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인상이 안 좋은 이유

진심 어린 표정으로 천냥 빚 갚기

by 미그레이

"표정이 왜 썩었어요?"


최근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직원의 낯 빛이 급격하게 시멘트가 되었다. 출퇴근 때 스치듯 눈인사를 하는 게 전부인데도 놀랍게도 난 그 사람의 메마른 눈빛에서 반송 불가의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받고야 말았다.


"있지, 지금 내 안은 불만으로 가득 차 있어"


그는 하루 종일 온몸을 가습기 본체 삼아 부정의 기운을 수증기처럼 퍼뜨리고 있다.

혹여나 그로 인해 나의 소중한 하루에 얼룩이 지지는 않을지, 다른 직원들에게까지 스며들지는 않을지.. 하루하루가 조마조마할 뿐 아니라 점점 그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은 그 표정 하나에서 시작됐다.




믿기지 않게도 입사 첫날, 그의 첫인상은 'good'이었다.

눈빛은 또렷했고, 목소리는 우렁찼으며, 뭔가를 가르쳐주면 '세상아 덤벼라'와 같은 진취적인 반응도 보였다. 어찌나 의욕적인지 대답 속도가 질문을 앞지를 정도였다.

'이런 사람이 들어와서 다들 좋은 영향을 받겠구나!'싶었다.


그런데 그 모습은 오간데없고, 느닷없이 인간 벽돌로 변모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초두효과(primacy effect)'대로라면, 한 번 각인된 첫인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 특성이 있다고 하는데 이번 사례만 봐도 들어맞지 않는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즉, 첫인상은 짧은 순간에 타인에 대한 특정 이미지로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그것이 뇌리에 '각인'이 되기까지에는 분명 하루 이상의(내 경우에는 3개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의 인상이 바뀐 이유는 명백하다. 그가 조직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부정적으로 변한 탓이다. (아니면 애초에 좋은 마음이 없었을지도) 물론 어떤 계기로 그렇게 되었는진 모르지만 솔직히 알고 싶지도 않다. 경험상 입사한 지 불과 1~2개월 만에 태도가 돌변하는 사람에게서는 이미 어떠한 진심도, 생산적인 관계도 기대하기 어렵다.


아주 조금만 영리했어도, 정당한 대가에 합당한 노동을 제공겠노라 면접에서 공개 다짐하고, 근로계약서에 싸인까지 한 스스로가 부끄러워서라도 최소 3개월은 '그 가면'을 벗지 않았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표정이 조금만 평소와 달라도 동료들은 앞다퉈 당신의 안부를 걱정했을지 모른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는 옛말은 '감동을 주는 말 한마디'가 지닌 상상 이상의 큰 힘을 보여준다. 반대로 부정적인 말 한마디가 그만큼 큰 손해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는 비단 이 말이 '말'에 국한된다고 생각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경우로 대입해보면 한 직원이 보여주는 일관되고 부정적인 '표정'은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불만 많고, 비협조적인 사람'으로 스스로를 정의 내리게 만들었다. (물론 실제로도 그렇다) 그리고 이제는 그가 하는 모든 언행에 확대경이 드리워져 동일한 문제라면 그에게만 '비관용의 원칙'이 적용될 것이 뻔하다. 이 모든 게 그가 자초한 것이다.


외적으로 표출되는 우리에 관한 모든 요소요소는 그대로가 곧 우리 자신을 직관적으로 대변한다. 참 신기하지만 예외가 없다. 성미 급한 사람이 양반걸음을 걸을 리 없고, 성품이 온화한 사람에게서 미간 주름을 찾기 어렵고, 내향적인 사람의 목청이 클리가 없는 것처럼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상'또한 그것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마음이 불건강하다면, 타인이 바라보는 나에 대한 '총체적인 요약 평가'역시 그 맥락을 함께할 수밖에 없다.



"어머! 안녕하세요~! 식사하셨어요?"


우스갯소리이지만 점심시간 산책 때 가끔 마주치는 타 팀 직원분이 있다. 매번 어찌나 환하게 웃으며 안부를 물어오시는지, 따뜻한 표정과 밝은 인사 한마디만으로 나는 그분을 신뢰하고 좋아하게 되었다. 인간이 이렇게나 단순하고 나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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