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소소 Oct 04. 2022

5. 돌아오지 탕아

그물, 킥보드, 별자리

모든 이야기는 집에서 출발해 집으로 돌아온다. 

어부가 그물을 던지는 장면을 상상한다. 도망갈 수 없는 물고기. 


잠에 들지 못하는 밤이면 나는 공유 킥보드를 빌리고 그물 같은 거미줄 같은 거리를 거미처럼 이리저리 쏘다닌다. 그렇게 기어가다 보면 나는 매번 동네를 뜨겠다 다짐하게 되지만 그렇게 하지는 못한 게 오 년 째다. 도파민이 모조리 바닥나서 그러한데 현대인들이 그렇듯 나는 마르고 건조하게 달린다. 나는 최대한 멀리 도망쳐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데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아무튼 우리 집에서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 200m가량 떨어진 주택이 있다. 이런 밤이면 매번 지나가게 되는 곳이다. 집이라고 부르기에는 지저분하지만 그렇다고 폐가라기에는 깔끔한 편인 이 층 집이다. 마당에는 소나무가 멋들어지게 자라 있고 돌로 된 현판도 있다. 주택의 왼쪽 상단 창문에는 언제나 불이 켜져 있어서 나는 주택의 주거인을 궁금해하고 이것이 이 년째 반복되어 이제는 집의 주거인을 생각함이 새벽 라이딩의 한 코스가 된다.


세 달 전 종가의 집을 무너트리기 위한 재개발 날짜가 정해진 그날 나는 대구 신암동 그 집에 누워 조모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할머니가 입을 열길 너는 서울에 명륜동에 살지 할머니도 명륜동에 간 적 있다 40년 전에. 우리 아빠가 그러니까 네 외조부가 대학 설립위원이랑 아주 친했거든 그래서 아빠 따라 가봤는데 길이 구불구불했다. 구불구불한 골목을 지나서 이 층 집이었다.  거기에 나무도 멋들어지고 돌로 된 현판도 있고 참 좋은 집이다. 거기 선생이 훌륭한 위인인데 아들이 개차반이다. 아들이 개차반이라 대를 잇지 못했다. 


그렇게 이 층 집의 전설을 들은 다음 날부터 나는 다시는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지 않았다. 

설화는 운명의 별자리라던데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 

 




 



작가의 이전글 4. 선데이 러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