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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그레이 Feb 14. 2021

배우자를 찾는 가장 빠른 방법

게으름 피우지 않을 것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에 등장하는 양치기 청년 산티아고는 자아의 신화를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 날 자신을 살렘의 왕이라고 부르는 한 노인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 세상에는 위대한 진실이 하나 있어.
무언가를 온 마음을 다해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거야.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은 곧
우주의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때문이지


책 전체를 관통하는 이 문구는 누구든지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소망할 때, 자신을 둘러싼 주변의 모든 것들이 그것이 이루어지도록 에너지를 모아 도와준다고 말한다.  




살다 보면 가슴에 특별한 울림을 주는 문장들을 만나게 되는데 내게는 이 문구가 그랬다.


나는 그동안 '이 세상에 노력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는 잠언을 몸소 실천하며 살아왔는데, 그런 내가 인생의 길고 짧은 터널 속을 헤맬  때마다 출구까지 무사히 나갈 수 있도록 신호수가 되어주던 경구이기도 했다.


결혼 전의 나는 여느 누구와 다름없는 눈빛이 불안한 청년이었다. 년째 해오던 일은 보람보다는 삶을 하루가 다르게 침식시켰고, 근로소득은 가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으며, 오래된 지인들과의 관계에 조금씩 환멸을 느끼기 시작한 것도 그즈음이었다.




그랬던 내게 '진정한 사랑'은 유일무이한 돌파구였다. 나를 믿고 지지해주는 단 한 사람만 있다면 그 어떤  난관도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너무 낭만적인가?)   하지만 그런 바람은 예상대로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나는 인생 최우선 과제'find true love'에 두고, 본격적인 항해의 닻을 올렸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운명의 상대라고 느껴지는 사람은 머리카락 한 올,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마치  '산티아고'가 연금술사를 만나 인생의 진리를 깨닫고,  피라미드 앞에 서기까지의  과정만큼이나 고생스럽고 지난할 뿐이었다.


"야, 네 노력은 하늘이 알아줄 거야"

"너 진짜 대단하다"


지인들은 도무지 끝이 없는 나의 소개팅 담에 TV 예능쇼만큼 흥미진진해하면서도, 운명의 짝을 찾고 말겠다는 지치지 않는 열정경탄했다. 


"그럼,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 인연도 노력해야 만날 수 있지. 파울로 오빠도 그랬잖아" 


하지만 낯선 상대와의  만남이 누적 백 번을 넘어가자 포기를 종용하는 마음의 소리도 점점 볼륨을 키워갔다. 소위 '이생망', '비혼 주의'와 같은 시대론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는 체념마저 스멀스멀 고개를 들었다.  게다가 내  지인들은 하나같이 너무 쉽게 인연을 만나 결혼까지 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쩌면 나한테 어떤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만 짙어졌다.



오아시스의 야자나무들이 지평선에 보일 때 사람들은 목말라죽지



연금술사는 '무언가를 찾아 나서는 도전은  초심자의 행운으로 시작해 반드시 가혹한 시험으로 끝난다'라고 말하며  꿈을 이루기 직전에 가장 견디기 힘든 순간이 온다고 했다.


아마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던 그때가 연금술사가 말하는 '꿈을 이루기 직전'인 모양이었다.  나는 그간의 축적된 노력이 한순간의 단념으로 허망하게 끝날까 봐 두려웠다. 이런 때일수록 좀 더 분발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던 것이다.


그렇게 백 번의 실패를 뒤로하고 백한 번째, 백 두 번째 만남을  이어나갔고, 기어코 운명의 짝이라 생각하는 지금의 남편과 온 우주의 도움으로 만날 수 있었다. 




배우자를 찾기 위한 무수한 만남을 통해 깨우친 사실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영혼의 단짝을 만나기 위해선 사람에 따라서는 상상 이상의 막대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찾으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만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진정한 인연은 어느 날 은혜 입은 제비가  떨구고 가는 행운의 씨가 아니기에 진정으로 소중한 누군가를 만나기 원한다면 부단한 노력이 지속되어야만 한다.


간혹 가만히 집에만 있으면서, 괜찮은 상대가 나타나기를 막연히 기대하는 사람들을 본다. 안타깝지만 그래서는 제아무리 세기의 매력남녀라고 해도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당장 모든 가까운 친구들에게 "외롭다. 소개팅을 해달라"라고 이야기하고, 다양한  모임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하며 운명의 상대와의 거리를 조금씩  좁혀나가야 한다. 그러면 사람마다 속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반드시 만나게 되어있다.


이것이 내가 깨우친 인생의 진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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