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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소소 Aug 09. 2022

3. 숨 몰아쉬기

 여전히 그날 밤 머무르네

에세이는 작가의 무덤이다. 아직 죽지 않은 나는 무덤에 마실 가듯 글을 쓴다. 말하자면 현장체험학습인데 어디가 현장이고 무엇을 체험하는가. 아직 죽지 않은 젊은 나는 무덤에 마실 가듯 글을 쓴다.


   비가 많이 왔다가 그친다. 그간 글을 쉽게 쓰는 법을 배웠고 내게 유효했다. 조사와 함께 호흡을 줄였다. 형용사와 부사를 줄였다. 줄이고 줄여서 줄였다. 또 나는 코인 노래방 일을 시작했다. 이 일의 호흡은 내 글처럼 짧다. 손님이 방을 떠날 때면 나는 오타를 수정하듯 리모컨을 제자리에 가져다 놓는다. 마이크 커버를 벗긴다. 침으로 흥건한 바닥을 닦는다. 닦고 닦아서 겨우 닦았다.


    간밤에 신림동의 사람 세 명이 잠겨 죽었다. 안에서든 밖에서든 문은 열리지 않았다. 욕조의 마개를 힘주어 뽀옹~ 뺀다. 그 문은 욕조 마개보다 크고 물은 더욱 많아서 쉽게 죽었다. 많은 사람들이 오늘 밤 키보드를 두드리며 안타깝습니다. 아유 슬퍼 죽겠습니다. 있죠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래는 계속된다. 블랙핑크 에스파 방탄소년단의 사랑은 영원하거나 끝나도 삶은 계속되고 계속되고 계속되고 정작 여기 없어도 환상으로 남는다. 나는 종종 궁금한데 노래로 사랑을 맹세한 이들은 사랑 못 할 순간들을 마주할 때 어떻게 하나. 사랑을 포기하는가 포기한다면 거짓말이라고 인정하나. 나는 거짓말을 했습니다. 허걱쓰~ 지금까지의 노래는 모두 구라뽕이었습니다. 나도 돈 좀 법시다. 아 띠용쓰~~   


    그 말마저 용서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고 받을 수 있고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죽음 앞에서 생을 찾는다. 똥간에서 밥 먹듯 희망을 먹고 버틴다. 비위 약한 내 등을 두드린다. 자식아 힘내 무기력해지지 마 입 벌려잇 불고기 들어간다.


불고기가 들어간다.


    짜식아 입 벌려 들어간다 준비해. 희망은 여기에도 저기에도 있다. 이 불고기 하필이면 배설물과 닮았군요. 그래서 희망과 절망은 닮았군요. 그런 오묘하고 깊은 뜻이. 아앙~ 입을 벌려 받아먹고 누군가의 살점을 짓이겨 삼키겠어요. 으랏차가~ 이득을 본 것 같군요. 끼요옷! 불고기를 먹었으니까 개이득을 본 것 같군요.


아니오 나는 여전히 죽음을 봅니다.


    있잖아요 그날   꿈을 꿨습니다.  조그만 옥탑방에는  개의 책상이 있었고 은 꺼져 있었습니다. 손전등을 켰으나 너무 희미해서 앞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왜인지  죽음이 가까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개의 책상  개의 책장 희미한 손전등은 죽음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게   


난 석사 중인 학사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안녕을 물었고 예상한 바대로 안녕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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