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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그레이 Dec 21. 2020

엄마와 시어머니의 차이

청첩장 문구를 바라보는 재미있는 시선차이   

"우리 같이 살래?"

취기에 볼이 발그레진 그녀가 용기 내어 물었습니다.


"당연하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가 대답했습니다.


유난히도 무더웠던 2016년 여름이었습니다.


저희 결혼합니다. 




#엄마 반응 VER.  


청첩장을 받아 든 엄마의 표정에 어쩐 일인지 그늘이 비췄다.

불과 하루 전까지만 해도 내 결혼을 핑계 삼아 지인들에게 공짜 밥을 사며 나름의 축제를 즐겼던 엄마 아니던가. 그런 엄마의 신통찮은 반응이 이상했다.  


"왜 그래? 뭐가 맘에 안 들어?"   


"아니.."


"왜, 뭔데,  말을 해봐"


"아니.. 서방이 먼저가 아니라 네가 먼저 프러포즈한 거야??" (시무룩..)


"어. 그게 뭐 어때서?"


엄마는 '용기 내어 물은 쪽'이 예비 사위가 아닌, 당신 딸인 게 속상하다고 했다.

여전히 여자가 프러포즈를 '받아야' 제대로 사랑을 '받고' 결혼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엄마, 서로 좋아해서 결혼하는 건데 누가 먼저 프러포즈하든 무슨 상관이야?  사람 성격이 다 다른데 성미 급한 내가 먼저 한 것뿐이야.  그리고 여자가 '먼저' 프러포즈받는다고 해서 무조건 잘 사는 것도 아니잖아?"



#시어머니 반응 VER.


청첩장을 받아보신 어머니로부터 전갈이 도착했다.

청첩장 문구 중 일부를 수정해 줬으면 한다는 내용이었다.  

결혼 승낙부터 준비까지 모든 과정을 나와 남편의 뜻에 따라주셨던 터라 '청첩 문구 수정' 요청이 다소 뜬금없게 느껴졌다.  '혹시 '사랑과 믿음으로 두 사람이 하나 되는 자리...'와 같은 전형적인 문구가 아니어서 그러신가?' 예상치 못한 피드백에 당황스러운 기색을 숨긴 채 남편에게 물었다.


"어떤 걸 수정하기를 원하신대?"


"아, 다른 건 아니고.. '취기에'라는 표현을 빼 달라고 하시네"


"어? 그게 왜??"


"아무래도 며느리 될 사람이 술 취해서 프러포즈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셔.. ㅎㅎ"


"ㅎㅎ 아.... 전혀 생각 못했네.."




짧은 여섯 줄의 문장을 두고도  

우리 부부는 두 사람의 추억을 곱씹기 바빴고,   

엄마는 당신 딸이 사랑받지 못할까 노심초사했고,  

시어머니는 새 가족에 대한 주변의 오해가 생기는 것을 걱정하셨다.


결혼이.. 단지 두 사람만의 대사(大事)가 아닌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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