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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감'과 '감상'이 평가가 되면

평가서, 결과보고서 양식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아무래도 '평가'다.


실행에 앞서 계획을 세웠을 당시의 '기준'이 존재할 것이고, 

그 기준이 평가의 경계가 되고, 범위가 된다.


그 이상은 처음부터 평가를 염두에 두지 않았으니 아무리 논리적으로 기술했다고 하더라도

예상치 않은 결과에 대한 별도의 주관적인 생각에 불과하다. 그만큼 계획이 중요하고, 기준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어떤 세부 사업/프로그램이, 누구를 대상으로,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지, 그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가 평가의 기준이, 내용이 된다. 즉 '어떤 기준으로, 무슨 내용이, 누군가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가 관심 대상이다. 


과정이든, 결과든 공식적으로 어땠는지를 살펴보게 된다.

'평가'는 미리 가늠해 볼 기준이 필요하고, 그에 대한 생각과 판단이 작용한다. 

그런 측면에서 계획서를 잘 작성하는 것이 필요하고, 계획서의 내용이 기준이 된다. 어떤 점을 사업의 의미 있는 결과로 볼 것인지가 처음부터 계획되어 있어야 한다. 또한 더 이상 진행하지 않을 종결하는 사업이 아니라면, 좋은 평가는 수정과 보완을 통해 더 나아질 수 있는 부분을 짚어내야 한다.


'소감'이나 '감상'이 담긴 평가기록을 접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담당자의 '느낌'에 대한 얘기인데, 누군가의 느낌에 대한 글에 대해서는 자료를 참고하는 사람이나 평가자 입장에서는 별로 할 말이 없다. 사업의 과정과 결과를 주관의 영역으로 가져가게 되면 의미 있는 과정도, 성과도 그 의미가 퇴색하게 된다. 느낌은 판단의 영역이 될 수 없다. 감정적으로 그렇게 느낀 소감이나 감상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고, 그 평가서를 보는 상대방은 '그렇게 느꼈나 보다'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


"OO 프로그램 참여자와 함께하면서 기쁨을 느꼈고..."

"...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 이전보다 훨씬 좋아진 것 같아 놀랍고 감동적이었다"


'평가'가 모든 내용에서 객관적이고 근거를 기반으로 서술할 수만은 없지만, 그럼에도 덜 주관적이고 가능한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기술과 표현이 필요하다. 그런 관점에서 객관적인 선과 경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비교가 가능한 숫자를 제시하거나 변화 정도를 객관적으로 가늠할 수 있다면 '평가'과정에서 가시적인 성과와 변화에 대해 논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반면, 목적이나 목표가 다소 모호하거나 기준이 불투명하여 변화 정도를 가늠하기 어려우면,

사업이나 프로그램 결과의 긍정적 의미와 영역을 너무 넓혀 강조하다 보면

감정이나 소감의 영역이 넓어질 수 있다. 

또한 진행과정에서 각별한 관심으로 시간과 노력을 많이 기울였는데 변화 정도를 가늠하기 어렵거나 

이후 일부 참여자의 긍정적 피드백만 제한적으로 전달받게 경우, 담당자의 감정선이 평가에 반영될 여지가 있다.


계획과 진행내용, 결과가 기계적으로 정확하게 반영하는 게 어렵기 때문에 매번 정확한 기준과 명확한 성과를 바탕으로 평가를 하는 것이 쉽지 않다. 신규 사업이나 이전에 개입하지 않았던 영역이라면, 자료나 경험적 근거도 많지 않을 수 있기에 실험적인 시도 자체가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될 수 있다. 그럼에도 '소감'과 '감상'은 오히려 성과와 긍정적인 향후 논의를 가리게 된다. 


공식적인 리포트에서는 기준이 반영된 근거를, 주관적 감상과 소감이 배제된 평가를 통해 '달라진 변화'와 '성과의 의미'를 짚어 보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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