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혼자 바쁘다는 핑계로 브런치에 들어와 볼 생각도 못하고 지냈던 것 같다.
이게 참. 나의 부족함에 치를 떨고 있다.
25년의 버킷리스트 이기도 했는데,
사람의 마음이란 건 참 그렇지. 그렇게 원할 때는 언제고,
이루기만 한다면 의욕 넘치게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현실은 냉혹하다.
무슨 일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잘하려는 욕심이 나를 파괴하는 것 같다.
글을 배워 본 적도 없고, 써 본 적도 없다.
그저 하루키와 사강을 좋아하는 문학소녀였고,
평범한 회사원이었고, 그 길을 뛰쳐나온 후로는 그냥 먹고살기 위해
이것저것 하는 방구석 엔잡러였고..
많이 읽다 보면 결국은 쓰고 싶어 진다.
근데 자꾸 그걸 핑계 삼아 내 모자람을 정당화하는 것 같다.
나는 배워 본 적도 없고, 모자란 게 당연한데 이 정도면 잘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래도 그저, 꾸준히 쓴다.
쓰다 보면 좋아지겠지, 고치다 보면 좋아지겠지.
어떤 일 보다도 그냥 글을 쓰고 있을 때가 제일 좋다.
일단 내가 행복한 일 중에 하나를 찾았다.
늘 실패만 했던 인생인데,
혼자서 뭐 하나 해낸 것도 없는 것 같았던 인생인데.
처음으로 하고 싶었던 일을 혼자서 이루고 고군분투하고 있는 지금이 많이 피곤하고 힘들지만, 행복하다.
글을 쓰고 고뇌하는 나 자신이 좋고,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하다.
더 잘하고 싶은 욕심에 조금 무리하고 있는 것만 빼면,
나름 새로 시작한 이 일이 좋다.
수익까지 따라와 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지금은 솔직히 수익에 대한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그냥 꾸준히 이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 근처는 산불이 나서 하루에도 몇 번씩 재난 문자가 오고 있고,
새해 들어 흉흉한 일들이 정말 많이 일어나고,
뭔가 불안감이 자꾸 스멀스멀 올라와서
이러다 또 공황이 올까 봐 살짝 걱정은 되는데.
현재 내 할 일에 집중하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와중에도 봄은 오고, 벌써 벚꽃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나이가 드니 시간이 가는 게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지름성 쇼핑을 자꾸만 하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발이 달려 도망갔던 청소기 헤드는 결국 집안에서 발견했다.
우습게도 쓰레기통 옆에 끼어 있었다.
끼어있는 녀석을 구출하고, 다시 집안을 정리하면서.
다가올 봄날을 그렇게 맞으려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