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는 정말 힘들고 잔인했던 4월과 5월이 지나갔다.
그래서 6월에 대한 희망찬 기대가 있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6월이 되고, 나는 금연을 하기로 했다.
이유는 없다. 그냥 갑자기 담배가 싫어졌다.
난 정말 담배를 좋아했던 헤비스모커, 골초였다.
한국사회에서 여자 흡연자로 살아간다는 건 힘든 일이었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거의 15년을 흡연자로 살아왔다.
나는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다.
맥주나 소주라도 한 잔 마시면 온몸이 아파서 술은 아예 안 마신다.
그래서인지 담배에 더 집착하게 됐는지도 모른다.
방구석 히키코모리의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구였는지도.
공황장애로 힘들어서 병원을 다닐 때, 혹시 담배 때문인가 물었었다.
근데 의사 선생님은 오히려 갑작스레 담배 끊었다가 공황이 올지 모르니
공황 치료부터 먼저 하고 끊자고 하셨었다.
특히나 저번달은 힘들어서 밥도 안 넘어가고 담배만 폈던 거 같다.
물론 연초는 끊은 지 오래고 전자담배만 피운다.
그러니까, 연초에서 궐련형 에서 액상형 까지 넘어오면서 필수 있는 담배는 다 폈다.
금연 시도는 2번 정도 해봤는데,
제일 오래갔던 게 4일이었던 거 같다.
담배를 쉽게 끊을 수 없는 이유는 못 참아서 라기보다
금단현상이 너무 심했기 때문이다.
왜 아무도 이렇게 금단현상이 심한 건 알려주지 않는 걸까?
며칠 지나면 괜찮아진다고 하는데 나는 금단현상이 정말 정말 심했다.
첫 금연 때는 머리가 깨질 듯 아프고 헛구역질이 나고 온몸이 떨렸다.
밤에 잠도 잘 수 없었고, 기침하고 토하고 정말 너무 아팠다.
건강하려고 금연하는데 오히려 몸이 너무 아프니까 정말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음날 바로 담배를 폈고, 아픈 증상들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그렇게 첫 금연은 실패하고, 다이어트 요요처럼 이상하게 흡연량이 늘어났다.
1년 정도 지났을까, 다시 금연을 시도했다.
여전히 머리가 깨질 듯 아프고 자면서 기침이 죽을듯 나서 자다가 깨고
결국 4일 만에 또다시 실패.
금연이 힘든 이유는 금단현상으로 나타나는 고통들이 너무 괴롭고,
이걸 다시 또 겪어야 하나, 또 실패할 거 같은데.
그런 심리적 요인들이 정말 큰 것같다.
근데 나이가 드니까, 갑자기 언제까지 이렇게 담배의 노예로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나도 모르게 그냥 금연을 시작했다.
그래, 마지막으로 아프고 떨쳐내 보자 하면서 그냥 아무 계획 없이 시작했다.
그리고 금연계의 바이블이라는 스탑 스모킹이라는 책도 구매해서 읽었는데,
심리적인 위안은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금단현상이 정말 너무 힘들어서 금연하기 힘들었었는데,
금단현상이 없다는 책의 말은 좀.. 별로였던 거 같다.
근데 이상하게 이번에는 금단현상이 많이 심하지 않았다.
여전히 가슴 두근거림이나 소화불량은 있지만,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거나 구토가 나온다거나 하는 증상은 없었다.
그리고 3일 동안 정말 잠만 잤다.
어찌나 졸린지 밥 먹고 자고, 밥 먹고 자고, 그렇게 3일이 그냥 갔던 거 같다.
차라리 그렇게 금연한 날들이 빠르게 흐르니 좋았다.
그리고 4일 차 변비 때문에 결국 한 모금을 마셨는데, 기침을 하고 머리가 어지럽고
마치 처음 담배 피우는 사람 같은 느낌이었다.
근데, 뭔가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아, 이제 정말 끊을 수 있겠구나. 하는 느낌.
병원에 가서 선생님이랑 금연 상담을 다시 했는데,
요즘 금연약이 좋아서 처방 가능하니 무리하지 말라고 하셨다.
아직까지는 괜찮은데, 버티기 힘들면 패치를 붙이던, 약을 먹던 할 거다.
지금은 금단현상이 없어서 버틸만하다.
그래도 여러번 도전을 해서 금단현상이 약해진건지,
전자담배로 바꿔서 약해진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때처럼 아팠다면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여전히 눈뜨면 하던 습관이 사라지니 허전하긴 한데
일단 머릿속으로 담배라는 생각을 계속 지워야 한다. 없는것 처럼 하루를 지나가기.
그게 정말 중요한거 같다.
금연 4일째, 또 액상을 한 모금 했는데 그게 끝이었다.
정말 한 모금, 아니 두 모금? 이렇게 끝낼수 있다니.
더 이상 피고 싶지도 않고, 그냥 나도 모르게 습관처럼 한 것 같은데.
전자담배가 연초보다 좋으니 괜찮니 뭐니 해도
결국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제일 좋다는 걸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뭐 얼마나 됐다고,
잠이 엄청 오는데 잠이 너무 잘들어서 좋고, 자고 일어날때의 느낌이 확실히 다르다.
하루에 한 갑씩 피던 내가,
아무런 도움 없이, 겨우 한 두 모금으로 하루를 끝내는 것도 정말 엄청난 성공이다.
이러다 보면, 정말 한 모금도 하지 않고 기계를 버리는 날이 머지않을 것 같다.
의지의 문제라고 하기엔 금단현상은 정말 정말 힘들고 아팠다.
니코틴은 마약과 같다. 의지만으로 끊기에는 정말 큰 고통이 따른다.
의지가 있어야 한다! 쌩으로 끊어야 한다!
이런말들은 정말 오히려 더 현명하지 못한 방법같다.
요즘은 약도 좋고, 패치 등 다양한 방법이 있으니
도움을 받아서 최대한 금단현상을 완화하며 줄여가는게 좋은것 같다.
오늘도 청소하고 한 모금해서 실패했지만, 또다시 금연 시작.
그렇게 또 실패하고 실패한다.
계속 실패해도 계속 도전할 거다.
금연은 원래 9~10번 도전 끝에 성공한다고 했으니까.
그 안에, 올해. 꼭 성공 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