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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그레이 Nov 27. 2023

제 일이 만만해 보이죠?

아무나 할 수는 있지만 아무나 잘하기는 힘든 일

흔히들 참 만만하게 여기는 직업이 있다.


장사가 그렇고,

영업이 그렇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취업컨설팅 분야가 그렇다.


위 직업의 공통점은 대부분 이것저것 시도하다가 잘 안 풀렸을 때,   


"나도 그거나 해볼까?"


라는 한없이 가벼운 생각에서 시작한다는 점이다.


그중 누구도


"나도 의사나 해볼까?"라고는 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위의 직업들을 '편안하게(?)' 여기는 이유는 나도 알고 있다.


진입이 쉽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다.

사전 준비기간도, 투입되는 노력의 양이나 밀도도 여타 직업에 비해 해 볼만하다.  


인정한다.


경험해보지 않은 장사는 제외하겠다.  

하지만 내 커리어의 기반인 영업과 현재 종사 중인 취업 컨설팅 분야는 확실히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신입 채용 시장에서조차 취업목표가 불분명하거나,  상대적으로 취업 역량을 많이 쌓지 못한 대다수의 취준생들이 영업직을 1순위로 지원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공교롭지만 취업컨설팅 분야도 마찬가지다.

입직 경로는 다양하지만 요구 조건이 까다롭지 않은 걸 넘어 '단순'하다.

공공기관 진입 필수 자격인 직업상담사(1,2급)만 있으면 되는데 이는 기사 수준의 난이도로 2~3개월만 공부하면 누구나 취득 가능하다.  과거에 어떤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며, 얼마만큼의 경력을 보유하고 있었는가는 아이러니하게도 전면 리셋된다.




진입이 쉬운 건 알았다.

그러면 이제 질문을 조금 바꿔보겠다.


단순히 '진입'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면,

애당초 만만하게 여긴 마음이 무색해지지 않도록 해당 분야에서 눈에 띄는 '성과'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그런 마음에 비로소 당위성이 부여될 수 있지 않겠는가.   


내가 말하고 싶은 본질은 이거다.


'그래서, 당신이 쉽게 여긴 그 일에서

남들이 인정 안 하고는 못 배길 만큼의 남다른 결과를 만들어냈습니까?'


장사가 만만하다지만 장사로 큰돈을 번 사람은 손에 꼽는다.

영업도 마찬가지다.  내가 종사했던 10년 간 진짜 영업맨이라고 느껴질 만큼 그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는 사람은 불과 한 두 명 수준이었다. (물론 나는 아니다)

취업컨설팅 분야도 매 한 가지다.  아니, 솔직히 지금 이 분야에서 나는 아직 뛰어난 사람을 발견하지 못했다.  나 조차도 내 역량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또 의심할 뿐이다.  





그래서 내 결론은 이거다.


진입이 수월할수록 누구나 도전은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구보다 잘 해내는 것은 그 어떤 분야보다 어려울 수 있다. 진입 자격이 까다롭지 않다는 점은 그야말로 광범위한 역량을 요구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영업이 그랬고, 지금의 취업 컨설팅이 그렇다.  진입 이후가 오히려  전쟁인 것이다.


그래서 이 일에 진심일수록  끊임없는 공부와 고민을 통한 자기 계발은 생존을 위한 투쟁이다.  

잘하기로 마음을 먹은 순간 스스로  이 일을 잘 해내기에는 한 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닫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루하루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공부하고, 고민한다.


때문에 동일한 직업명으로  불릴 수는 있어도, 이 일을 대하는 태도와 방식 그리고 결과에 있어서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생기기도 한다.




"나도 회사 때려치우고, 그거나 할까? 나 잘할 수 있는데"


라는 지인의 말에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무슨 근거로?"


라는 말을 꾹 삼킨 채, 전화를 끊었다.

그 지인과는 다시는 연락을 하지 않을 참이다.


이 세상 누구도 다른 누군가가 목숨걸고 하는 일을 함부로 얘기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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