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8일 수요일 응시하는 소녀
나 : 선생님, 인물 그리기 예시 어떤 거 하면 좋을까요?
선생님 : 처음에 연습할 때는 정면을 보고 있는 것이 좋아요. 눈과 코, 입 위치가 잡기도 좋고,
명암 넣고 연습하다 보면 각도가 조금 생겨도 그리기 쉬울 거예요.
정면 그리기가 익숙해지면 다음엔 옆을 보고나 살짝 위나 아래를 보는 것을 그리면 될 겁니다.
처음 그렸던 숨어서 관찰하는 아이를 그릴 때 선생님이 한 말이 걸려서 물어봤다. 제일 그리기 싫은 장면이 바로 정면을 보고 있는 사람 얼굴이다. 일단 살짝만 옆을 보고 있어도 코의 위치, 눈의 시선을 잡기 어렵다. 그렇다고 정면을 잘 그리는 것도 아니다. 전혀 비슷하지도 않다. 비슷하게 만들고 싶으면 그 욕구가 강해질수록 그림은 더 엉망이 된다.
1차로 그린 거다. 무려 1시간 30분 동안 그린 건데, 잘못되었다. 일단 눈은 머리 정수리부터 턱까지 해서 정중앙에 있다. 그러나 난 항상 위에 있다. 윤곽이라도 닮았으면 했지만, 코와 눈 위치가 틀리면서 모든 것이 틀어져 버렸다. 선생님이 예시 1차 그린 그린 것을 보여드리고, 설명을 들었다. 눈이 중앙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는 조언과 함께 윤관을 잡는 법도 알려주었다. [다시]였다. 듣고, 2차 수정을 하다 문득 연필그림을 그릴 대 선생님 설명이 생각났다. 그때와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쥐구멍에 숨고 싶어졌다.
연필그림을 그렸을 때 기록한 것들을 펼쳐두고, 선생님의 설명이 기록된 화면을 보고 다시 구도를 잡아봤다.
오늘은 여기서 멈췄다. 외국인인데, 약간 통통한 한국사람처럼 보인다. 뭔가 그리려 노력한 건 같은데, 모르겠다. 내일은 풍경을 그린다. 주말 동안 머리를 싸매고 숙제를 해야 한다. 오늘은 정말 그리고 싶지 않다. 못 그리니까 더 그렇고, 그래도 해야 한다는 걸 알기에 시도는 했으나 결국 마무리는 못 했다. 수업시간에 다시 이걸 그려도 된다. 그러나 나는 숙제로 남겨줄 거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단지 그리고 싶지 않은 과제라 잠시 미루는 나쁜 아이 모드 작동이랄까?
학원을 다니는 동안 그날 작업을 마무리 못한 첫 케이스가 바로 오늘이 될 줄이야. 슬프다.