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시어머니의 차이
청첩장 문구를 바라보는 재미있는 시선차이
"우리 같이 살래?"
취기에 볼이 발그레진 그녀가 용기 내어 물었습니다.
"당연하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가 대답했습니다.
유난히도 무더웠던 2016년 여름이었습니다.
저희 결혼합니다.
#엄마 반응 VER.
청첩장을 받아 든 엄마의 표정에 어쩐 일인지 그늘이 비췄다.
불과 하루 전까지만 해도 내 결혼을 핑계 삼아 지인들에게 공짜 밥을 사며 나름의 축제를 즐겼던 엄마 아니던가. 그런 엄마의 신통찮은 반응이 이상했다.
"왜 그래? 뭐가 맘에 안 들어?"
"아니.."
"왜, 뭔데, 말을 해봐"
"아니.. ㅇ서방이 먼저가 아니라 네가 먼저 프러포즈한 거야??" (시무룩..)
"어. 그게 뭐 어때서?"
엄마는 '용기 내어 물은 쪽'이 예비 사위가 아닌, 당신 딸인 게 속상하다고 했다.
여전히 여자가 프러포즈를 '받아야' 제대로 사랑을 '받고' 결혼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엄마, 서로 좋아해서 결혼하는 건데 누가 먼저 프러포즈하든 무슨 상관이야? 사람 성격이 다 다른데 성미 급한 내가 먼저 한 것뿐이야. 그리고 여자가 '먼저' 프러포즈받는다고 해서 무조건 잘 사는 것도 아니잖아?"
#시어머니 반응 VER.
청첩장을 받아보신 어머니로부터 전갈이 도착했다.
청첩장 문구 중 일부를 수정해 줬으면 한다는 내용이었다.
결혼 승낙부터 준비까지 모든 과정을 나와 남편의 뜻에 따라주셨던 터라 '청첩 문구 수정' 요청이 다소 뜬금없게 느껴졌다. '혹시 '사랑과 믿음으로 두 사람이 하나 되는 자리...'와 같은 전형적인 문구가 아니어서 그러신가?' 예상치 못한 피드백에 당황스러운 기색을 숨긴 채 남편에게 물었다.
"어떤 걸 수정하기를 원하신대?"
"아, 다른 건 아니고.. '취기에'라는 표현을 빼 달라고 하시네"
"어? 그게 왜??"
"아무래도 며느리 될 사람이 술 취해서 프러포즈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셔.. ㅎㅎ"
"ㅎㅎ 아.... 전혀 생각 못했네.."
짧은 여섯 줄의 문장을 두고도
우리 부부는 두 사람의 추억을 곱씹기 바빴고,
엄마는 당신 딸이 사랑받지 못할까 노심초사했고,
시어머니는 새 가족에 대한 주변의 오해가 생기는 것을 걱정하셨다.
결혼이.. 단지 두 사람만의 대사(大事)가 아닌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