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을 하지 않는 이유

앱 하나 안 깔았을 뿐

by 미그레이

"카톡을 왜 안 해요?"라고 묻는 사람에게

"카톡을 왜 해야 하는데요?"라고 응수한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면 어김없이 받는 뻔하디 뻔한 기출 질문이지만 묻는 이의 올라간 눈썹과 갑자기 동그래진 눈동자의 크기만으로 '아.. 나는 또 별종이 되었구나'라는 느낌을 받고 만다.


'어플 하나 사용하지 않는 게 이렇게 주목받을 일인가?'




카톡을 포함한 각종 SNS를 끊은지는 5년이 다 되어간다.

SNS가 내세웠던 매력적인 가치들이 어느 순간 내 삶을 철저하게 훼방 놓고 있음을 자각한 시점이었다.


'일상 공유'라고는 하지만 타인의 일상을 '몰래 훔쳐보는' 것 같아 영 개운치 않았고, 유통기한이 끝난 인연들의 사생활에 강제 노출당하는 것도 썩 유쾌한 일은 아니었으며, '소통'이라는 이름으로 시도 때도 없이 내 삶에 '무단침입'하는 회사로부터의 메시지는 나를 노이로제 환자로 만들었고, 사라지지 않는 숫자 '1'에 몇 시간씩 연연하며 마음을 자해하거나, 프로필 사진이 내 모든 것이 되기라도 하는냥 몇 시간씩 공들여 사진을 찍고, 고르고, 편집하는 내 모습이 우스워졌다.


그래도 근근이 계정 탈퇴까지는 주춤거리고 있던 중에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


"야, 너 왜 이렇게 연락이 안돼?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라는 지인의 카톡 메시지가 하나, 두 개, 세 개쯤 쌓여가자 참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나를 그렇게 걱정하면서(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왜 전화를 하지 않고 메시지만 보내지?'


아이러니했다.


몇 주간 카톡 메시지에 답을 하지 않고 있는 "친한" 지인의 상황이 궁금하고 걱정이 되는 것은 당연한데 그것을 확인하는 최선의 방법이 고작 '카톡 메시지'라니!!!!!

내가 불의의 사고를 당했더라도 결국 그들은 손가락으로만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으려나!!


미련이 없었다.

오히려 너무 홀가분했다.


안부가 정말 궁금한 친구들과는 반가운 목소리를 들으며 '통화'를 했고, 모임 약속은 두세 번의 SMS 만으로 간단히 정해졌으며, 새로 출시된 이모티콘 자랑을 하느라 의미 없는 시간을 낭비할 필요도 없었다.




물론 그러한 원칙을 회사에까지 적용하는 데는 꽤 큰 용기가 필요했다.

이메일, 사내 전화 등 공식적이면서도 근거가 명확한 기존 연락 수단이 있음에도 "그들"은 고집스럽게 신문물(?)까지 사용해 줄 것을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본보기가 되어주는 것' 뿐이었다.

카톡 없이도 업무 처리 속도나 성과에 전혀 지장이 없다는 사실을 - 그들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 몸소 검증해 보이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근무 시간 중 업무 몰입도를 더 높였고 그 결과 다른 동료보다 더 효율적으로 더 많은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상사는 내심 휘하의 팀 전체 단톡 방에 유일하게 참여하지 않고 버티는 부하 직원 한 명이

눈엣가시처럼 느껴지겠지만 동호회가 아닌 이상 업무 성과가 뚜렷한 직원을 공식적으로 비난할 명분을 찾지 못한다.




애꿎은 나의 동료는 나를 위해 수시로 하등 중요하지 않은 카톡 공지 사항을 이메일로 포워딩해주는 수고로움을

감수해 주고 있지만 카톡을 하기로 결정한 자신의 결정을 오히려 뒤늦게 후회하며,


"쌤, 원칙대로 카톡 계속하지 마요." 라며 나의 소신을 응원해 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가 되면 반복되고 있는 "불편한 시선"에 나 역시도 불편한 것은 사실이지만 원칙을 고수하면서 소신대로 사는 인생이 역시 조금은 고단하다는 것을 느끼며 외로운 싸움을 계속해 나갈 수 밖에는 없을 듯하다.


이렇게 살기로 한 이상 어쩌겠어? 감수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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