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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본위너 글 날개 Feb 25. 2023

시드니에서 타이치(Tai Chi)할까?

타이치 사부를 따라, 새로움을 따라


시드니에 오면 보기 쉬운 것 중의 하나가 파크에서 타이치를 하는 중국인들의 모습이다. 

이름은 들어보았으나 생소했던, 타이치. 

특별한 관심 없이 주로 나이 드신 분들이 즐겨하는

운동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다.



오페라하우스 앞에서 타이치를 하는 모습/ 사진출처:구글
Tai Chi: 태극권(太極拳)((중국 송대(宋代)에 시작된 체조식 권법(拳法) ; 완만하게 원호(圓弧)를 그리는 동작이 특징이며 건강법으로서 보급)) -네이버 영어사전-


내가 저 무리에 끼기라도 한다면?

지나가다가 상상해 보고 피식 웃음을 지었다.


사실 나에게 필라테스나 요가를 잘할 것 같다고 말을 하는 이들을 마주할 때마다 민망하기 그지없다. 타이치는커녕 흔히 여자들이 한다는 운동들에도 크게 흥을 낸 적이 없다.


근데 웬걸,

시드니에 온 후 몇 개월 지나자 나도 타이치 사부님을 따르게 되었다는 사실. 아이학교의 학부모 중국인 부부가 타이치를 가르쳤던 경력이 있어서 매일 아침 운동하는 그 팀에 합류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우리 아이 학교, 같은 반 엄마가 사부라고?'

사부와는 반대로 타이치 쌩초보인 나는 타이치를 하며 어색하고 민망해할 순간들이 올 거라는 생각에 한다고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머뭇거렸다.

아무리 그래도 이곳이 시드니인 이상, 새로운 것을 접하는 것은 어색한것이 아니라 신선하다라고 생각하고 나도 타이치 멤버가 되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시작된 아침 타이치 운동.


아니나 다를까, 팔동작과 다리동작의 순서를 외워가며 그럴듯하게 모양을 내려고 하니 생각보다 신경 써야 할 것이 여간 많은 것이 아니었다.

눈빛이 날카로운 사부가 한 사람씩 해보라고도 시키고 동영상 촬영으로 잘된 점과 아닌 점을 짚어주는 성의도 보이니 나도 어느새 집중하며 열정적으로 배웠다.

들숨과 날숨을 번갈아 하며 마음에 있는 화를 뱉어내고 긍정적 기운을 들이마시는 동작도 있었는데 매일루틴이 되자 마음도 한결 여유로워졌다.


우리 멤버가 타이치를 하고 있으면 파크 옆을 지나가던 행인들은 궁금한 듯 쳐다본다. 그리고 이내 우리에게 다가와 자기들도 합류할 수 있냐고 물어 사부님이 오케이를 하면 또 인원이 추가되기도 하는 무료 강습이다. 그렇게 하다 보면 멤버가 늘어나면서 또 다양한 인종, 다양한 개성가진 이들을 접할 수 있었고, 나보다 초보인 이들에게 나도 팁을 알려주며 뿌듯해하기도 했다. 

호주인 친구에게 타이치를 아냐고 물어보니 자기도 몇 년 전 파크에 나가서 2년 정도 배운 적이 있다고 하니 시드니에서 접근성이 쉬운 운동은 맞나 보다.




나와 맞지 않을 것 같다고 단정 지었던 의외로 즐겁게 하고 있을 때의 쾌감을 느꼈다. 타이치 멤버들은 나이대도 인종도 다양했지만 우리는 타이치 패밀리라고 더 나은 이름을 붙이고 서로 응원하곤 했다.


안타깝게도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면서, 그리고 각자의 본업에 충실하게 되면서 1년 6개월 정도로 타이치는 마무리하게 되었다.


타이치가 남겨준 것은 추억도, 건강한 심신도 있지만 내가 평소 해보지 않던 새로운 것을 의도적으로 해보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데 도움이 다는 것이 가장 컸다.

내가 안 해봤던 것, 안 먹어봤던 것, 접할 수 없었던 인종 등을  마주하며 아직도 살아갈 날은 많고 넓힐 수 있는 영역은 여전히 많겠다 생각을 해봤다.


내가 타이치 멤버가 될 즈음 아이는 생소했던

'Net ball'이라는 학교 스포츠팀의 멤버가 되었다.

아이 또한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몰랐던 자신의 모습에 호기심을 느끼고 자신감이 충만해진 시기였다.


무엇을 바라보면서 나랑은 거리가 좀 먼 것 같다고 함부로 단정 짓지 말기로 한다. 나이가 어리면 어린 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의외의 나를 발견하며 살아야 한다.

또 다른 세상과 얽힐 수 있는 일상의 작은 기회들 잡으며, 나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가며 살아야 길고도 짧은 인생 재미나게, 잘 살 수 있겠지 싶다.


타이치 패밀리와 Blue Gum Walk 에서 부쉬워킹을 하고, 산 속에서 타이치를 했던 추억도 있다. 하늘은 늘 그렇듯 맑고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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