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직원의 공통점

직장생활 보고의 생존학

by 미그레이

'보고'로 시작해 '보고'로 끝나는 게 회사 일이라고 들 한다.

그만큼 지시와 수행이라는 체계로 돌아가는 직급 사회에서의 '보고'는 조직을 생동하게 만든다.


보고를 하는 이유는 직무 경험이 많은 상급자로부터 일종의 컨펌을 받는 행위이다. 시쳇말로 '나 잘하고 있는 거 맞지?'라는 끊임없는 확인 과정과 다르지 않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회사 일은 결코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단편적인 일이 바로 옆 자리의 동료 혹은 옆 팀의 수행과제와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자의적이고 독단적인 업무 처리는 결과적으로 조직 성과에 큰 여파를 미칠 수 있다.


내가 오랜 직장 생활 동안 관찰한 바로 '일 잘한다'는 내부 평가를 받는 직원들에게는 전체적인 시각, 추진력 등의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는데 그중에는 '지체 없는 보고'도 포함되어 있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상부에 대한 보고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오히려 보고를 통해서만이 기대하는 성과를 효율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즉 '보고'라는 행위가 누군가에는 가능한 미루고 싶은 불가피한 과정이라면, 일 잘하는 그들에게는 목표한 바를 빠르게 달성하기 위한 가장 실용적인 '도구'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성원들이 이 부분에 맹점을 지닌다.

맡은 업무를 끝내 놓고도 '제때' 보고를 하지 않아 상급자를 초조하게 만들거나, 보고의 절차나 형식이 매끄럽지 못해 불필요한 잡음을 양산하거나, 심한 경우에는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방치하다 '골든 타임'을 놓쳐 회사에 적지 않은 손실을 끼치고 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 순간의 실수로 '못 미더운 직원'으로 전락하기 쉽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진행 과정 상의 크고 작은 실수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지만 명심해야 할 사항은 실수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보다 실수가 생겼을 때 즉각 '보고'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그래야 가래로 막을 일을 호미로 간단하게 막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일 잘하는 사람들로 다시 돌아가 보면 그들에게 '보고'는 강력한 업무상의 무기다.

그렇다고 세세한 부분까지 일일이 보고를 한다고 오해해서는 안된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담당 업무에 대해서 만큼은 각별한 책임감으로 일을 추진하면서도 도중에 조금이라도 미심쩍거나, 불확실한 부분에 대해서는 상급자의 판단에 기대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일의 진척 속도가 월등히 빠르다. 보고를 통해 결정권자와 수시로 업무를 '공유'하기 때문에 상급자도 보다 적극적으로 해당 업무에 관여하며 시의 적절한 지침을 내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는 크게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

지시받은 일에 대해서 우선 이행해 나갈 방법과 아이디어에 대해 '추진계획 보고'를 한다. 그리고 이행 중간에 '현황 보고'를 하고 일이 마무리되면 '결과보고'를 하는 순서다. 물론 세상만사가 그러하듯 그 과정이 순조롭지 않을 때가 더 많기 때문에 중간중간 팝업 되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한 '이슈 보고'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최고 결정권자가 되기 전까지는 (= 결국 회사 생활을 하는 동안은 내내)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한다.




문득 사회 초년생 시절, 내 이름 석자에 무슨 원한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지독하게 불러대던 장승 눈매의 열혈 상사가 떠오른다.


"00아, 그거 어떻게 됐어?"
"00아, 아까 시킨 거 다 했어?"


라는 질문을 거짓말 조금 보태서 5분에 한번 꼴로 하며 보고를 재촉하던 사람이었다.

'성미가 급하다'라는 관용적인 표현도 그의 초급함을 담기에는 느릿하게 여겨질 정도였으니까.

불과 몇 분 전에 받은 지시 사항을 다이어리에 미처 다 정리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나는 허겁지겁 그의 자리로 불려 가 시간을 좀 더 달라고 읍소하기 바빴고, 그는 그런 내게 "언제 시킨 건데 아직까지 그러고 있냐"라는 질책을 하곤 했다. 사람 피를 말린다는 게 이런 거구나를 실감하던 때였다. 그가 상사로 있던 1년 여간은 벼랑 끝에 몰린 심정으로 일에 매진했다. 일에 재미와 보람을 느껴서라기 보다는 '내 이름을 부르기 전에 보고해야 한다'는 강박이 나의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그 덕분(?)인지 나는 지난 조직 생활 통틀어 '추진력'에 있어서 자타공인 최고로 인정받았다. 지시가 떨어지기 무섭게 계획 수립, 이행, 결과를 순식간에 만들어냈고 상사마저도 시킨 일을 기억하고 있지 못하는 와중에도 곧바로 진행 상황을 구두와 이메일로 수시로 보고하여 '기록'을 남겼다. 그리고 이것은 중간관리자가 된 지금까지도 여전히 나의 훌륭한 '방패'가 되어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보고는 상급자의 궁금증을 단순히 해소시켜주는데 그 목적이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고는 보고하는 자의 일처리를 빠르게 진행시키기 위한 효율적인 '업무 도구'이자,

보고하는 자에게 쏠리는 과도한 책임을 '면피'할 수 있게 해주는 '보험'과도 같다.

즉 보고는 어디까지나 하급자를 위한 업무 시스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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