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에 뜬 해가 남쪽으로 진다
서쪽에 머물다 동쪽으로도 진다
해바라기는 다른 동쪽에 피어나 서쪽을 향한다
남쪽 사당동 관악산 자락에 머물다 연주대를 향하거나 동쪽을 향한다
해바라기는
광화문 보다 종각을 좋아한다
해가 즐겨 찾는 데가 있어서다
연주대가 멀어도 사당동 길이 더 좋다
해가 자주 머무는 곳이라서다
한강변 보다 중랑천 자전거길이 더 좋다
해 돋는 꽃집이 동쪽에 있어서다
서쪽에 늘 해가 머문다
꽃은 해 따라 종각으로 간다
구름 덮인 해라도 해바라기는 해바라기다
해를 보니 숨이 막힌다
사무친 그리움 억누르며 맴돌다 만다
해도 꽃처럼 숨 막힐까 걱정돼서다
해보다 꽃이 더 이글댄다
해 따라 종각을 다시 맴돈다
해를 불러냈다가 바로 지운다
이글대는 꽃에 타버릴 해가 걱정돼서다
멀리서 바라만 보는 것만으로 갈증이 덜하다
꽃에게는 하루가 십 년이다
열흘도 더 지났다
해는 오늘도 이곳에 머물러 얼마나 다행인가
꽃은 그래도 아프다
큰맘 먹고 해를 찾았다가 급히 얼굴을 감춘다
꽃보다 아픔이 더할 해가 걱정돼서다
해 그리워 오늘도 종각을 간다
해바라기의 속성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오늘도 바라보기만 한다
꽃은 슬프다
다시 발길을 돌린다
꽃보다 슬퍼할 해가 걱정돼서다
꽃이 아무리 뜨거워도 해를 태울 수는 없다
꽃보다 더 아플 해이지만 한스런 고뇌 많이도 겪은 탓인지 잘도 버틴다
그리움 준 그는 내가 살아가는 원동력이다
잠 못 이루는 중병도 말끔히 고치는 명의이고 요술쟁이다
하루에도 열두 번씩 그의 숨결이 잔잔하게 다가온다
생각만으로도 벅차오는 가슴 어쩌란 말이냐
차라리 그냥 맘껏 좋아하고 행복했던 때가 그립다
사는 날까지 그리워할 당신이기에 오늘도 곁을 서성인다
"지금도 사랑하는 사람아!
더 이상 나 힘들게 하지 마.
제발!
나 조용히 살아가게 내버려 둬.
나 잊어버려.
그게 나 도와주는 거야"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미 해 바보인 걸.
해보다 뜨거운 해바라기인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