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함께 한 지 15년이 된 중학생 반려묘가 있다.
아이가 10살이 넘어가면서부터는, 내가 집사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게 됐다.
고양이 키워요- 몇 살이에요? 10살이요 하면
아... 갈 때가 됐네 하는 그 반응이 너무나 싫었다.
알고 있다.
사람과 동물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는 걸.
그럼에도 내 아이가 조금만 더 내 옆에 있어주길 바라는 건
모든 반려묘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같은 마음이 아닐까.
3월에 브런치에 글을 마지막으로 썼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그리고 제정신이 돌아온 지금은 5월이라는 것도.
4월 초 아이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처음엔 먹다 걸린 건 줄 알고 급하게 원래 다니던 병원을 갔다.
엑스레이를 찍어봐도 목에 걸린 건 없었다.
다시 집으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목에 뭐가 걸린 듯 먹질 못했고
다시 병원으로 갔는데, 이빨 상태가 심각했다.
병원에서는 동물 치과 전문 병원으로 가길 권했고,
우리 지역에서 치과 전문 병원은 딱 2곳.
전화를 해보니 전부 최소 2주에서 한 달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일단 상태라도 봐주시면 안 되냐고 했지만 전부 거절당했다.
막막해진 나는 옆동네 큰 도시에 치과 전문 병원을 하루 종일 검색했고
그중 한 곳에서 이틀 뒤에 검진부터 해주겠다고 해서 예약을 해놓고 한숨을 돌렸다.
그리고 다음날, 고양이는 자고 일어나서 기지개를 켜다가 그대로 툭, 쓰러졌다.
산송장처럼 숨만 붙어서 움직이지도 못했고 혀를 내밀고 헥헥거리는데
이대로 끝이구나 느낌이 와서 펑펑 울었다.
아이의 얼굴을 보며 계속 울자, 힘도 없는 아이가 손을 올려 내 얼굴에 갖다 댔다.
그만 울어 괜찮아. 라고 하는 것 같았다.
나는 울음을 그치고 아이를 잡고 4시간마다 한 번씩 먹이고, 화장실에 데려가고, 눕혀주고,
이틀을 한숨도 자지 못하고 보냈다.
그렇게 한 시간 반을 달려 병원에 도착해 병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검사들을 진행하고,
결과를 기다렸다.
아이는 치아흡수병변에서 칼리시 바이러스로 빠르게 몸이 악화된 걸로 보였는데,
15살이 되는 동안 칼리시, 허피스에 걸린 적이 한 번도 없었기에 의아했다.
어쩌면 처음 갔던 동물병원에서 옮았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일주일치 약을 받아오고, 다시 4시간마다 강제급여, 약먹이기, 화장실 데려가기는 반복되었다.
누런 콧물을 흘리고 코 전체가 곰팡이로 딱지가 생기고.. 숨쉬기 힘들어하고..
계속 자다 깨서 콧물 닦아주고 콧물약 넣고 곰팡이 세척하고
정말 숨만 붙어 있는 아이를 하루라도 더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 간절하게 케어했다.
3일쯤 되자 일어설 수 있게 되었고, 날이 갈수록 아이가 기력을 되찾아갔다.
일주일치 약을 다 먹자, 혼자 화장실도 가고 걸어 다녔다.
나이가 많아 전신마취에 대해 걱정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수술을 미루고 5월까지 건강회복을 먼저 하기로 했다.
4월 한 달간 그냥 아이 케어 하는데 제정신도 아닌 날들을 보냈다.
그 과정에서 원래 다니던 동물병원이 얼마나 뭣 같았는지, 얼마나 돈 뜯어먹기 바빴는지도 느끼고
정말 동물병원에 대한 환멸을 느꼈다.
(자세한 이야기를 쓰면 그 병원이 특정될 수도 있고,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생략.)
5월, 아이의 상태가 좋아져 그루밍도 우다다도 하는 걸 보며 수술을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신부전 판정을 받게 되었다.
노묘 고양이의 80프로는 걸린다는 신부전.
발치 이후 아이는 잘 먹고 살도 0.8이나 쪘다.
하지만 이제 정말 보내줄 때가 왔다는 걸 느끼자, 차라리 마음이 편해졌다.
쓰러졌을 때는 하루만, 하루만 더.. 하는 마음이었는데
이제 케어를 잘하면 3년은 살 수 있다는 게 기뻤다.
그리고 제일 서러운 건 돈이었다.
한 달간 아이 치료비료 거의 500만 원 돈이 들어갔고,
앞으로도 다달이 약값과 영양제 수액 처방사료들로 많은 돈을 써야 하는데
그 무력감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돈 앞에서 무너진다는 게 이런 건지..
솔직히 지금도 감당할 수 있을지 너무나 막막하다.
가슴으로 낳아서 돈으로 키운다는 말..
아이가 아프니 정말 돈 없는 나 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답답하고..
돈을 더 벌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그렇게 우울한 나날들을 보낸 것 같다.
그래도 지금은 정신을 차리고 더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렇게 정신을 다잡고
정말 오랜만에 글을 쓰는 것 같다.
세상 모든 반려인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꼭 이겨내고 아이의 마지막을 웃으며 보내줄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