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문을 여는 글쓰기/끝!!
오늘은 생각의 문을 여는 글쓰기 '나에게 묻는다' 브런치 북 마지막 날이다. 오늘 이유부터 내가 다시 새로운 에세이를 집필하게 된다면 그때는 브런치북이 아닌 매거진으로 돌아올 것이다. 하지만 그때가 언제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현재는 주어진 글쓰기에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안녕, 나는 본명이야.
이 글을 읽을 너는 나의 또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어. 그동안 어땠어? 그동안 매우 힘들었지. 너를 인정하지 못하고, 너의 힘듦을 모른척 해서 미안해.
혹시 기억나? 처음 그 필명을 가졌을 때 난 정말 행복했어. 한자씩 딸이 한자 사전을 뒤져서 뜻을 읽고, 어감을 생각해 보고 예쁜 이름을 찾으려고 정말 고생 많이 했었어.
딸은 나에게 그 필명이 정말 어울린다고 말했어. 엄마의 필명을 만들었다는 것에 아주 뿌듯했지. 그때 나는 ‘하늘을 나는 나비’라는 긴 필명을 가지고 있었는데, 출간을 앞두고 출판사에서 임의로 줄여서 ‘하나비’로 하자고 한 거야. 나는 그 필명을 쓰고 싶지 않았어. 그래서 급하게 변경하게 되었고, 단 하루의 기한을 얻었어. 덕분에 기특한 딸을 충분하게 잘했다는 칭찬도 못하고 지금의 이름으로 데뷔를 했어. 지금 생각해 보면 딸은 자신의 귀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줬는데 말이야. 지금 가끔 고맙다고 말해. 딸은 간혹 이렇게 자기를 거론할 때면 쑥스러워하지만, 나는 딸에게 항상 고맙게 생각해.
있잖아. 네가 부르는 이름은 예쁜 눈물방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 가끔 좀 친근하게 부르는 지인은 눈물방울이라고 부르지. 나는 그렇게 불리는 거 좋아해. 단지 그래서 그런지 많이 울었다는 게 아쉽지만. 그건 그냥 내가 억지 이유를 붙인 거라는 걸 아니까.
내가 너를 얻고 제일 좋았던 게 뭔지 알아?
바로, 너의 이름 뒤에 숨을 수 있었다는 거야. 그건 내 인생에서 처음 겪어보는 해방이었어. 나는 나이기 때문에 고정관념에 갇혀 있었거든. 사람들은 늘 내게 말했지. ‘너니까 그렇지’, ‘너는 원래 안 돼’. 그런데 너를 얻고 나서 나는 처음으로 그런 말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 말하고 싶은 걸 말했고, 하고 싶은 걸 했어. 당당하게 내 자리를 만들었지. 심지어 새로운 직업까지 생겼어. 그때, 난 정말 행복했어.
난 날 숨기지 않았어. 그냥 새로운 이름이 생겼다고 알렸고, 덕분에 나에게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었고, 나의 다른 모습도 알 수 있게 해 주었지. 그들은 나를 달리 보기 시작했어. 함부로 말하는 걸 더 이상 하지 않았어. 그런 점에서 나는 더 기고만장해졌지. 나는 바보가 아니라고 아무리 울부짖어도 못 들은 척했는데, 이제는 듣기 시작했어. 때로는 고민 상담도 부탁했어.
그런데 말이야. 그는 혹은 그녀는 내가 변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가면을 쓰고 있었어. 그들은 나를 대나숲으로 이용함으로써 감정쓰레기통으로 이용했어. 나는 그것도 모르고 이제야 나를 자라지 못한 어른이 아닌 어른으로 받아준다고 생각했어. 한심하게도 아니더라고. 바보같이 또 속은 거야. 결국 나는 나였구나. 내가 어떤 이름을 써도 그들에게 각인된 고정관념은 바뀌지 않더라고. 그걸 깨달으니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어. 내가 가장 아끼고 사랑했던 너조차 버리고 싶을 정도로 말이야.
참 웃긴 건 시간이 지나고, 서서히 그들과 나를 분리가 완전히 이루어지니까 난 다시 너를 찾고 있었어. 지은이 이름란에 나는 내 이름이 아닌 너를 적고 있더라고. 닫아두었던 문을 열었고, 거긴 내 이름이 아니라 나의 다른 이름인 네가 적혀 있었어. 나는 말이야. 이 어려운 시기를 겪은 후에 많은 걸 잃었어. 동시에 지치기도 했고, 다음을 기약할 수 없을 만큼 힘들었어. 하지만 세상과 나를 완전히 분류하니까 드디어 나는 나로서 설 수 있게 된 거야..
분류는 나에게 진정한 여유를 주었어. 나뿐만 아니라 너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준 거지. 또 나의 또 다른 이름이었던 널 다른 의미가 아니라 나와 같은 의미가 있다는 걸 알았어. 나의 오늘은 너와 다르게 굴러가지 않았던 거야. 그래서 말인데.
이제 나, 널 인정하기로 했어. 예전엔 내가 세운 캐릭터에서 드디어 너도 나라는 걸 인정하기로 한 거야. 잘 들어. 이거 참 쑥스럽다. 좀 튈 수도 있지만, 이 말을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거 같아.
야! 이제 우리 합체하자!!
우리 합체할 거야!!
그렇지? 콜??
그동안 '나에게 묻는다' 브런치북을 읽어주신 모든 독자님과 작가님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처음 이 글을 시작했을 때는 한 달 동안 어떻게 이 큰 공간을 채우지? 하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과연 가능할지 걱정이었고, 과연 나는 이 에세이라는 분야를 전복할 수 있을까 생각했죠.
이 에세이는 [생각의 문을 여는 글쓰기]의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되어 연재하게 되었고, 오늘 기점으로 끝났습니다. 참가한 다른 분들과 함게 글을 공유하면서 조언도 많이 얻고, 삶과 나 그리고 용기, 의미, 오늘, 여유까지 4개의 챕터로 4주간 이어졌습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나를 기록하고, 나에게 물으면서 정말 현실 직시만큼 괴로운 건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덕분에 저는 조금씩 나를 알아가고 있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용기]에서는 세상으로 나올 수 있게 되었고,
[의미]에서는 좀 더 나를 알아갈 수 있었습니다.
[오늘]에서는 제가 하는 오늘에 대해서 더 구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고,
[여유]에서는 진짜 나에게 필요한 것은 이것임을 알았습니다.
저는 이제 저의 본업으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그러나 필명만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 완전체로 당당해지려 합니다. 앞으로 저의 행보도 많은 응원부탁드립니다.
그럼 저는 이만.
추신 : 치키 작가님의 [공감도 브랜딩이 되나요?] 책이 많이 도움되었습니다. 혹시 에세이를 준비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추천드리고 싶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