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주 저자(글) / 민음사
처음 이 책을 접한 것은 내 딸이 중3이었을 때였다. 어느 날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너무 읽고 싶다는 말에 구매해 줬다. 딸은 책을 다 읽고 나서 어땠냐고 묻자 아무 말도 없이 내게 도로 추천했다. 이유가 있겠지 라는 생각에 읽기 시작했다. 보는 내내 화가 났었다.
이 느낌은 영화를 봤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영의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였고, 아들 선호사상에 빠진 어른들의 피해자였다. 아들이 아니기 때문에 무시하고, 무관하는 것들. 그것들의 잔여물처럼 취급되는 김지영, 그리고 나였다.
딸만 있는 엄마는 죄인이었고, 암묵적으로 세상 모든 무시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삶을 살아야 했던 엄마의 모습과 나의 모습이 겹쳐졌다. 첫 애를 딸을 낳았다는 것만으로 시아버지의 원망을 들어야 했던 신혼 초의 나의 모습. 어쩌면 나의 딸은 나의 그런 모습을 김지영을 통해 보았는지도 모르겠다.
잔잔한 드라마처럼 흘러가는 내용에 김지영의 이야기는 잔잔함을 벗어나는 돌이었다. 사람들은 잔잔한 드라마를 원한다. 그 속의 돌 역시 얌전히 물속에서 가만히 있길 원한다. 하지만 잊지 말길. 그들은 돌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김지영은 돌이 아니었다. 사람이었기에 상처받았고, 사람이었기에 발버둥을 친 것이다. 내 삶 역시 사람이기 때문에 발버둥을 치고 있는 것이다. 비록 당신이 돌처럼 살길 바란다고 해서 돌이 되지는 못한다. 그게 왜라는 질문을 하기 전에 알아야 한다.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82년생 김지영, 당신은 맘충이가 아닙니다. 당신은 그저 한 사람이었고, 인간답게 살고 싶었던 사람이었을 뿐입니다. 나의 뒷 그림자였던 그녀를 다시 뭍으로 올리려 한다. 그만 그림자로 살고 볕으로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