 '본전 생각'이 만남에 대한 진심을 희석시키기도 했다.  결국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나려는 의지보다는 계약된 횟수를 다 채우겠다는 오기만 남게 되는 것이다. 이러니, 눈앞에서 좋은 사람을 놓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 경험 덕분에 적어도 내게 있어서는 '객관적인 조건이 이성적인 호감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는 것을 몸소 깨달았다. 






이 외에도 지인들의 경사(특히, 결혼식)에 적극적으로 얼굴을 비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지인의 싱글 지인들이 다 모이는 장소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알게 모르게 서로에 대한 스캐닝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10번 가면 적어도 한 번 정도는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  (설마 한 번에 성공을 기대한 건 아니겠지..?)  


독신을 선언한 게 아니라면 이성을 만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나의 존재를 최대한 노출'하는 것뿐이다.  평일에는 회사-집을 반복하고, 주말 내내 집 안에 처박혀 있거나, 이미 자주 보는 동성 친구들을 또 만나는 것으로는 좋은 사람을 만나는 시기만 지연시킬 뿐이다.  보라~ 만사 제치고 짝꿍 찾기에만 매진했던 나조차도 36살이나 돼서야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찾기를 게을리하지 않으면 반드시 찾게 되어있다'는 연금술사의 문구를 되새겨야 한다. 

결혼 7년 차에 접어들고 보니, 내 삶에 '어떤 한 사람'이 들어오는가가 내 인생의 주제를 통째로 바꿀 수 있을 만큼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매일매일 체감하게 된다. 


이효리가 그랬다. '괜찮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 우선 내가 괜찮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라고. 

이 말은 곧, 내가 만나는 상대가 '나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나의 경우에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이 나의 부족한 점을 더욱 돌아보고 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동력이 되었다. 덕분에 시간이 지날수록 배우자를 찾는 나만의 기준과 안목이 생겼고, 그에 꼭 맞는 유일한 한 사람을 찾아낼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숱한 만남과 실패가 없었다면 놓쳤을지도 모르는 일생일대의 기회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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