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시
사랑도 어쩌면 사계절을 지닌 우리 삶과 다르지 않을까?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이라는 드라마를 봤다. 6부작이라는 짧은 한일 합작 드라마였다. 유튜브에 나오는 짧은 영상에 나오는 두 배우의 사랑스러운 눈빛들이 흥미를 끌었고, 나의 새벽을 송두리째 빼앗아 갔다. 그들의 사랑을 보면서 공감하고, 아파하고, 안타까워했으며 저런 사랑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그러면서 문득 떠오른 문구가 [눈이 벚꽃처럼 내리는 날 사랑을 한다면 영원히 헤어지지 않고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였다.] 만남을 상징하는 봄과 이별을 상징하는 겨울이 절묘하게 합쳐지는 눈이 오는 배경을 보고서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마지막 장면도 그러했다. 미리 보기 한 것도 아닌데, 마지막 장면은 두 사람이 다시 손을 잡고, 눈이 내렸다. 그리고 배경은 바뀌어 벚꽃이 피는 봄이 되어도 그들은 변함없이 함께 있었다.
문득 책이 궁금해졌다. 드라마 속에 나오는 책은 있을까? 있었다. 1쇄가 무려 2005년 12월 20일이었던 공지영 작가님이 쓰신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아직 읽지 않아도 줄거리에 나와 있는 키워드가 드라마가 똑같다. 주인공의 이름까지... 오래된 책의 여운이 올라 최근 개정판이 나왔다. 아름다운 표지와 함께 말이다. 드라마처럼 일본인이 쓴 소설인 줄 알았는데, 아님에 놀랐다. 공지영 작가님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라는 책에서 처음 알았다. 그 뒤로 한참 작가님의 글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어쨌든 반가운 이름에 한번! 또 놀랐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는 감동을 글로 표현하는 건 또 하나의 감상평과 같다. 오늘 나의 새벽 4시간을 가져간 드라마로 인해 행복하다. 준고의 마지막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여운처럼 남아 있다.
"사랑 후에 오는 것은 사랑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이 지나간 후에야 그 사랑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그래서 늘 후회가 남은 거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사랑이 깊으면 깊을수록 후회도 더 깊게 남는 거 아닐까요?"
드라마의 감동은 그대로 남아 글로 남았다. 변하지 않는 사랑을 꿈꿨던 그들은 큰, 이별이라는 고통을 겪은 후에 더 깊이 사랑하게 되었다. 사랑이란 작가의 말대로 사랑, 그 이후에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이 더 크다. 다시 그 사랑을 돌려놓는 것은 처음 사랑하는 것보다 더 많이 힘들고, 더 많이 아프고,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 이미 이별을 알기에 시작이 두렵다. 그러니 더욱더...
변하는 사랑의 공식을 쓰면서도 나는 안다. 한 남자를 30년 가까이 사랑하면서 느낀 점은 사랑은 하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고, 배려와 양보의 차이를 알아야 하며,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만큼 자신도 이해해야 더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오랜 시간에서 배우는 또 다른 사랑이다.
나는 변하지 않는 사랑은 없다고 본다. 모든 사랑은 변한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것에 공통점은 변하지 않는다. 그 모습이 방법이 행동이 생각이 바뀔지는 모르지만, 진짜 사랑은 지금 내가 당신을 사랑하고 있는 것!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